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
아이보다 내가 더 긴장되고 걱정되었다.
아이가 처음 학교에 입학할 때면 어느 부모든 설레면서도 긴장감과 함께 아이가 학교 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 것이다. 나는 여기에다가 아이가 혹시 놀림을 받는 것은 아닐까, 담임 선생님이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추가되었다. 그래서 나는 담임선생님에게 빨리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고자 아이 입학식 전에 아이와 그 질환에 대한 PPT 자료를 만들었다.
너무 힘이 들어간 탓일까. 남편은 내가 만든 자료를 보고 직원 교육 자료 같다고 했다. 어쩌면 나는 아이를 그리고 우리를 가볍게 보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남편은 그것을 좀 더 부드럽고 편안한 표현으로 간결하게 수정을 하였다. 우리는 그 자료를 입학식 날 담임 선생님께 전달해 드렸는데, 선생님은 우리의 마음을 눈치채신 건지 걱정하지 말라고 거듭 인사를 하며 받으셨다.
나중에 보니 학년 초마다 아이 건강상태에 대해 조사를 하였다. 그래서 2학년부터는 그 자료를 사용하지 않았고, 1학년을 잘 지낸 덕분에 내가 미리 앞서서 선생님께 연락하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학생 건강 조사서에 간단히 적고 3월 학부모 상담 시에 이야기를 나누어도 충분하였다.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하기도 하고, 나의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고 아이를 믿게 된 덕분이다.
1학년 때는 아이들이 모두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시간이기도 했고 또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 반 친구들한테 놀림을 받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쉬는 시간이나 놀이 시간에 운동장에 나가면 윗 학년들이 놀리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럴 때면 선생님께서 그 놀린 친구의 담임 선생님께 당부를 하기도 하고 반 친구가 오히려 놀리지 말라고 대응을 해주기도 했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나는 친정엄마로부터 육아 독립을 선언하고 단축 근무를 시작하였다. 오전에는 출근해서 일을 하고 오후에는 아이 하교 시간이 맞추어 퇴근을 했다. 하교 후 태권도나 피아노 학원을 다녀오면 아이랑 놀이터에 나가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종일 근무할 때는 회사에 앉아있기만 했던 내가 아이와 함께 등교하고 하교하고 학원에 왔다 갔다 하고 놀이터에 돌아다니다 보니 다리가 너무 아프고 활동량이 많아져서 살이 빠지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햇볕에 기미도 두드러지게 늘어만 갔다.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는 친정엄마께서 등 하원을 도와주시기도 했고 그 유치원에서는 특별히 엄마들의 모임이나 단톡 방이 있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유치원 행사 날이 아니면 다른 엄마들과 교류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후 친구 엄마들을 만나게 되고 단톡 방도 참여하게 되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너무 긴장이 되고 조심스러웠다. 입학 전 엄마들의 단톡 방이며, 엄마들끼리의 모임, 생일파티, 그리고 1학년 때 친구가 중요하다는 등의 말들을 하도 많이 들어서 아이보다도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내가 오히려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나 또한 친절한 엄마들 덕분에 잘 적응해 나가고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생일파티나 엄마들의 모임을 지양하라는 분위기도 나에게는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