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맛있고 사장님이 친절해요
여름이 끝나간다. 수박도 제철이 지나 가격이 매우 비싸지고, 큰맘먹고 구매해도 맛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일주일에 세번씩 사먹던 수박으로 가득한 여름이 끝나간다.. 너무 슬프다. 슬픔을 달래기 위해 여름 휴가로 국내여행을 가기로 했다.
여행의 테마는 천체관측으로 정했다. 평소에 해가 지고 나면 별을 보러 다니고는 했는데, 이 기회에 별이 잘 보이는 명소로 찾아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천체 관측의 명소로 유명한 안반데기를 가기로 했다. 당일치기는 운전히 미숙한 관계로 어려울 것 같아, 1박2일 일정으로 강릉을 방문하기로 했다.
여행은 일정은 언제로 하는것이 좋을까? 별을 보는 것이 주 목적이기 때문에, 천체 관측에 최적인 날을 찾고자 했다. Astorover.com이라는 해외 사이트에서 별 관측에 좋은 조건이 정리되어 있었다.
최고의 별 관측 조건: 맑은 하늘을 위한 궁극의 가이드 (astrorover.com)
사이트에 따르면, 별 관측에 앞서 고려해야할 포인트는 3가지였다.
기상 조건: 습도 낮고 먼지가 적을 것, 구름이 적을 것, 습도가 낮을 것, 바람이 적을 것. 습도가 높으면 빛이 산란되고, 바람이 많으면 대기가 불안정해져서 별 관측에 좋지 않다고 한다.
위치 조건: 빛 공해가 적을 것, 고도가 높을 것, 탁 트인 곳을 찾을 것. 고도가 높을수록, 별과 나 사이에 공기가 적어 관측에 유리하다고 한다.
달의 상태: 초승달일 때, 월몰 후에 별을 관측할 것. 달이 작을수록 하늘이 어두워져 별 관측에 유리하다고 한다.
이전에 몽골 여행을 갔을 때에도, 달이 상태를 맞춰서 여행 일정을 짰던 기억이 났다. 아무래도 달의 상태가 별 관측에 매우 큰 영향을 줄 것 같아서! 달이 작은 날에 맞추어 일정을 짜기로 했다.
https://www.badatime.com/496-2024-09-01.html
달의 상태와, 달이 뜨고 지는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바다타임 닷컴이라는 사이트를 찾았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8월말 ~ 9월초가 달이 작고, 월몰이 빨라서 별 관측에 좋을 것 같았다. 달에 맞추어서 여행 일정은 8월 30일부터 31일까지로 정했다!!!
...?!
하지만 날씨가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https://www.accuweather.com/ko/kr/gapyeong-gun/223652/astronomy-weather/223652
아큐웨더라는 사이트에서, 선택한 지역의 날씨가 별 관측에 좋은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주고 있었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8월 말에는 구름이 많아서 별 보기에 좋지 않다고 나와 있었다. 그리고 비도 예보되어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 강릉을 가게 되면, 비가 오거나 날씨가 좋지 않게 되면,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을 것 같았다. 일행과 비상대책회의 끝에, 빠지를 간다면 비가 오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날씨가 좋으면 좋은대로 가평에서는 별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가평을 가기로 했다. 여행 당일까지 제발 날씨가 좋아지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기도가 이루어진건지, 여행 당일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기상예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행 전날에 이르러 사이트를 다시 확인해보니, 무려 별 관측에 이상적인 날씨라고 안내해주었다. 교회 열심히 나가야겠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금요일이 찾아왔다. 완벽한 금요일 여행을 위해 목요일까지 내내 열심히 야근했다. 상사에게 메일로 깃헙 링크와 작업 내용을 공유 드리고 나는 속시원하게 가평으로 탈출!!!
