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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tia Veritasque Jan 31. 2022

환상이 아닌, 실재하는, 한국 힙합의 뿌리깊은 나무

GARION - 가리온

#0. Tracklist

CD1

01. 가리온

02. 뿌리깊은 나무

03. 언더그라운드

04. 마르지 않는 펜 (Brainstormin')

05. 엉터리 학생 (+ B.S.Y.I interlude) (Featuring MC성천, Daephal)

06. 옛이야기 (Featuring SEVEN of Da Crew)

07. 이렇게 (U Practice The Art Of Hiphop)

08. 회상

09. 시간의 여행자

10. 자장가 (+ S.L.L. interlude)

11. 나이테

12. 음의 여백

13. 언더그라운드 (Remix)

14. 자장가 (Remix)


CD2

01. 옛이야기 (Video Edit)


CD3 (Instrumental) - CD1과 동일


#1. 걸 잡고 있는 우리 모두 내 속에 살아있는 뿌리깊은 나무

가장 최근에 방영된 엠넷의 '쇼미더머니 10'의 우승자 조광일의 결승 무대 곡 제목은 '가리온'이었습니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SBS에서 방영했던 <뿌리깊은 나무>에서 윤제문 배우가 분한 인물을 떠올리겠지만, 힙합 팬들이라면 당연히 팀 '가리온'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한국 힙합의 역사에서 소위 말하는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근본이란 단어의 1차적 의미는 뿌리와 줄기입니다. 드렁큰 타이거, 업타운, 듀스 등이 미국 '본토'의 힙합을 표방했다면, 가리온의 힙합은 한국만의 고유한 힙합입니다. 외국어를 최대한 지양한 가사와 한국적 소리를 샘플링한 비트, 그리고 전히 한국에서 음악을 시작한 멤버들의 이력까지, '한국 힙합'의 대표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


#2. 가리온 마지노선 현재로선 최전선

첫 트랙인 '가리온'은 아주 묵직한 베이스 톤의 리프와 Lo-Fi 질감의 드럼 비트가 고막을 때리며 시작합니다. 앨범의 타이틀에 이어 첫 트랙 역시 팀명과 같게 정했다는 점에서 이 트랙은 가리온의 '출사표'라 여겨집니다.

다음 트랙인 '뿌리깊은 나무'까지 이어지는 가리온의 출사표는 비트만큼이나 묵직합니다. 윗 단락과 이 단락의 소제목이 각각 '뿌리깊은 나무'와 '가리온'의 가사에서 따온 것인데, 이미 Movement Crew, Master Plan, YG Family, 대한민국 컴필레이션 등으로 힙합이 알려지던 와중에 다분히 한국만의 힙합 음악을 확립하고자 하는 의지는 그 자체로도 주목할 일이고, 실제로도 인정받기에 이릅니다. ('한국적인 색깔'로만 따지자면 MC Sniper의 '한국인'이 1년 일찍 나오긴 했지만 해당 곡에만 한정된다는 점에서, 필자는 본작 <GARION>이 한국적 힙합 음악의 이정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3. 민과 유희의 조각들 조금 모난 들 문제없어 왔던 인간들

MC 메타의 제자들이라 할 수 있는 Soul Company의 첫 컴필레이션 음반 <The Bangerz>가 본작 <GARION> 발매 후 고작 5달 뒤에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가리온의 첫 음반이 이들의 경력에 비해 상당히 늦었음을 의미합니다. 속지에 보면 각 곡의 제작시기로 추측되는 날짜가 적혀 있는데, 1997년부터 2002년까지로 긴 기간 동안 작업했습니다(대부분 1998년과 1999년 사이에 작곡됐습니다). 렇게 오래 걸린 건 프류듀서 역할을 맡은 멤버 JU의 완벽주의 성향 때문도 있겠지만, 앨범 전반의 가사를 들어보면 가리온이 이 앨범을 내기 위해 얼마나 고민해서 곡을 쓰고 앨범을 구성했는지가 드러납니다.

수록곡들 중 '언더그라운드,' '옛이야기,' '이렇게' 등은 이미 Master Plan의 컴필레이션 음반 '超'에 수록된 바 있는데, 세 곡의 가사를 살펴보면 가리온이 어떻게 힙합을 접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scene에 투신했는지를 적실히 알 수 있습니다. 히 'U Practice the Art of Hiphop'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렇게'는 힙합이 가진 고유의 예술성을 이야기하는 곡으로, '힙합 문화'에 대한 가리온의 확고한 철학을 확인할 수 있는 곡입니다. 그 외에도 scene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담은 '엉터리 학생,' 가리온 특유의 서사성이 잘 드러나는 '회상'과 '자장가' 등을 한 곡 한 곡 차분히 음미하면서 가리온의 고뇌를 느껴보는 것이 이 음반의 감상 포인트라 하겠습니다.


#4. 기투합 최선생 재유의 끝없는 장단과 가락에 맞춰 흐르리

이 앨범은 멤버였던 JU가 '회상,' '음의 여백' 및 두 Remix 트랙을 제외한 모든 곡을 작곡했으며, DJ로서 스크래칭도 담당했고 앨범 전체적인 프로듀싱까지 맡았습니다. 리온의 색깔을 만들고 가리온이 추구하는 한국적 힙합 음악이 선명하게 그려진 것은 JU의 공입니다. ('언더그라운드'와 '자장가'의 Remix 버전을 들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사와 잘 붙는 것은 물론 곡의 의미까지 확실히 전달한다는 점에서 JU의 원곡은 적확하게 맞아 들어갑니다.)

안타깝게도 앨범 발매 이후 불화로 인해 JU가 팀을 탈퇴하면서 내건 조건 중 '자신이 작곡한 곡은 쓰지 않는다'라는 항목으로 인해 이후 라이브에서 1집 수록곡들을 공연할 때는 JU의 비트를 사용하지 못하고 다른 비트를 쓰거나 세션을 동원한 라이브 연주로 갈음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죠.


#5. Summary

'한국 힙합 Nerd'.

PC통신에서 BLEX로부터 시작된 맨땅의 헤딩이 집요함과 완벽주의를 만나 이 앨범으로 꽃피었습니다. 한국어를 활용한 Rap과 Rhyming의 시도는 이미 다양하게 진행돼 왔으나, 순히 가사가 한국어인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한국만의 힙합 음악을 정립하려는 시도는 본작이 최초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힙합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가장 먼저 들어보길 권하고 싶은 앨범입니다. :)


#6. Recommendation

- 가리온

- 뿌리깊은 나무

- 언더그라운드

- 옛이야기

- 이렇게 (U Practice The Art Of Hiphop)

- 회상

- 자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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