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커피 일기
어릴 적 주말이면 가족끼리 늦은 아침을 먹고 부모님께선 나란히 앉아 텔레비전을 보시며 내게 커피를 타 달라고 하셨다. 거실을 가득 채운 햇빛과 적당히 시끄러운 텔레비전 소리, 따뜻한 커피 향까지. 부모님께 커피를 드린 뒤 늘 "한 모금만!"을 외쳤고 딱 한 모금만 홀짝였다. 그것이 내 인생 첫 커피에 대한 기억이다.
20살이 되던 해 카공(카페에서 공부)를 한번 해보겠다며 동네 카페를 갔다 직원에게 한눈에 반해버렸다. 세상에 커피 내리는 모습이 이렇게나 멋있다니. 직원을 보기 위해 매일같이 커피를 마시러 갔고, 언제부턴가 커피를 좋아하고 있었다.
인스턴트커피 같은 목표
나에게 있어 성공을 위한 목표는 오로지 돈, 인스턴트커피의 향과 풍미처럼 단적이었다.대학은 학교에 초점을 맞춘 탓인지 전공은 나에게 너무 버거웠다. 꾸역꾸역 수업을 들으면서 너무 힘들어 운 적도 있었다. 그래도 취업률이 높으니까, 이것만 넘으면 다 잘될 거야 하는 믿음만 가지고 다시 꾸역꾸역 학교로 향했다. 그도 잠시 더 맛있는 커피를 마셔보기 위해 수업을 빠지고, 카페 사장님들과 커피 이야기를 나누느라 잦은 지각을 반복하면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가보자고
돌연 휴학을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나를 한심하게 본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걱정은 날로 늘어갔고 주변 사람들은 전공대로만 가면 취업도 잘되고 성공이 보장되는데 대체 왜 그랬냐고 물었다. 그들을 걱정시키기 싫어 그저 잠깐 쉬는 것이라며 둘러대며 만남을 적게 가졌다. 사람들과 만남을 줄이고 밖에도 잘 나가지 않으면서 나는 무기력함에 잠식되었다. 하루 종일 누워만 있기를 반복했고, 그 좋아하던 커피도 잘 마시지 않았다. 입안이 맛과 풍미를 잘 못 느끼는 것 같았고 사막처럼 말라있었다.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일단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시 밝은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스타벅스 채용 글을 보았고 별생각 없이 지원했다. 주말 아버지와 함께 등산하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1 지망으로 넣은 지점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의 스타벅스 생활이 시작되었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늘 행동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다. 성장해가는 나의 모습은 스스로가 더 행동할 수 있게 하는 촉진제 역할을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방안 침대에 하루 종일 누워있는 사람이었고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져 거울조차 보기 싫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때의 내가 아닌 하루하루 발전해가는 내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