여행 당일, 청량리역에서 itx 청춘을 타고 가평역으로 향했다. Itx 청춘을 타고 회사 자판기에서 잔뜩 집어온 건망고를 먹다 보니, 순식간에 가평역에 도착했다. 가평역까지는 약 40분이 소요되었다.
가평역 바로 뒤에있는 쏘카존에서 쏘카를 대여했다. 50% 할인쿠폰을 먹여서, 24시간에 12만원 정도로 대여할 수 있었다. 렌트가 워낙 오랜만이다 보니 렌트료가 상당해서 당황했다. 하지만 택시비를 검색해보니, 일정 내내 렌트 대신 택시를 이용하더라도 비슷한 비용이 나올 것 같은 예감에 운전연습도 겸해서 렌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가평의 괴랄한 꼬불꼬불 도로를 열심히 달려서, 첫번째 행선지인 캠프통 포레스트로 향했다.
캠프통포레스트가 빠지 중에서는 가장 프리미엄인 것으로 보이고, 시설도 괜찮아 보이면서 어트랙션도 많아 보였다. 빠지 후기를 찾아보다보니 워낙 괴담이 많아서 가장 좋은 곳으로 가고 싶었다. 마침 마지막 시즌이라고 해서 30% 할인을 진행하고 있었다. 캠프통 아일랜드에서 가장 재밌다고 하는 워터타노스를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권으로 예약을 진행했다.
캠프통 포레스트 3줄 요약
별통천문대 펜션에서 자동차 약 30분 거리
기구가 다양 - 벤틀리, 타노스 등 다른 빠지에서 자주 볼 수 없는 기구들이 있다, 그러나 벤틀리는 조금 위험하다, 데크 관리가 잘되어 있음, 8월 말에 방문하면 대기 시간 기구 당 15분 이내
헤드기어/구명조끼/아쿠아슈즈 대여가 포함되어 있어 편리했음 (그러나 샤워실이 포함된 실내 락커는 1인 7천원, 수건 대여도 유료이니 집에서 챙겨오는 것이 좋음)
지난 시즌에서 불어난 살을 아직도 빼지 못했다. 몸이 너무 무겁다 보니 기구를 탈 때마다 튕겨나가지 않도록 손목에 힘을 너무 많이 주어서 인대가 조금 상한 것 같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손목이 조금씩 쑤신다. 빨리 살을 빼야겠다는 교훈을 얻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기구들은 다들 기대한만큼 재미있었다. 워터타노스는 급제동을 하거나 급코너링을 하면서 재미를 주는 기구였는데, 급제동을 할 때마다 물폭탄이 사람들 위로 떨어졌다. 그냥 물을 뒤집어 쓰는 수준이 아니라 망치로 뒤통수를 후려치는 것 같은 충격이였다. 다른 기구들을은 적당히 물이 튀는 수준이었는데, 워터타노스를 타고 나니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되었다. 그래도 재밌었다!
벤틀리도 비슷하게 배를 타는 어트랙션이었다. 맨 뒤가 무섭다고 해서 앞자리에 앉았는데, 기사님이 앞자리 양 끝에는 남자가 앉아야 된다고 안내를 주셨다 이때부터 무언가 잘못된걸 느꼈다. 출발 직전에 배 모서리에 머리를 박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시고(???), 곧 배가 출발했다.
받은 경고도 있고 하다 보니 앞의 핸들을 죽어라 꽉 쥐었는데도, 첫 급제동에서 몸이 튕겨나갔다. 진짜 모서리에 머리를 박을 뻔 했다.. 기사님이 머리 방금 박을 뻔 했으니 더 주의하라고 안내를 주셨다.. 이때부터 주행이 끝날 때 까지 온몸에 힘을 주고 버텼는데, 그래도 너무 힘들었다.(ㅠㅠ) 제동할 때 마다 옆으로 몸이 쏠리다 보니 일행이 내 무게를 받아주다가 조금 다친 것 같았다. 미안했다. 다시 간다면 벤틀리는 절대 안탈 것 같다.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앞자리만 피하면 괜찮을듯 하다).
