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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치맘 Jan 15. 2022

기후먹거리 강사가 본 지구의 사주 풀이

인스타_@kkachi_cafe

<기후먹거리 강사가 본 지구의 사주 풀이>     

칠판에 파란색으로 동그라미를 크게 그린다. 지구다. 지구가 아프다거나 기후 위기니 어쩌고 하는 말은 이제 하두 들어서 상투적이기까지 한 걸 나는 알고 있다, 마치 오랜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을 매일 보면 투병이 일상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지구의 사주 풀이"     

반쯤 잠긴 눈으로 나를 보던 학생들도 사주 같은 풀이의 이야기들은 정신 번쩍했는지  눈이 말똥말똥 해진다. 기후위기로 인한 사회문제를 이야기 할 때는 늘 이 방법이 먹힌다. 지구 옆에 노란색으로 해를 그린다. 달도 그리고 새싹과 꽃들도 그려본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나와서 사람과 가축들도 지구 안에 그려보라고 한다. 그쯤되면 아이들은 키득거리고, 그림을 평가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집중력 속에서 수업은 성공적으로 시작된다.     

지구. 그 동그란 원 안에서 영향 받지 않고 사는 생명체가 있을까. 그 동그란 원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나는 이야기 하고 싶다, 이제는 금이 가기 시작한 지구의 이야기. 그 속에서 언제 금 밖으로 위험하게 노출될지 모르는 우리의 이야기들.     

낮이 오면 밤이 온다. 땅이 녹기 시작하면 봄이 오고 새싹들이 하늘로 뻗어오르면  여름이 온다. 뜨거운 땡볕은 늦은 장마의 영향으로 땅을 식히며, 낙엽이 어느 새 떨어지나 싶은 가을, 그러다 어느새 우리는 겨울의 눈을 밟고 있다.

지구의 삶은 인간의 삶과 아주 닮아있다. 아니, 지구에서 태어난 우리가 지구와 닮을 것이다. 자연의 흐름에 삶과 죽음이 있고, 거기에 지구와 인간, 그 안의 모든 생명체의 사주가 다른 형태로 표현되고 있지만, 결국은 같은 행로로 돌아가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자연의 흐름 속에 있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나는 동양철학과 오행을 배우기 시작했다.   


   "목-화-토-금-수"

목은 봄, 화는 여름, 토는 장마 ,금은 가을, 수는 겨울이라고 오행에선 말한다.      

우리가 손금을 보거나 사주를 보며 앞날을 예측하듯, 지구의 앞날을 볼라치면 지구의 손금을 봐야된다. 그 손의 금은 우리 조상의 삶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우리 조상들은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땅이 녹기 시작하면 농사 준비를 한다. 여름이 되면 여름의 기온에 맞게 곡식들은 익어간다. 가을이 되면 그 동안 정성스럽게 키운 작물들 수확하며 일거리가 없는 겨울을 대비해  소금으로 음식을 절이거나 햇볕에 잘 말려 보관했다. 농경시대에 농부들은 하늘과 별을 보며 자연의 마음을 이해했다. 선조들의 삶은 자연과 많이 닮았고, 자연의 순환속에서 자연과 함께 나란히 걸어가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자연의 순환, 자연과 인간의 상생"     

그것이 지구의 사주라 할 수있다. 상생 관계라는 울타리 속에서 서로 경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만큼 우리는 자연에게 도움을 주고 있을까. 자연은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의 먹거리를 생산해 주지만 상생의 균형에 맞지 않는, 인간만이 하는 소비는 자연의 순환을 파괴하고 있다. 우리의 소비 모습은 밤낮이 따로 없고, 지구가 생긴 이래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는 번쩍이는 중세의 왕들처럼 살고 있다. 그럼에도 남들보다 더 많이 누리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 붓고, 보이지 않는 욕망으로 보이는 것들을 갖고 맛보기 위해 매일 아침 지구에서 눈을 뜬다. 우리는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북극의 빙하는 녹고 있어도, 아마존 숲이 매일 조금씩 없어지고 있어도, 이삼년 사이 몇 개의 섬나라가 물에 잠긴다고 해도 우리는 즐거운 음식의 향락을 멈출 수 있을까? 마치 집을 파괴하는 연료로 만든 음식을 먹고 너무 맛있어 멈출 수 없는 아이처럼.

그럼 우리는 먹지 말고 살아란 말인가?


