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MZ를 찾아서', 미숙한 청춘의 성장일지

방황하는 청춘에 대한 유쾌하고 따뜻한 위로

by 김우현


청춘드라마는 시대와 함께 늙어간다.

지질한 그 시절의 젊음을 다룬 <찌질의 역사>만 해도 배경이 벌써 20여년 전이다.


그런 의미에서 'MZ세대'를 주연으로 다룬 유머 크리에이터 '뷰티풀 너드'의 <MZ를 찾아서> (이하 본작)는 나름의 센세이션이었다.





청춘을 예찬하고 젊음을 찬미하는 예술은 흔하다.


하지만 우리네 사랑과 우정이 그리 순탄하기만 했던가. 잔고는 비어만 가고 사랑은 떠나가며 친구는 자연스레 멀어지기 마련이다. 나이로는 어른이지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인생, 내 인생을 내가 책임지기는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등장인물들은 평범한 우리네와 같이 사랑 앞에, 돈 앞에, 많은 것들 앞에 약하고 쉽게 흔들린다.


본작에는 완전한 선역도 악역도 없다. 멋있기만 한 인물도, 마냥 나쁜 사람도 없다.

이시온과 친구들은 찌질하고 바보 같은 우리의 과거 혹은 현재와 닮아있다.



'PD의 소거'는 다큐멘터리의 기본이다. 본작은 페이크 다큐라는 형식을 차용하면서도 과할 정도로 이를 일부러 어긴다.

'PD의 의도적 노출'로 인해 화면 밖의 우리는 역설적으로 화면 안으로 초대된다. 작가 관찰자 시점으로 강제로 고정된 극 속에서 우리는 시온과 친구들의 답답함에 마치 '옆에서' 친구의 연애사를 지켜보듯, 화를 내고 웃는다.



IE003439071_STD.jpg ▲시온의 공연을 보는 수빈. ⓒ 뷰티풀너드


중후반에 들어서 극의 주제는 수빈과 수아 사이에서의 연애적 갈등과 밴드부를 중심으로 한 꿈에 대한 고뇌로 좁혀진다.


시온은 그런 어려운 문제 앞에서 늘 도망치기를 선택한다. 수빈과 수아 사이의 연애적 갈등 앞에서 자신의 무능력을 탓하고 잠적하기 일쑤이며, 활동하던 밴드에서도 도망치듯 나오고 그들을 피한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며, 시온도 변한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며, 사랑과 우정이라는 이름의 일상적인 응원을 받으며.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시온은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간다.


대면하기 싫은 일이 생길 때마다 연락을 끊고 회피하던 시온이 다시 한번 '연락이 끊겼음'이 언급되는 수빈의 장례식장에서, 카메라는 다음 장면부터의 시온을 원테이크로 건조하게 담는다.

본작은 유머와 정극을 병행하며 분위기 반전이나 리액션 묘사를 위해 컷 편집을 주로 활용한다.

답지 않게 원테이크로 이어지는 몇 분간의 담담한 감정선 속에 시온은 처음으로 도망치지 않고 마주하기를 선택한다.


수빈이 오기로 한 자리를 예약석으로 비운 채 진행된 공연에서 시온은 그녀를 위한 노래를 부른다. 첫사랑이자 오랜 친구였던 그녀를 위해, 이젠 연정(戀情)이 아닌 사랑과 감사를 담아. 시온은 웃는다. 웃으며 그녀를 완전히 떠나보낸다.



각설, 시온은 언젠가 수아와도 이별할 것이다.

수아뿐인가? 친한 친구인 일국과 현덕도. 꿈을 공유하는 희수와 승기도. 채널 뒤편의 우리와도, 본인 스스로와도 그렇다. 하지만 그는 이미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었다.


"사랑하고 생각하는 일체의 갖가지 물건과 뜻에 맞는 일은 다 어기고 떠나는 법으로서 언제나 보존할 수는 없는 것이니라." -석가



부처의 말이다. 결국 사랑하는 것과 헤어지게 됨(愛別離苦)은 인생의 본질과도 같은 고통이고, 이를 벗어날 수 없음이 부조리다. 부조리한 인생의 필연적 이별 속에서, 그는 멋지게 웃으며 인사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함께 했던 유한한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지나간 사람에 대해 감사를 전하는.

함께 해줘서, 사랑해 줘서 즐겁고 고마웠다고.


그들이 마지막으로 공연한 '작은 봄'의 관객석에는 그간 함께 울고 웃었던 인물들이 모두 등장한다. 주연에 가까운 인물들부터, 단역에 불과하다 느꼈던 사람들까지. 모두 함께 저마다의 웃음을 지으며 크레딧을 장식한다.


그렇게 시온은 나아간다.



IE003439072_STD.jpg ▲수빈을 위한 시온의 공연. ⓒ 뷰티풀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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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청춘의 성장극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초반은 'MZ세대' 그 자체인 시온의 게으르고 무기력하며, 쉽게 포기하고 흔들리는 생활만을 풍자하며 조소(嘲笑)를 통한 웃음을 주고자 한다.


풍자와 이를 통한 유머로만 시작한 극에서, 시간이 지나고 인물이 더해지다보니 정극적 요소가 급히 더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점에서의 비판 역시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사실 필자는 그런 점이 오히려 인간적여 좋았다.

물론 작품성을 채점하자면 감점의 요소는 명백하겠지만 말이다.


'MZ' 세대의 스테레오타입을 담은 인물로 등장해 풍자의 대상이었던 '이시온'에 서사가 더해지며 작가들이 그를 사랑하게 된 것 같아서 그렇다.


방황하는 청춘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인생을 따라가봤더니, 결국 우리가 비웃을만한 인생은 하나도 없었다.

젊음은 젊기에 미숙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진심일 수 있다는 것.

사람에게, 사랑에게 마음을 다해 노력해볼 힘이 있다는 것.

남 일 같지만은 않은 시온과 친구들의 성장을 우리는 응원하며 지켜보게 된다.


어린 날에 대한 동정과 온정적 시선을 담고 있어 좋았다.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했던가.

사람은 유년의 아픔을 스스로 마주하고 극복할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미숙한 '시온'들의, 우리들의 어른 됨을 응원한다.




https://youtu.be/UIN8CtE6Wis?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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