그 외에도 플라잉피쉬를 잔뜩 기다리다가 탔는데, 바람이 부니 웬만하면 남남 여여로 무게를 맞춰서 타달라고 하셨다. 우리는 30kg 넘게 차이가 날 것 같은데.. 기구가 뒤집어질까봐 너무 두려웠다. 두려움에 떨면서 기구를 탑승했는데, 너무 지레 겁을 먹었는지 막상 기구는 기대보다는 심심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기구를 다 타본 것 같다. 출발드림팀같이 물 위에 바람넣은 기구들을 띄워놓은 구역도 있어서, 잔뜩 빠지면서 열심히 놀았다.
물 안에 해초가 많고 조금 녹색이 많아 보여서 빠지고 싶지 않았는데, 한번 빠지고 나니 정신이 나가서 정신없이 마구 빠지면서 놀았다. 정말 재미있었다. 이나이먹고 이렇게 열심히 논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물놀이를 마치고 빠져나올때는 정말 탈진 일보직전이었다.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빠지 탐험을 마친 후에는 가평 하나로마트 설악점으로 향했다. 규모가 꽤 되어서 기대했는데, 고기 종류는 생각보다는 적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좀 호화로운 바베큐를 해보기로 정했기 때문에, 돼지고기는 고르지 않고, 양갈비 400g, 소고기 갈비살 200g, 소고기 업진살 200g과 칼바사소시지를 챙겼고, 감바스를 바베큐로 해보고 싶어서 블랙타이거새우랑 흰다리새우를 챙겼다. 감바스를 위한 버터, 올리브유, 마늘도 챙겼다. 페페론치노는 여행 전날 밤에 쿠팡에서 시켰는데, 다음날 새벽에 도착해있었다. 정말 쿠팡만세다.
이외에도 과자랑 음료수를 챙겨서, 숙소로향했다.
하나로마트 3줄 요약
빠지에서 자동차 약 10분 거리
주차장 여유 있음
한우/돼지고기 신선하나 수입 소고기는 없음, 소스/야채 다양함, 과자는 대용량 위주, 블랙타이거 새우 추천, 페페론치노나 향신료는 미리 쿠팡으로 배송해서 챙겨가는 것이 좋을듯
숙소는 별통천문대펜션으로 정했다. 하나로마트에서는 차로 15분정도 걸렸다. 가는 길이 좁고 꼬불꼬불해서 조금 두렵긴 했다. 이번 여행에서 내 운전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 같기도 하다.
이 숙소로 정한 이유는, 가평으로 여행지를 변경하자는 논의를 진행하던 중, 일행이 무려 천체관측을 제공하는 숙소가 있다고 해서, 거의 고민하지 않고 바로 이 숙소로 진행하게 되었다. 천체관측이 주된 테마였던 우리에겐 최고의 선택지였다.
숙소 에어비앤비 링크
별통천문대_301 (2~4명) - 가평군의 펜션(한국)에서 살아보기, 경기도, 한국 - 에어비앤비 (airbnb.co.kr)
별통천문대_302 (2~4명) - 가평군의 게스트용 별채에서 살아보기, 경기도, 한국 - 에어비앤비 (airbnb.co.kr)
별통천문대_201 (4~8명) - 가평군의 주택에서 살아보기, 경기도, 한국 - 에어비앤비 (airbnb.co.kr)
호실별로 에어비앤비 링크가 따로 있다. 소규모 인원에게는 301호가 제일 좋다고 강력 추천해주셨다(테라스 있음).
우리는 302호에서 묵었는데, 바깥 풍경이 다 보이는 거대한 외창과, 엄청 널찍한 공간이 우리를 매료했다.
