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내가 상상하던 부부의 모습은 아이를 낳아도 우아하게 나를 꾸미고 패션도 놓치지 않으며 남편과의 다정한 시간 또한 여전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결혼해서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이 내 인생을 얼마나 통째로 흔들어 제끼는지도 모르고 사랑에 콩깍지가 씌어 눈에 베는 게 없어 결혼하고 애 낳고 살다 보니 지금의 인생 정거장에 다다랐다. 하긴 미리 알았더라면결혼이라는 열차에 쉽게탑승하지 못했을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생각해 보니그 언젠가 비혼주의자를꿈꾸었었던적이 있었다. 누군가를 책임지기보다 나에게 더 집중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결혼해서 애 둘을 낳고책임져야 할 일들을 양 어깨에 짊어진 기혼여성이 되었다. 유부녀의 삶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심파가 따로 없었다. 상상 속 모습은 우아했지만 현실 속 모습은 모유와 침 범벅 된 목이 늘어난 수유티를 입고 머리는 늘 산발에 젖가슴을 동네방네 광고하는 짐승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신생아에 맞춰 먹고 자고 싸고 인간의 본능만이 나를 살아가게 했다.
내가 미혼이었을 때 이런 모습의 엄마들을 보면 "나는 저렇게 안되야지"라고 감히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게 내 미래인 줄도 모르고 오만방자한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림은 현실의 나를 위로한다. 내가 꿈꾸었던 모습의 나를 그릴 수 있다. 어느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누구라도 작은 캔버스 안에서 자기 마음대로 자기 의지대로 자기 자유대로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 대로 그려낼 수가 있다. 그 모습이 현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그리는 동안 느끼는 행복감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