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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다 Sep 22. 2022

남편 몰래 보톡스 1편

보톡스의 신세계를 알게 된 건 바야흐로 십 년 전. 결혼식을 앞두고 서였다.

회사에서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며 곧 있을 결혼식에서 입을 드레스와 원하는 스타일에 대한 얘기를 하다 완전히 올백한 업스타일의 머리를 하고 싶은데 넙데데한 얼굴 때문에 고민이라고 했더니 한 선배가  보톡스를 강력 추천해주었다. 그래서  길로 바로 병원에 직행했다.


의사 선생님은 처음엔 고개를 갸웃하고는 '이 정도는 굳이 안 맞으셔도 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내가 꼭 맞야겠다고 우기자 그럼 턱에 힘을 줘 꽉 물어보라고 했다. 그리고는 곧 햇살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말하길,


"이정도면 효과가 아주 좋겠는데요?"


선생님의 말은 과연 사실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턱근육이 약해지기 시작했고 한 달이 지나서 배추김치 조각 하나도 씹지 못하게 됐을 쯤엔 둥그스런 턱이 놀랍도록 갸름해진 것이. 거기에 더해 음식을 잘 씹지 못해서 먹는 게 부실해지면서 자연스레 살도 빠졌다. 보는 사람마다  예뻐졌다 칭찬해주니 만족도 최상, 내 인생에서 최고로 잘 쓴 30만원이었다.


문제는 이제는 남편된 구남친께서 길길이 날뛰면서 나를 성형괴물 취급을  했다는 거다. 보톡스를 맞고 나서 예뻐진 건 맞는데 자기는 성형으로 예뻐지는 건 싫다나 뭐라나.  '주사가 무슨 성형이냐, 간단한 시술이다'라아무리 말해도 남친은 기어코  내게서 두 번 다시 보톡스를 맞지 않겠노라약속을 받아갔다.


하지만 강압적으로 마지못해 한 약속 따위 전혀 지킬 생각이 없었다. 이미 보톡스의 맛을 한 번 본 나는 그 후로 남편 몰래 세 번 더 턱 보톡스를 맞았다.  웃긴 건 서서히 보톡스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때마다 남편이 한 말이다.


"여보 요즘 왜 이렇게 예뻐? 살 빠졌어?"


그러다 어느 순간 현타가 왔다, 의학의 힘을 빌려 간헐적으로 미모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진 것이다.  그렇게 보톡스를 끊었고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 시작하면 더더욱 까맣게 잊고 살았다.


얼마 전 그 이 일어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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