별통천문대 펜션 8줄 요약
금토 성수기 기준 1박 19만원(에어비앤비 말고 전화 예약 시 수수료 제외한 금액으로 예약 가능)
빠지에서 자동차 30분 거리, 길이 좀 꼬불꼬불하긴 하지만 초보운전도 조심하면서 다닐만 함, 배차가 좀 길지만 바로 앞까지 다니는 마을 버스도 있음
외관 - 아주 관리가 잘된 푸른 잔디밭, 비스듬한 구조라서 자동차 가지고 들어오는 입구 기준으로 2층이고, 총 3층 높이임
룸 컨디션 - 침구류가 아주 깨끗(당일에 깔끔하게 모두 청소해주신다고 한다), 부엌에 어지간한 도구들도 다 있음, 에어컨/선풍기 있음, 화장실 아주 깨끗(수건도 많고, 샴푸/컨디셔너/바디워시 구비되어 있음), 층고가 아주 높아서 개방감이 있음, 302호는 넓은 창이 있어서 풍경이 아주 좋음, 상에 둘러앉아서 과자 먹으면서 얘기 나누기 좋음, 방 바로 앞에 티 테이블이 있어서 바람 쐬면서 자연 구경하기 편리함
바베큐 - 2인 2만원 세트, 시간 맞춰서 말씀드리면 사장님께서 미리 준비해주심(20분 소요), 화력이 정말 좋음, 캠핑 의자도 편안함, 사이드에 익은 고기 둘 수 있게 호일로 셋팅 해주시고, 바베큐에 필요한 물품도 가지런히 세트로 준비해주심(일회용 수저/그릇,/컵, 키친타올, 가위, 집게, 소금 등), 바베큐 끝나고 불멍할 수도 있다(다만 장작은 개인 지참해야 하며 하나로마트에서 1박스 12,000원)
2층 카페 - 방문객 아무나, 아무 때나 칠 수 있는 피아노와 기타가 있다, 비틀즈 dvd, 축음기, 달 사진, 스킨스쿠버 사진 등 사장님의 취향이 담긴 인테리어, 아침에 요청드리면 커피도 내려주신다(꼭 드세요)
천문대 - 1인 10,000원, 약 1시간 소요, 사장님께서 직접 천체 망원경을 만드시는 전문가이심, 직접 20분 가량 별자리 찾는 법, 우주에 대한 소개 등을 강의해주시는데 너무 재밌고 귀에 쏙쏙 들어옴, 2층으로 올라가면 진짜 전문 천문대가 있음, 돔이 움직이고, 고급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자동으로 원하는 별자리로 천체망원경이 이동함, 레이저로 별을 하나씩 짚어주시면서 아까 종이로 배운 별들을 보여주심, 날씨가 맑았던 8월 기준 목성/토성/쌍성/플레이아데스/안드로메다/백조자리/북극성/카시오페이아자리 등을 관측할 수 있음, 토성 고리도 보임, 반응이 좋으면 사장님께서 더 다양하게 보여주심, 1시쯤 목성을 볼 수 있다고 하셨는데 우리가 안 자고 깨서 목성도 보여주심, 진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고 친절하고 유머러스하심, 낭만 있고 열정이 느껴짐
친절한 사장님 부부 - 사장님과 사모님께서 정말 친절하시고 여유로우심, 하나하나 다 챙겨주시고 진심으로 대하시는 것이 느껴짐, 그리고 귀여운 강아지도 세 마리 있음
지도 상으로 보면 너무 외진 곳이 아닐까 걱정되지만, 막상 동네에 들어와서 보니 소형 주택들이 모여 있는 아기자기한 동네였다. 바로 앞까지 오는 마을버스도 있었다! 하나로마트 설악점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거리라서, 마트와의 접근성도 정말 좋았다.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7시 정도였고, 사장님께서 아주 친절하게 반겨주셨다.
