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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20. 2024

내가 읽고 싶은 책은 왜 도서관에 없죠?

책은 많지만, 읽고 싶은 책은 도서관에 없다는 그대에게

"내가 읽고 싶은 책은 왜 도서관에 없죠"

이용자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신간이 너무 늦게 들어와요"

이것 또한 많이 듣는 의견(민원)이다.

이번글은 신간이 늦게 들어오는 이유를 도서관입장에서 설명드리려고 한다.

(구질구질하게 변명으로 들릴지도?)     


도서관은 연말 또는 연초마다 그해의 자료확충계획을 세운다. 한 해의 자료구입 예산으로 어떤 자료를 몇 권(점) 구입할지 정하고, 도서는 정기예산과 수시예산으로 나누어 어떤 주제를 몇 권(점) 구입할지 정한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우리 도서관 자료구입 예산이 1억이라면 그중 도서는 8천만 원, DVD는 2천만 원어치를 구입한다. 

8천만 원 중 5천만 원은 정기구입, 3천만 원은 이용자희망도서, 특수자료, 베스트셀러를 구입한다.

정기로 구입하는 5천만 원은 분기별로 또는 격월로 구입하기도 하며 (각 도서관의 상황에 따라 다름) 신간 도서 위주로 주제별로 분량을 정해 구입한다.     


여기서 질문 나갑니다~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사는 주제 분야는?”

예상대로 문학 분야입니다.     


구입하고자 하는 도서목록이 완성되면,

20년 차 사서가 들려주는 도서관이야기에어 언급한 것처럼

(맞아요 여러분 이글도 읽어주세요~^^;;)

행정에 행정을 더해서

서점에 발주가 나가고 도서관에 들어오기까지 기한이 한 달.

우리 도서관에 맞게 전산 수정하는데만 몇 주에서 한 달은 걸린다.

그럼 정기 한 회차를 사기로 계획하고 도서관 서가에 오기까지 2~3달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성격이 급한 사람은 숨 넘어간다~~        

       


자 그래서 나온 제도가 '희망도서' 구입제도      

이용자가 원하는 책이 도서관에 없을 때 구입해 달라고 신청하는 제도이다.     

자 그럼 이 책은 오는데 얼마나 걸릴까?     

도서관마다 다르긴 하지만     

이용자 한 명이 한 권 신청할 때마다 품의를 하고 결재를 하고 서점에 발주를 넣는 것이 아니라     

(생각해 보자 한 권당 한 번씩 그런 절차를 거친다고 하면.. 도서관과 서점 모두 행정서류라는 폭탄을 맞는다....!!)     

일주일 또는 보름 기간으로 이용자가 신청한 책을 정리하고, 구매가 가능한 책인지 체크하고 서점에 발주를 넣는다. (중복된 신청 들어온 책이나 문제집과 같은 도서관 규정에 따라 구매가 불가능한 것은 취소처리한다.)    

그 뒤로 서점에서 들어올 때까지 시간을 주고, 이용자에게 도착 문자를 보내고 전산 처리 및 서류 정리를 하다 보면 최대 한 달이 걸린다. 담당자가 1일~14일까지 신청한 도서를 정리하는데 내가 14일에 신청했다면 완전 러키비키 한 상황이라면 예상보다 책이 빨리 도착하는 것이고, 어제 담당자가 서점에 발주를 넣어 한 발 늦은 상황이라면 내가 신청한 책은 그다음 차수 목록이 들어가니 한참 걸리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민족? '배달의민족     

저녁에 물건을 구매해도 다음날 오는 로켓배송 시대에 오는 민족이 아니던가?     

그러니 도서관에 오면 신간이 없고내가 읽고 싶은 책은 없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용자가 선호하는 도서만 구입할 수 없고( 소설, 에세에, 자기 계발, 금융, 재테크 등),     

모든 주제의 분야를 총망라해서 구입하다 보니 도서관에서 사는 책과 이용자가 희망하는 책은 격차가 없으래야 없을 수가 없다. 도서관에서 사지 않으면, 철학책은 누가 살 것이며, 이론서는 누가 살 것이며, 제3세계의 문학책은 누가 살 것인가? 도서관이 우리 집 나만의 서재가 아닌 인류 지식의 보관소임을 잊지 않아주셨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희망도서도 이용자에게 대출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에 생긴 서비스가 있다. 바로 '희망도서 바로대출'서비스이다.  이 제도는 도서관 회원이 원하는 책을 서점에서 바로 대출할 수 있어,     

이용자 만족, 희망도서 활성화, 공공도서관으로서의 이미지 제고 및 역할 다변화 등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이다. 또한 많은 도서관이 지역서점을 중심으로 진행함으로 대형서점이 아닌 지역서점을 살리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궁금하다면 자주 방문하는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자) 

              


++ 또 덧붙이는 글     

모든 도서관은 이용자에게 좋은 서비는 다 제공하고 싶다. 그렇지만 예산, 인력, 모기관의 관심은 도서관마다 천차만별이다. 이 부분이 이용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니 어떤 도서관은 허술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채찍도 중요하지만, 당근을 주는 건 어떤지?     

예를 들어, 시립도서관이라면 시청 홈페이지에 도서관이 정말 중요하고 이런이런 서비스를 제공해서 정말 좋으니 예산과 인력을 더 투자하면 좋겠다는 이런 어필을 해주신다면     

도서관도 늘고 관련 예산도 더 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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