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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삼삼프로젝트 Mar 01. 2021

나만 알고 싶은 가게, 구의동 키엔오

[지극히 사적인 인터뷰 02] 구의동 숨은 맛집 키엔오 이영석 셰프



어디에 있는지 정말로 안 알려주고 싶어!
구의동에 숨은 일식 계절 요릿집 ‘키엔오’




구의동의 골목을 굽이굽이 들어가면 검은 철제문과 ‘Kieno’ 간판이 하나 보입니다. 이곳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일까? 작게 난 창문으로 가게를 빼꼼 들여다보면 ‘ㄴ’ 자 카운터와 작은 테이블 두 개가 놓여있습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셰프와 혼자 술을 홀짝이는 사람, 도란도란 앉아 음식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그 공간을 채웁니다.



알지 못하면 찾아가기 어려운 비밀스러운 공간.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위치한 일식 계절 요리 집 ‘키엔오’입니다. ‘키엔오’는 5년 전에 이곳 구의동 먹자골목에 자리 잡았습니다.

 

검색창에 ‘키엔오’를 검색하면 몇십 개의 리뷰가 쌓여있습니다. 5년 동안 쌓인 리뷰라고 하기엔 개수가 적습니다. 하지만 ‘키엔오’에 한 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이라면 그 이유를 아실 겁니다. 앗, 누군가는 저희의 인터뷰가 반갑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미리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구의역에 이런 곳이 있다니”, “동네에 이런 집에 있어서 너무 좋다”

“가벼운 안주만 시켜도 내공이 느껴진다. 메뉴판에 있는 메뉴는 다 맛있을 거다.”

“숨은 보석 같은 일식 맛집”, “눈과 입이 즐거운 곳”

“리뷰를 할까 말까 솔직히 고민을 많이 했다. 나만 알고 싶은 그런 곳.”




작은 공간 ‘키엔오’는 늘 단골손님으로 북적입니다. 리뷰는 꽁꽁 숨겨 놓고 일주일에 한두 번, 좋은 일이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방문합니다. 언제까지나 나만 아는 곳이고 싶은 공간, ‘키엔오’의 이영석 셰프를 만나 보았습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잘 배우고 싶다. 장사를 하고 싶었던 늦깎이 요리 신입생


이영석 셰프 @키엔오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키엔오’를 운영하는 셰프 이영석입니다. 스물아홉에 뒤늦게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15년 전이네요. 


요리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일식집을 운영하셨어요. 아버지는 새벽에 하루도 안 빠지고 시장에 가셨는데 가끔 시장도 따라다니고 바쁠 때 일손도 보탰어요. 저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직장 생활이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가게 사장이 되고 싶었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아버지 일식집을 물려받아 계산만 하는 사장이 되고 싶었거든요?(웃음) 그런데 아버지가 가게를 물려받고 싶으면 요리를 배우고 오라고 하셨어요. 


요리 업계에서는 스물아홉이면 시작하기 늦은 나이일 텐데 어디에서 요리를 배우셨나요?

첫 시작은 아버지 친구분이 소개해 준 대치동 쪽의 일식집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수산집이 많았고 10여 년 전에는 가이세키(작은 그릇에 다양한 음식이 조금씩 순차적으로 담겨 나오는 일본의 연회용 코스 요리)를 하는 곳이 별로 없었어요. 늦게 시작한 만큼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일본인 셰프, 일본에 유학을 다녀온 셰프, 호텔 출신 셰프 밑에서 요리를 배웠어요. 




10년을 배우고, 가장 잘 아는 동네에 공간을 마련하다. 


'키엔오'는 언제 오픈하셨어요?

5년 정도 됐어요. '키엔오' 오픈 전에는 합정에서 친구들과 2년 정도 경양식당을 운영했고요. 그 후에 구의동에 '키엔오'를 열게 되었어요.


다른 곳도 많았을 텐데 구의동이었던 이유가 있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이 동네에 살았어요. 제가 요리를 배웠던 곳들은 강남 일대였고 강남에는 좋은 일식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아요. ‘우리 동네에도 괜찮은 일식 요리 집이 하나 있으면 좋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자리 잡게 되었어요. 지금은 코로나로 잠시 닫아두었지만 '키엔오' 옆에 경양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 동네에 다양한 일본 음식을 소개하고 싶어요.



그런데 아버지 일식집은 어떻게 된 거죠?(웃음)

아버지는 40평 정도의 일식집을 운영하셨는데 큰 규모의 사업장보다는 작은 규모의 사업장이 저한테 맞더라고요. 규모가 커질수록 관리 포인트가 늘어나는데 그런 것에 스트레스받기보다는 내 요리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아버지도 연세가 있으시니까 이제는 세를 주고 계세요. 아버지 가게는 월세도 비싸고 평수도 커서(웃음) 저는 다른 곳에서 혼자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처음엔 계산만 하는 사장이고 싶었는데 지금은 많은 것이 바뀌었지요?


