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의 마지막 글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끊김의 이유를 짐작하면 작년 겨울이었으리라.
지난 늦가을, 인사발령과 함께 상사가 바뀌고 조직의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는 처음에는 저항의 힘을 키우다 이내 둑을 무너뜨리며, 내 일상을 한순간에 잠식해버렸다. 내 삶의 지형은 업무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일상의 에너지까지 모두 업무에 동원되었다. 일은 쉼없이 몰아쳤으며, 버거운 업무들을 처리하는데 하루는 매번 모자랐다.
내가 당연히 누리던 일상은 사치가 됐으며, 그 엄혹함 앞에서 한마디도 할 수 없었던 나는 하나씩 나의 것들을 포기해갔다.
조용한 포기 속 가장 먼저 내려놓은 것이 글쓰기였다.
어지간히 힘들 때는 무언가를 끄적이는 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쥐어짜는 삶속에서 글쓰기는 사치였다. 사유할 수 없는 일상 속에서 나는 나의 글을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그런데 참 이이러니한건 이런 서글픔 속에서도 내 업무중 상당수가 비즈니스 글쓰기라는 사실이다. 마지막 남은 몇방울을 탈탈 털어 보고서에, 기안서에, CEO인사말에 문장들로 엮어내며, 수개월을 보냈다.
그렇게 비즈니스 언어에 나를 내맡긴 사이 나의 진짜 글쓰기는 멈추었다.
일상의 회복은 요원하다.
시간을 내기도 힘들고, 의지를 다지기도 힘들다.
하지만 써야겠다.
내 삶에 밀고 들어온 갑작스런 물살에
그저 나를 맡기기보다
작은 몸부림이라도 시작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