어느 순간 기후위기로 인한 먹거리를 공부를 하다가 동양철학을 공부하게 된 이유가 이것이다. 왜 우리는 왜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길들여진 먹거리체계를 가지게 된 것일까? 지금의 기후 위기 문제는 단순히 혀를 충족시키기 위한 음식을 먹고 그 외에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구에서 태어난 우리는 지구인이고, 우리의 환경은 지구가 아닌 곳이 없는데, 우리의 입맛은 별나라 음식을 좋아한다. 지구 너머의 맛, 중독의 맛, 그것을 먹고 즐기기 위해 화학조미료를 듬뿍 뿌린 음식을 먹고, 그 음식을 보석처럼 포장했던 플라스틱들은 지구에 쌓여간다. 별나라 맛의 즐거움을 생산하고 누리기 위해 케미컬을 쓰고, 자연을 베고, 공장들은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언제가부터 지구는 자연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이제는 지구에서 나는 음식들에서, 물에서, 바다에 사는 생선들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게 되었다. 음식이, 우리의 지구가 플라스틱화 돼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음식에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냐 없냐의 양분법이 아니라 앞으로 그것을 먹고 살 수밖에 없는 우리의 운명에 관한 것이다. 그 플라스틱은 먹거리 뿐 아니라 자연의 플라스틱화, 기후의 플라스틱화를 불러온다. 지구는 이 순간에도 플라스틱처럼 녹고 있고, 깨지고 있다. 지구의 운명은 플라스틱으로 변해가고 있다! 음식은 우리의 삶의 일부이고, 무엇을 먹던지 인간과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에 먹거리 체계를 변화하지 않는다면 신 재생 기술이 발달해도 단지 맛을 위한 먹거리를 쫒는다면 결국 기후위기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기후위기와 먹거리 수업을 하다가 어느 한 분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건강하나요?”     

여기서 당신은 결국 채식주의자의 논리를 듣고 있는 것인가 라고 물을지 모르겟다.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목적은 고기를 먹지 말아라가 아니라, 지금 당신이 먹고 있는 고기가 안전한 것인지 이야기 하는 것이다, 영향적으로든, 환경학적으로든 말이다.       


단순히 고기= 단백질로 보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단백질만이 좋은 영양소인가요? 단백질 이외에 좋은 영양소는  없나요?     


식물성 단백질에는 고기에 들어있는 아미노산 성분이 없기 때문에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개인의 음식 취향을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육류가 꼭 주식일 필요가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육류를 필요 이상 소비하다 보니 도살할 가축을 기르기 위해 따르는 배설물 처리, 사료 재배, 사료에 들어가는 방부제, 가축들의 질병 발생 억제를 위한 호르몬등 자연스럽지 않은 것들은 결국 지구를 아프게 한다. 그것이 기후 위기 문제로 연결되는 동안에도 가축을 기르고,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 동물의 서식처를 파괴하고 갈 곳을 잃은 동물들은 인간의 세계에 넘어와 여러 가지 바이러스 만들어 낸다. 지금 우리가 팬대믹 시대를 살아가는 것 또한, 인간의 욕심으로 채워진 일이다     

다시 한번 지구를 그린다. 그안에 살고 있는 우리, 그리고 동물들. 그들의 삶도 지구의 일부분이다. 나와 같이 살아가는 이 지구라는 집안을 오물을 버려서 더럽히지도 말아야 하지만, 같이 사는 가족들에 대한 존중도 필요한 것이다. 지구에는 우리만 사는 것이 아니다. 같은 곳을 쓰는 다른 생명들을 먹거리로만 대하는 우리는 얼마나 잔인한가. 그들이 사는 환경을 우리는 얼마나 끔찍한 호러영화로 만드는가.     


육계는 병아리를 한달도 안돼 몸집을 불려 도살을 하고,산란계는 A4용지 반 정도 사이즈 케이즈에서 평생 알만 낳는데 뼈질환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수평아리는 동물성 사료로 도살한다.공장식 축산에 길러지는 돼지는 어떠한가 태어나자 마자 마취도 없이 거세를 당하고 어미돼지와 바로 이별을 한다.극도의 스트레스로 서로를 공격하는 돼지도 생겨나는데 이를 막고자 돼지의 앞니를 뽑기도 한다. 보통 돼지의 수명은 10년 이상이지만, 6개월이면 우리의 식탁 위로 올라오는데 그들이 살면서 쌓아온 스트레스의 독성은 정말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 것일까. 그들의 몸에 흘러다니던 성장 호르몬, 방부제 섞힌 사료, 더러운 가축 환경속에 노출된 체 도축될 때 까지 버려졌던 그들의 몸을 우리에 몸에 편입 시킨다는건 그냥 눈 한번 꾹 감고 먹으면 되는 것일까.     


우리의 몸은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나는 지구의 사주라고 말하지만 지구의 기후라고 읽고 싶다. 그것은 우리의 먹거리부터 변화를 줘야 바뀌는 사주같은 것이다. 동양철학의 음양오행, 바꿔말하면 우리는 자연의 순환 속에 살고 있고, 영향을 받지만 그 순환을 깨는 기후변화나 환경오염은 생각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한쪽이 부서져가고 있는데도 신경쓰지 않고 혀에 좋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 형국이다.     


키득대던 아이들이 각자의 책상 위에서 도화지 위에 지구를 그리고 있다. 초록색 지구 안에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것들을 그려 넣고 있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아이들의 지구에는 가족들이 손을 잡고 서있고, 꽃과 나무, 귀여운 동물들이 모두 웃고 있다. 나는 아이들이 그리는 지구가 진정으로 늘 웃고 있길 바란다. 그 아이들이 커서 또 그들의 아이들을 낳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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