구의동 안쪽 골목에 위치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잘 모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안쪽 골목을 일부러 찾은 것은 아니고 신축 건물에서 시작하고 싶었어요. 이 건물이 깔끔해서 결정을 했는데 의도치 않게 안쪽이라서 처음에는 고생을 했어요. 당시에는 ‘음식만 맛있게 하면 사람들이 찾아올 거야’라는 자신감이 있어요. 지금은 홍보도 잘해야 하는 것 같아요.(웃음)


'키엔오'를 오픈할 때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으셨는지 궁금해요.

'키엔오'는 손님들에게 제철 식재료로 만든 계절 요리를 내고 있어요. 제대로 만든 일본 요리와 그에 잘 맞는 일본 술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동네에서 소주를 팔지 않는 곳은 저희 가게가 처음이었을 거예요.


동네에 없던 콘셉트였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나요?

비싼 일본 요리와 술을 파니까 처음에는 망할 줄 알았대요. “제가 좋아하는 가게는 꼭 사라져요. 다음에 또 올 거니까 오래 하셔야 해요.” 하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지금까지 잘하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좋은 식재료로 철에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함께 곁들인다.


계절 요리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요?

요리는 그 철에 나온 식재료로 만드는 게 제일 맛있어요. 좋은 재료로 요리를 하면 가미를 하지 않아도 맛있거든요. 셰프들의 공통점이 있는데요. 괜찮은 식재료를 보면 무조건 사요. 한 보따리 살 걸 두 보따리 사서 나와요. 손님들에게 좋은 식재료로 가장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고 싶어요.



'키엔오'의 뜻은 뭔가요?

아, 이건 조금 부끄러운데요. 제가 조금 급하게 가게 이름을 지었던 것 같아요.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까지 가게 이름을 못 정했어요. 공사를 하는 동안 일본에 그릇을 사러 갔었는데 비행기 탄 순간부터 마음이 조급해졌어요.


산과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로 요리를 하는 곳. 그 의미가 잘 담긴 이름을 찾고 싶었어요. ‘키(き) ’는 일어로 나무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오’는 영어 Ocean(바다)에서 따왔어요. 그 두 개를 합쳐서 키&오로 하자, 그렇게 ‘키엔오’가 되었어요. 카운터에 앉은 손님이 물어보면 설명하기 조금 창피하더라고요.(웃음)  


'키엔오'의 음식은 웬만한 이자카야보다 훨씬 맛이 좋아요. 가격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반면에 비싸다는 의견도 있어요.

동네에서 가볍게 술 한잔하기엔 조금 비싸게 느끼실 수도 있어요. 다른 일식 요릿집에 비해서 가성비가 좋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요즘에는 제철에 나오는 식재료가 오히려 비쌀 때가 많아요. 시장에 갈 때마다 가격도 달라지고요.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음식을 내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함께 곁들이면 좋은 술도 추천드리고 있고요.


술은 어떻게 셀렉 하세요?

몇 개 유명한 주류 업체를 선택하고 인지도 높은 술을 가져다 두려고 해요. 일본에 워낙 많은 양조장이 있어서 종류가 다양한데 시음을 해보고 맛있었던 술 위주로 가져오고 있어요. 



시기별 제철 음식은 정해져 있나요? 

네, 크게 변주를 두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같은 재료를 쓰더라도 음식의 조합이나, 눈으로 보았을 때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들어가서 많은 정보를 얻어요. 괜찮은 일식 요릿집, 일본 유명 레스토랑, 셰프들의 요리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라요. 음식의 궁합, 데커레이션, 어떤 접시에 담아야 더 아름다운지 머릿속에 시뮬레이션하고 실제로 '키엔오'의 음식에 응용해보고 있어요.





나만 알고 싶은 곳, 구의동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


'키엔오'는 단골손님이 많은 편인데 주로 어떤 분들이 오세요?

새로 오시는 분보다는 단골손님이 확실히 많아요. 주로 30~40대 직장인 분들, 커플 분들, 혼술 하러 오시는 분들도 꽤 있어요.


리뷰의 대부분이 ‘나만 알고 싶은 곳’이래요.

속으로는 ‘아, 혼자만 알면 안 되는데’ 하거든요?(웃음) 그런데 그런 말에는 ‘키엔오’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는 거잖아요. 정말 큰 칭찬이라 기분이 좋아요. 