바베큐를 어디에서 할거냐고 여쭤보셨다. 건물 2층에도 바베큐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있어서, 테라스 같은 공간에서 바베큐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바베큐는 마당에서 하는 바베큐가 진짜배기라고 생각했기에, 사장님께 1층에서 진행하겠다고 말씀 드렸다. 준비에는 20분 정도가 걸린다고 말씀 주셔서, 20분동안 바베큐에 사용할 재료 손질과, 빠지에서 얻어온 피로를 깨끗한 물과 샴푸로 씻겨보내는 시간을 가졌다.
마침내 이번 여행의 1차 하이라이트 바베큐가 시작되었다. 집에서 바베큐를 위해 가져온 몬트리올시즈닝, 바질, 맛소금, 후추, 시나몬 등 양념을 잔뜩 챙겨왔다.
사장님께서 단순히 불만 주시는 게 아니라 감성 있게 캠핑 의자, 테이블, 무드등과 함께 필요한 물품도 전부 빌려 주셨다. 일회용 수저, 그릇, 컵, 키친타올, 가위, 집게, 소금 등 완벽하게 준비해 주셨다. 특히 사이드에 익은 고기 올려둘 수 있게 호일로 감싸주셔서 감동이었다.
바베큐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양갈비도 맛있었고, 소고기들도 당연히 맛있었다. 가장 최근에 동기들과 갔던 여행에서는 불이 너무 약해서 고기를 굽느라 너무 고생했었는데.. 불이 정말 활활 올라와서 고기를 굽기 너무 편했고 고기맛도 최고였다.
불판 구석에는 하나로마트에서 감바스용으로 구매한 은박접시를 올려두었다. 여러 레시피를 열심히 참고해서 만든 감바스였는데, 일행이 맛있게 먹어주어서 다행이었다. 감바스를 먹고 남은 양념에는 타이거새우를 통째로 넣어서 튀겨 먹었는데, 이 또한 반응이 아주 좋았다. 내가 먹기에도 껍질채로 바삭하게 잘 튀겨졌고, 페퍼론치노의 매콤한 맛도 가미되어서 아주 맛있었다. 기름이 잔뜩 배어서 아주 칼로리 폭탄이었겠지만, 미래의 내가 운동으로 소모해줄것이라 믿고 열심히 먹었다.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던 차에, 사장님께서 오셔서 10시부터 천체관측을 시작할테니 열심히 먹고 열심히 불멍하고 오라고 하셨다. 불멍용으로 하나로마트에서 1.2만원을 주고 장작을 구매해 왔었는데, 먹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불멍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천체관측이 더 기대되는 메인 이벤트였기 때문에, 불멍은 포기하기로 했다.
10시가 되어 사장님께 전화를 드리니 우리를 지하로 안내해주셨다. 지하에서는 귀여운 댕댕이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댕댕이를 아주 열심히 귀여해주고 있다가, 사장님이 방으로 들어오라고 하셔서 방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는 처음 보는 별세계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천체관측에 들어가기 전에, 사장님께서 우주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과. 별을 관측하기 위한 교육을 진행해주셨다.
교육에서는 여름의 대삼각형과 가을의 대사각형이라는 걸 배웠고, 여러 별자리를 기준으로 북극성을 찾는 방법, 은하수의 위치를 찾는 방법 등등을 알려주셨다. 너무 신기했다.
평소에는 skaywalk 앱을 켜놓고, 별을 찾으러 다니면서 저게 헤라클레스 자리다, 저게 카시오페아자리다 정도의 지식만 있었는데, 이렇게 본격적인 세계를 접한것은 처음이었다.
뿐만 아니라 교육을 진행해주신 곳이 사장님께서 천체망원경을 연구할때 사용하시는 작업실이였는데, 정말 살면서 이런 곳에 직접 들어올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신기한 공간이었다. 애니메이션에서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사용할 것 같은 온갖 기계가 가득한 공간이었다. 사장님께서는 얼마 전 까지는 천체망원경을 제작 판매하는 사업을 하셨다고 했다. 나는 정말 계탔다 싶은 심정이 되었다. 너무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천체관측이라고 해서 조그만한 망원경 정도로 하늘을 보는것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정말 천체관측의 전문가로부터 강의를 받고, 본격적인 천체관측을 하게 되었다..!!
