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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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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Mar 29. 2022

60대의 건망증은 무죄다

굴비가 전자렌지에 들랑달랑 하더니 더 야위었다.


이틀전 굴비를 에어플라이어에 구웠다. 맛있게 먹고, 남은 두마리를 다음날 아침 전자렌지에 1분을 돌렸다. 작동소리를 확인한 후 식탁을 차렸다.

먹으며 왠지 가 빠진것처럼 허전했지만 뭐 반찬없는 날도 있지 생각했다.


저녁무렵 쌀주머니를 데우기위해 전자렌지를 여는 순간 굴비냄새와 두마리의 굴비가 나를 반겼다.

'나좀 꺼내주세요'


아이구! 이놈의 건망증.


내일은 꼭 먹어야겠다고 보이는 곳에 놓았다. 

아침이 되었다. 어제 굴비이야기를 남편과 나누며 굴비접시를 1분만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꿀고구마로 입가심을 했다. 나문희의 '나의 옛날이야기' 노래를 들으며 도란도란 노부부의 여유로운 아침이 달달하고  낭만적이었다. 식사의 마무리 설겆이를 위해 식탁에서 일어나는데 남편이 뭔가 생각난듯 전자렌지를 열었다. 아니나다를까.


남편 손에  든 굴비접시.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 어쩌겠는가. 60대의 건망증은 무죄로 퉁치고 말았다.


자린고비가 따로 없다.

두끼 식사에 굴비는 보기만 했고, 밥은 먹었고,  여전히 두마리의 굴비는 남아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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