단골손님이 직접 그려 선물한 액자


적극적으로 홍보는 안 하고 계신 것 같아요.

홍보 업체에서 전화가 많이 오는데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아까 말했듯이 ‘맛있는 요리를 하면 계속 와주실 거다’라는 자신감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여러분 '키엔오'의 리뷰는 100% 찐입니다! #내돈내산 #키엔오)


오픈하고 언제부터 사람들이 오시기 시작했나요?

안쪽 골목에 있고 문이 까맣잖아요. 기웃거리는 분들은 많이 계셨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어요. 자리를 잡는 데 까지는 1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키엔오 입구


요리만 할 때와 실제로 운영을 할 때의 마음이 다를 것 같아요. 가게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한 '키엔오'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술과 음식을 즐기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술은 먹다 보면 취하잖아요. 그러면 굉장히 시끄러워질 때가 있어요. 다른 손님들께 방해가 되니까 가서 말씀드리는데 몇 번을 말씀드려도 제어가 안 될 때 힘들더라고요. 시끄럽다고 옆 테이블끼리 싸움이 난 적도 있고요. 한 번은 너무 취하셔서 계속 주무시는 분도 계셨어요.(웃음) 그러면 경찰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요.




‘장사 괜히 했나?’ 코로나가 바꾼 일상


5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일하면서 번아웃이 왔던 적은 없나요?

‘좋은 식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만든다’는 마음에 번아웃이 온 적은 없어요. 요리에 대한 마음은 변하지 않고 앞으로도 변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몸은 힘들어도 정말 즐겁고 재밌게 일했거든요. 


요즘엔 코로나로 무기력하고 힘이 빠질 때가 있어요. '키엔오'는 보통 2차로 오거나 늦은 퇴근길에 혼술 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새벽 2시까지 운영을 하다가 저녁에 3시간만 영업을 해야 했을 때는 1~2팀밖에 받지 못했어요. 문을 잠시 닫을까 했는데 와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그럴 수 없었고요. ‘장사 괜히 했나?’하는 생각도 솔직히 한 적이 있어요. 그래도 혼자니까 그나마 버틸 수 있었어요. 직원이 많은 곳은 정말 힘들 거예요.



코로나로 매출이 얼마나 줄었나요?

60~70% 정도 떨어졌어요. 5년 동안 마이너스였던 적은 없는데 최근 몇 개월은 계속 적자예요. 


그러면 재료를 준비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을 텐데요?

그래서 생선 다루는 일이 힘들어요. 손님이 꾸준하게 있으면 신선한 생선을 쓸 수 있는데 재료를 사면 길어야 하루 이틀 먹을 수 있거든요. 코로나 시기에는 생선회를 다양하게 선보일 수 없어요. 방문해 주신 손님들에게 여러 가지 좋은 재료를 대접해드릴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공간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인테리어는 직접 하셨나요?

디자인은 제가 다했고요. 삼촌이 목수여서 공사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공간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요리를 하고 싶어서 테이블 수는 적게 두는 대신 카운터를 길게 만들었어요. 손님들은 앉아서 제가 요리하는 것을 보실 수 있고, 저도 요리에 대한 설명을 해드릴 수 있어서 좋아요. 공간 구성 때문에 혼자 오시는 손님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가게 시작하려면 초기 자본 얼마나 필요한가요?

가게마다 다르겠지만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해요. 배달업만 하는 곳이라면 비용이 적게 들어갈 것 같고요. 저와 같은 로드 음식점을 운영한다면 1억 원 정도는 필요할 것 같아요. 권리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요리 기구, 에어컨, 냉장고 등 장비를 구매하는 비용이 생각보다 커요. 저처럼 인테리어를 할 때 목공 작업이 많은 경우에는 인건비도 많이 나가고요. 기구가 많이 필요한 업종이 아니거나 머릿속에 그려둔 인테리어가 있다면 초기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거예요.


공간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자기 확신이 필요해요. 하고 싶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망해도 일찍 망해야 다시 일어설 수 있으니까요. 이것저것 완벽하게 배우는 것도 좋지만 요즘은 한 가지만 잘해도 되는 시대 같아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자신감을 가지고, 꾸준히 하는 것. 이것저것 하다가 안 되면 바꾸기보다 자기 생각대로 꾸준히 가다 보면 그걸 알아주는 분들이 분명 생길 거예요.




여전히 배우고 도전하고 공부하고 싶은 #16년차셰프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키엔오'를 오픈하실 건가요?

