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도시(City of trees)”. 새크라멘토 다운타운에서 하이웨이 5번을 남쪽으로 얼마간 타고 가다 보면 커다란 워터 타워에 새크라멘토를 설명해 쓰여 있던 문구다. 하지만 10여 년 전 이야기다. 현재는 같은 곳에 America’s Farm to fork capital로 그 문구가 바뀌어져 있다.
팜투포크 (farm-to-fork) , 팜투테이블(Farm-to-Table)의 개념은 농장에서 수확한 것들을 직접 식탁으로 옮겨 식료품점 같은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소비 함으로써 내 고장의 더 신선하고, 좋은 식자재를 이용해 건강한 식탁을 꾸민다는 것이다. 내용 자체로는 더없이 건강하고, 신선한 것인데 전 세계 어디서나 유행처럼 번져서 식당마다 팜투테이블(Farm-to-Table)을 마치 스페셜 메뉴처럼 내걸고 하는 것이 장사 수단으로만 여겨져 나로 하여금 이 개념을 온전히 믿지 못하고, 한동안은 삐딱하게 바라보게도 했다. 하지만 나는 경험해 알고 있다. 내 작은 텃밭에서 재배한 가지, 깻잎, 고추처럼 제철, 잘 익은 것을 바로 수확해 음식을 만들었을 때 그 신선함과 맛의 차이가 얼마나 컸었는지 말이다.
매년 작은 텃밭이지만 나 나름의 팜투테이블을 시도한다. 텃밭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은 파머스 마켓을 찾는다. 보통은 딸기가 나기 시작할 즈음부터 이곳을 찾는데, 확실히 덜 익은 것을 따서 포장한 마켓의 것과는 맛이 다르다. 그렇게 딸기를 시작으로 체리, 호박, 토마토, 갖가지 허브 …, 요즘은 수박과 옥수수가 정말 좋다. 토요일, 일요일에 장이 서는 가까운 곳의 파머스 마켓 말고도 지루한 평일 나 혼자 여유 부리며 찾는 곳도 있다. 마켓 뒤로 펼쳐진 드넓은 농장 때문인지 그리 멀지 않은데도 다녀오면 꼭 여행을 한듯한 기분이 느껴지는 Sloughhouse의 Davis Ranch. 항상 문을 여는 파머스 마켓인데 6월부터는 제철의 채소나 과일을 그 농장에서 직접 수확해 사 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손톱 밑에 흙이 끼고, 후끈한 열기 온몸으로 느끼며 가꾸는 텃밭농사, 운동화에 뽀얀 흙먼지 덮어쓰고 하는 농장 나들이, 가끔은 그만할까 하는 게으름이 고개를 들기도 하지만 아직은 이대로가 더 좋다. 좀 불편하고, 팬시 하진 않아도 텃밭에서 기르고, 파마스 마켓에서, 농장에서 가져다 꾸미는 내 식탁이 좋다.
다음 달 8일부터 24일까지 새크라멘토에선 팜투포크 페스티벌( Farm to fork festival)이 열린다. 코비드로 오랜만에 열리는 이 축제의 건강한 음식과 에너지로 우리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또 나의 도전에도 열정과 힘이 더해지기를 바라본다.
이 글은 8월 17일자 미주 한국일보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