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지유진》의 편집장 "이와사 도오루"가 만들었다는 '사토야마주조 료칸'을 "버킷 리스트" 목록에 살포시 추가한다.
-사토야마주조에 흐르는 공기와 시간은 여유롭다. 충분히 여유롭다. 이렇게 정직하고 정중한 료칸은 본 적이 없다. -는 믿을만한 이의 후기 때문에라도
별 기대 없이 영화'남과 여'를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순전히 배경 때문이었다. 핀란드의 겨울!!
2012년여름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를 여행할 때 한여름인데도 그곳은 초가을처럼 서늘했다.
"핀란디아"의 작곡가 "시벨리우스 공원"
북유럽의 겨울은 어떤 모습일지 자못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해소가 되는 기분이었다.
아름다운 설경, 쭉쭉 높이 뻗은 자작나무들, 그 숲 속에 위치한 사우나.. 충분히 아름다운 영상들!!
주인공 전도연과 공유는 장애가 있는 자녀들을 핀란드에서 교육시키며자녀들의 문제로 아픔을 겪고 있었고, 그로 인한 내면의 상처에서 기인한 아픔을 보상받듯 사랑에 빠진다.
그들의 사랑의 배경도 사우나였다.
핀란드 사람들에는 손님과 함께 사우나를 하는 것이 커다란 환대란다.
계절이 바뀌거나 인생의 커다란 전환기-예를 들면 내일 결혼식을 앞둔 신부-에 반드시 사우나를 한다.
달구어진 돌에 물을 끼얹고 사우나 온도가 급속도로 90도 가까이 올라가면 자작나무 다발로 몸을 두드리고, 잠시 후 사우나 밖으로 나가 자연과 하나가 되어 몸을 식힌다.
또다시 사우나에 들어가 몸을 달구고, 밖으로 나갔다가를 반복한다는데, 목욕탕에서온탕과냉탕을 번갈아 왔다 갔다 할 때의 상쾌함과 비슷할 것 같다.
폭설로 길이 마비되고, 백야로 암막커튼을 치지 않으면 잠을 못 이룰지라도, 어느 눈 오는 날 핀란드에 가고 싶다."버킷리스트 추가"
비싼 시간과 돈을 지불하며 음악회나, 전시회장을 찾는 이유는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감정의 온도가 훨씬 뜨겁기 때문인 것처럼,여행 또한 유일무이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에포기할 수 없다.
낯선 곳이 늘 궁금해서버킷리스트의 여행 추가 목록은 늘어만 간다.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오늘 같은 날은 동네 목욕탕을 찾고 싶다.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가며 몸을 불린 후, "몇 번~~"이라 큰소리로 외치시는 쇄신사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냉큼 달려가 푸른 침상에 누워 불린 때를 미는 호사를 누리고 싶다. 밥알 동동 식혜도 마셔가면서..
정체모를 바이러스 탓에 료칸도, 사우나도, 동네 목욕탕을 찾는 일도 언감의 생심이다.
아! 젊은 시절에 그 젊음을 만끽하시오. 따분한 것들에 귀 기울이느라 황금 같은 시절을 허비하지 말아요. 당신의 인생을 어리석고 흔해 빠진 저속한 것들에 내줘서는 안 되오. 삶을 살아가시오. 당신에게 주어진 멋진 삶을 살아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의말이 더욱 사무치게 와 닿는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