'키엔오'는 모르겠는데 분명 요리는 하고 있을 거예요. 스물아홉에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다른 길이 있을 거란 생각을 못 했어요.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면 대학을 안 가고 유학을 갈 것 같아요. 무조건 유학을 가야 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래도 그 나라 음식은 그 나라에 가서 배우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해요. 프랑스는 음식에 다양한 소스를 사용하잖아요. 저는 지금도 계속 요리를 배우고 싶어요. ‘지금은 많이 늦었나?’ 하며 프랑스 유학을 떠나는 상상을 하곤 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 동네에 다양한 일본 음식을 소개하고 싶어요. 채소, 고기, 해산물을 숯불에 구워주는 로바다야끼 집, 동네 산책하다가 튀김 하나 시켜서 가볍게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쿠시카츠 집, 우동 집도 열고 싶어요.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드네요. (웃음) 



이곳에 오는 분들에게 '키엔오'가 어떻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나요?

저는 스타 셰프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정성을 담아 맛있는 요리를 하는 셰프가 되고 싶어요. 음식을 먹은 분들이 맛있어서 다시 와주신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장사를 해보니까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맞출 순 없더라고요. 비싼 돈을 내고 먹었는데 맛없으면 화나잖아요. 최대한 많은 분들이 만족할 만한 요리를 하고 싶어요. 단골손님들은 장사하기 정말 힘들면 그때 얘기하래요. 꽁꽁 숨겨놨던 리뷰는 그때 풀어주겠다고! 




키엔오 인터뷰 1분 정리  


1. 늦게 시작해도 길은 늘 있다. 

2. 가게 이름은 신중하게 정하라. 그렇지 않으면 뜻을 묻는 질문에 괜히 창피해진다.  

3. 소주를 팔아달라는 사람이 있어도 처음 세운 가게의 콘셉트를 끝까지 유지해본다. 정 거절하기 어렵다면 증류주 정도는 추가한다.   

4. 좋은 식재료를 구하는 것에 시간을 아끼지 말라. 좋은 식재료로 최상의 요리를 만들 때 단골손님이 생긴다.  

5. 눈 감고 가재를 잡을 수 있더라도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잡을 수는 없다. 16년 차 셰프도 여전히 공부한다.  

6. 내가 원하는 공간의 분위기를 손님이 매번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손님은 가게를 선택할 수 있지만 사장은 손님을 선택하기 어렵다. 다양한 변수에 대비하라.  

7. 로드 음식점을 준비할 때 초기 비용이 1억 원 정도 발생할 수 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공간의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좋다.  

8. 망하더라도 일찍 망하는 게 좋다. 자기 철학을 가지고 꾸준히 해볼 것.   

9. 코로나야, 제발 가라~ 

10. 키엔오 음식은 정말 맛있다. 


인터뷰가 끝나고 ‘키엔오’에서 맛있는 사케 1병과 어울리는 음식을 곁들여 장장 5시간 동안 술을 마셨습니다. 어떤 요리를 주문하든 탄성이 나왔어요. 심지어 기본 찬마저 4번이나 리필을 해먹을 정도로 ‘키엔오’에 취해있었달까요. 이렇게 기분 좋게 음식과 술을 먹은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어요. 식사를 마치고 ‘키엔오’에서 나왔을 때 봄기운이 섞인 바람이 불었어요. 저는 일본 여행을 많이 해보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일본 여행 중에 있는 것 같았어요. 맛있는 일본 음식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달까. 이런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다면 일본에 가는 비행기 티켓값을 들고 메뉴판에 있는 모든 메뉴를 시켜 먹어 보고 싶어요. 


사장님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정리하는데 하루가 꼬박 걸렸습니다. ‘나 왜 이렇게 열심히 정리하고 있어?’, ‘ 나 자신아 정신 차려라!’, ‘키엔오 찬양 금지!’ 채찍질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인터뷰는 아직 파급력이 없고, 키엔오는 단골손님들이 꽁꽁 숨기고 있으니까 해리포터의 9와 ¾ 정거장에 가는 마음으로 참새처럼 들락날락거릴 거예요. 어서 코로나가 사라져 새벽 두 시까지 찐하게 짠! 할 수 있는 날을 그려봅니다. 


기획 및 섭외: 라씨

글: 리에

사진: 지노




삼삼삼 프로젝트의 시작

한 때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지만 지금은 흩어져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셋이 모였습니다. 간헐적으로 만나던 셋이 각자의 장점을 살려 한 달에 한 번 지극히 사적인 인터뷰를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사적인 인터뷰의 대상은 자꾸 찾아가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공간 뒤에 숨은 이야기를 자꾸 묻다 보면 공통의 것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우리의 느슨하고도 소중한 프로젝트의 시작이 누군가에게 새로 시작할 용기와 영감이 되면 좋겠습니다.


인스타로 놀러 오세요 @samsamsam.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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