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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다 Sep 17. 2021

요가 입문기 #2 - 단계를 밟는 것은 중요하다

- 요가 2일 차


이번에는 아쉬탕가 요가라는 수업에 들어갔다. 이제 보니 요가의 종류가 여러 가지다. 첫날 했던 건 인요가라고 한다. 선생님은 아쉬탕가는 요가 중에서도 난도가 높아 숙련자들이 주로 한다시며 2일 차 생초보의 도전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셨지만 나는 용감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처음부터 설명이나 시범 없이 바로 구령과 동작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1차 당황. 동작의 연결 속도가 너무 빨라 2차 당황. 옆에서 레깅스를 입고 절도 있게 움직이는 수강생이 젊은 청년이라 3차 당황.

잠시 허둥대다 할 수 없이 옆 청년을 힐끔거리며 겨우겨우 흉내를 냈다. 웬 아줌마가 자꾸 자기를 쳐다본다고 기분 나쁘지 않았기를 바란다.




아직도 요가가 부드럽고 정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천만의 말씀 만만에 콩떡이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요가는 유연성은 기본이고 근력과 스피드를 요구하는 아주 격한 스포츠다.

수련실 안은 점점 거친 숨소리가 가득했고 나는 머리가 핑 돌았다.  어떻게든 따라 해보려 했지만 어지럽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통에 비틀거리고 있자니 선생님께서 오셔서 인자한 미소와 함께 하해와 같은  말씀을 내려 주셨다. "괜찮아요. 우리는 잠시 쉴게요."


앉아 숨을 고르면서 다른 수강생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 사람들은 요가를 두세 달 한 게 아닌 것이 확실했다. 몸을 비틀고 꼬고 뒤집고 거꾸로 세우고 점프를 했다가 푸쉬업을 하고 또 일어나서 몸을 반으로 접었다가 다리를 찢는, 일련의 동작들이 물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마치 의장대의 사열처럼, 아이돌의 칼군무처럼  모든 이들의 동작이 흐트러짐 없이 딱딱 맞아떨어진다. 숨소리마저 규칙적이다.

나는 작은 경외감을 느꼈다.

지금처럼 능숙하게 동작들을 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단계를 밟아왔을까. 계단 오르듯 차근차근 밟아왔을 과정들을 상상했다. 운이나 반칙 없이 순수하게 노력만으로 성취한 것들은 얼마나 대단하고 아름다운지.

그리고 겁도 없이 이 수업에 들어온 내가 부끄러웠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고 순서가 있으며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들이 있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그동안 잊고 살았음을 깨달았다. 욕심내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 나도 성실하게 한 발자국씩  가보자고 다짐했다. 그게 요가든 인생이든.

요가 2일 차에 새삼 삶의 진리를 얻는다.

보너스로 근육통도 얻었다.


단짠이 공존하는 요가 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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