천체관측을 위해 건물 옥상으로 이동했다. 이미 한분이 노트북과 거대한 천체망원경을 끼고 하늘을 관측하고 계셨는데, 사장님 지인 분이라고 하셨다. 지인분들께서 별을 관측하러 자주 놀러온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레이저포인터로 교육때 설명해주셨던 별들을 하나씩 직접 짚으면서 설명해주셨다. 말로만 듣는것과 실제로 레이저로 짚으면서 보는 것은 정말 달랐다. 그냥 여러 점으로만 보이던 별들이 그림으로, 규칙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백조자리가 너무 신기한게 정말 뚜렷한 십자 형태였다. 백조자리의 머리 부분이 알비레오이고, 그 근처의 밝은 별 두개가 베가, 데네브 그리고 이 세개의 별을 이은 것이 여름의 대삼각형이었다.
그리고 이제 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이 오다 보니, 가을의 별자리인 가을의 대사각형도 동시에 관측이 가능했다. 페가수스자리가 가을의 대사각형이라고 하셨다.
사장님께 배움을 얻고 나니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에 커다란 삼각형이랑 사각형이 떠 있는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했다.
여름의 대삼각형을 이루는 백조자리의 머리 부분에서 쭉 직선을 그으면 은하수를 찾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오늘은 날씨가 조금 좋지 않아 은하수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다. 정말 아쉬웠지만 다음에 다시 가서 꼭 봐야지.
사장님께서 옥상 중앙에 있는 작은 건물로 우리를 인도해주셨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는데, 거대한 천체망원경이 있었다. 무려 천문대가 펜션 옥상에 있었던 것이었다..!!
예상치도 못했던 초거대 천체망원경의 등장에 우리는 정말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천문대의 돔이 자동으로 열리고, 회전하기까지 했다. 이름만 천문대가 아니라 제대로된 천문대였다.
첫번째로는 토성을 관측했다. 인터넷에서나 보던 토성을 실제로 보니까 정말 너무 신기했다. 지금은 매년 지구에서 보이는 토성의 각도가 조금씩 달라져서, 지금은 토성의 고리가 수평으로 보인다고 설명해주셨다. 그래서 고리 형태가 일직선으로만 보여서, 조금 아쉽다고 하셨다. 우리는 그런거 모르겠고 그냥 너무 신기하고 좋다 싶었다.
구글에서 주워온 사진인데, 이 사진과 비슷한 화질로 토성을 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안드로메다 은하를 관측했다. 보려고 하는 천체가 바뀔 때 마다 망원경이 자동으로 이동해서 천체를 찾는 게 정말 신기했다.
제27회 천체사진공모전 수상작 발표- 대상에 공양식의‘안드로메다 은하 24시’ 선정 | 보도자료 | 고객참여 | 한국천문연구원 (kasi.re.kr)
천체사진공모전에서의 안드로메다은하는 이런데, 우리가 본 은하는 이렇게 생기지는 않았다. 그냥 뿌연 먼지같은 뭔가 있는건가 싶은 구름같은 형상이였는데, 이게 안드로메다라고 설명해주셨다. 마냥 신기했다.
그 다음으로는 여름의 대삼각형을 이루는 알비레오를 관측했다. 알비레오는 쌍성으로, 붉은색과 푸른색의 두개 별이 서로를 빙빙 도는 형태라고 하셨다.
백조자리, 알비레오 | 포토갤러리 전체 | 고객참여 | 한국천문연구원 (kasi.re.kr)
천체망원경으로 두개 별의 색깔이 분명하게 구별되었다. 붉은색과 푸른색 별 두개가 붙어있었는데, 정말 다른 색의 별 두개가 이렇게 붙어있는게 정말 신기했다.
