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떡 일어나려다 침대의 따뜻한 온기에뭉기적 거리면서 "내가 정말 그만두었구나"를 실감하던 몇 해 전3월 1일은 30여 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맞이하는 -느긋함과 정말 출근을 안 해도되나싶은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인-첫날이었다.
"지금쯤 입학식 준비로 정신없겠구나"
"담임교사 발표 때는 학생들의 환호의 함성과,탄식의 한숨이 교차하겠구나"
몸은 집에있는데도, 머리로는 바쁘게시간대별로학교 상황에접속해있는스스로를 발견했다.
여고동창들이 고맙게도 밥을 사준 데서,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인근의 백화점에서 점심을 먹는데깔끔한 인테리어와, 화기애애한 수다와, 맛있는 요리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평일 대낮의 느긋한 점심이어찌나 자유롭던지, 그날의 기분은 쉬이 잊히지 않는다.
그 좋다는-남들이 말하는-교직생활에서 왜 명예퇴직을 했냐고 누군가가 물으면 밥을 천천히 여유 있게 먹고 싶은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말하곤 한다.어떤 이는 "뭐야?배부른소리 하네"라고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혈기왕성하고 에너지 넘치는 중, 고등학교의 점심시간은, 선생님들이 교대로 식사지도를 해도 적당한 웅성거림과 새치기와 눈치껏 한번 더 먹기도 공존했다.
식당이 없는 학교에서는 교실 배식을 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담임교사도함께 식사를 한다.
빛의 속도로 밥을 마시는 학생들과 교사가 식사 속도를 맞추는 일 또한,하버드대에 합격하는 일보다 어려운 일이다.빨리 치우고 놀고 싶은급식당번 아이의 눈치가 보여서도 그렇고, 복도를 지나다니며 교실 안을 힐끔거리는 다른 반녀석들의 시선 때문에라도..느긋한 식사는 이래저래 무리다.
요즈음학교의 점심시간은 거리두기로 대화도 못하고 묵묵히 밥만 먹는다니, 억눌림의 기억을 추억으로 갖게 될까 봐너무도 짠하다.
새로운 일상의 시작
문화센터에 등록해서 강의도 듣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여행도 하고, 커피도공부하면서 주어진여유시간을나름 알차게 보냈다.
백화점문화센터는 강사진도 좋고, 강의 내용도 알차지만 인원 제한이 있어서 잽싸게 수강신청을 하지 않으면원하는 강의를 듣기 힘들다는 사실도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딸은 바쁜 회사생활에도 엄마를위해 명퇴 기념 여행을 선물해줬다.
춥고 덥고 비쌀 때만 여행을 하다가꽃피는 4월에
주황색 지붕에 꽂혀 떠났던 딸과의 크로아티아 자유여행!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운 도시 '스플리트'에서 '두부르부니크'까지는 렌트 차량으로 이동을했는데,
순간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실현되고 있음을느꼈다.《오픈카를 타고 지중해 연안을 스커프를 흩날리며드라이브하기》
오픈카가 아니어서 스커프를 흩날리지 못할지라도분명히 지중해 연안을 달리고 있다는 사실에 전율했다.
"말하는 대로원하는 대로"삶이 흘러갈 확률이 높다고믿는데, 실제로 원하는 많은 일들을 이루었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생두를 직접 로스팅해서 커피가 맛있기로 유명한 카페에서 점 드립으로 커피 추출하는 법을 배우며
손님들이 오면 서빙도 했는데, 대접받는 매너의 짧은 순간에서 사람들의 품격을 판별할 수 있음도 경험해 보았다.
텔레뱅킹이나 인터넷뱅킹으로 계좌이체를 하다가 서류가 필요한 은행업무에서 인생 2막을 고민하게 될 줄이야..
인적사항 난에 직업을 쓰라는데서 '주부라고 해야 하나?'늘교사였는데, 이제는 내가 어떻게 불리어야 하는 거지? 하는 물음을 갖게 되었다.
후배와 이야기를 하는데, 나중에 좀 더 나이가 들면 시니어모델을 하고 싶다는 거다.나도 모델이 멋지다는 생각을 했었지만,"무대 위에서의 멋진 아우라와일자 워킹"밖에모델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했다.
일단 저지르는 성격이라 "우리 한번 알아볼까?"
로 시작된 모델의 세계!
그 당시 강남구청역에 위치한 아시아모델협회는
서울시에서 후원하는 365 프로젝트-분기별로 젊은 모델들을 발굴하고 공부시켜서 패션쇼에도 서게 하는-를 진행 중이었다.
그렇게 키가 크고 개성 넘치는 젊은 남녀들이 몇십 명씩 모여있는 상황을접한 경우는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앗 모델이다" 탄성이절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