조수진의 K푸드 잉글리쉬
소주(燒酒)는 문자 그대로 ‘태운 술’이다. ‘소(燒)’는 burn, ‘주(酒)’는 alcohol — 즉 burned liquor라는 뜻이다. 이 한국의 술 soju는 2008년 메리엄-웹스터 사전에 등재되었다.
하지만 이 단어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영어권에 존재했다. 한국전쟁 시기, 이미 미군의 언어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름 속에 담긴 시적인 이중성이다. 소주의 또 다른 이름은 노주(露酒), 즉 “이슬 술”이다. 증류 과정에서 맺히는 알코올 방울을 이슬에 비유한 표현이다.
결국 소주는 불로 끓여 만들어지고, 이슬처럼 맺혀 떨어지는 술이다. 다시 말해 뜨거움과 차가움, 불과 물이 만나는 순간이 이름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이 감각은 동양만의 것이 아니다. 영어의 brandy(브랜디) 역시 네덜란드어 brandewijn, 즉 ‘burnt wine(불에 태운 포도주)’에서 유래했다. 서로 다른 문화권이, 같은 증류의 원리를 보고 ‘이건 불로 만든 술’이라고 같은 방식으로 이름 붙인 셈이다.
소주가 불로 정제된 술이라면, 막걸리는 전혀 다른 철학을 가진다. 막걸리는 ‘막 걸렀다(just filtered)’ — 즉, 방금 걸러낸 흐린 술이라는 뜻이다. 살아 있는 효모와 미세한 입자까지 그대로 담겨 있어, 숙성과 정제를 중시하는 서양의 고급주와는 결이 다르다. 오랫동안 해외 메뉴판에서 ‘Korean rice wine’으로 불렸지만, 엄밀히는 절반만 맞는 번역이다. 분류상 막걸리는 탁주(濁酒), 즉 ‘cloudy alcohol(흐린 술)’에 속한다. 영어에는 이 개념을 담을 단어가 없어, 세계는 점점 makgeolli를 우리식 표기 그대로 배우고 있다.
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핵심은 바로 누룩(nuruk)이다. 서양은 malt(맥아)로 효소를 만들고, 와인은 포도 껍질의 야생 효모로 발효하며, 일본은 koji로 전분을 당으로 바꾼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누룩 하나에 효소와 효모가 함께 들어 있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빚어도 지역마다 전혀 다른 맛이 난다. 이것이 바로 한국 술의 ‘테루아르(terroir)’다. 와인이 토양과 기후를 담는다면, 한국 술은 미생물을 담는다.
soju, makgeolli, nuruk뿐만 아니라 술(sool)도 영어권 식음료 매체에서 그대로 쓰이기 시작했다. 소주는 ‘불에 타서’ 만들어지고, 막걸리는 ‘방금 걸러서’ 태어나며, 둘 다 살아 있는 미생물이 빚은 K-Sool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지금, 한국의 술도 이슬처럼 — 한 방울씩 — 세계의 언어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글> 조수진 일미푸드 대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