이 이후로는 쌍안경으로 플라이아데스 성단도 보여주셨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푸른색 별 여러개가 모여있는 성단인데, 오히려 넓찍하게 보는게 더 이쁘다고 쌍안경을 건네 주셨다. 물음표 모양으로 별이 모여 있는게 정말 신기했다.
플레이아데스성단(M45) | 포토갤러리 전체 | 고객참여 | 한국천문연구원 (kasi.re.kr)
목성은 새벽 1시부터 볼 수 있다고 하셔서, 방에서 쉬다가 새벽 1시에 다시 나와서 목성을 봤다. 목성은 정말 밝았다. 밝고 동그란 구체가 일렁일렁거렸고, 중간중간 흐릿하게 무늬같은게 보일락 말락하는 느낌이라서, 기분탓인거냐고 여쭤보니, 정말 보일락 말락 보이는 거라고 말씀 주셨다. 대기때문에 별이 일렁거리듯이 보이는 거라고 설명해주셨다.
First ever of jupiter : r/telescopes (reddit.com)
딱 이런 느낌으로 보였다.
작은 망원경으로 휴대폰 앱을 조작해서 천체의 사진을 찍어주시기도 했다. 고리성운이라는 천체인데, 첨부한 사진처럼 또렷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형태에 색깔도 식별이 가능한 정도의 퀄리티였다. 정말 신기했다!! 어플리케이션에서 대표적인 천체들의 버튼이 있어서, 그 버튼을 누르면 망원경이 움직여서 천체를 찾고, 사진을 장노출로 찍어주는 식이였다. 너무 갖고싶었다...!!!
마지막으로는 별 사진 편집하는 시연도 보여 주셨다. 정말 너무 신기한것으로 가득해서 꿈과 같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별을 보려고 달이 없는 날을 골라서 왔다고 말씀 드렸는데, 오히려 반달이나 초승달일때 와야 한다고 말씀 주셨다. 달을 관측하는게 진짜 감동적인 컨텐츠라고, 달이 있는 날에는 달 크레이터를 또렷하게 관측할 수 있다고 말씀 주셨다. 다음에는 초승달일때 오겠다고 말씀 드렸다.
숙소로 돌아오니 새벽2시 정도였는데, 하루 종일 너무 열심히 놀아서 바로 곯아떨어졌다.
아침에는 태양 관측을 해주시기로 하셨었는데, 우리도 늦잠을 자버렸고, 여사장님께 여쭤보니 새벽까지 별 관측하시고 주무시고 계시는 중이라고 하셨다.
사장님께서 커피를 내려 주셔서, 커피를 마시면서 어쩌다가 가평에 펜션을 열게 되셨는지 사장님 부부의 인생사를 듣게 되었다. 정말 본받고싶은 멋있는 부부셨다.
다음에 꼭 재방문하겠다고 말씀 드리고, 불멍하는데 사용 못한 남은 장작을 혹시 드리면 쓰실 수 있냐고 여쭤보니, 두고 가면 다음에 재방문했을때 사용하게 해주겠다고 하셔서 꼭 다시 오겠다고 말씀드렸다.
정말 올해 최고의 경험이였다고 단언할수있는 최고의 1박 2일이었다. 올해 안에 꼭 한번 더 와서 다음에는 꼭 은하수를 직접 두눈으로 보고 싶다. 별 보기 좋은 날씨가 되면 바로 달려와야지!!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다른 분들도 가평 근처 놀러갈 계획이 있다면 꼭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린다!!
친절한 사장님 부부와, 넓고 깨끗한 숙소, 멋진 바베큐, 그리고 멋진 천체 관측 체험은 평생에 남을 추억을 만들어줄게 분명하다!!
마구 후기썼으니 이제 자러가야겠다!!! 꿈에서도 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