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
원통보전에서
- 할머니
박 노 빈
1
낙산사 원통보전
관세음보살의 대 전당
할머니를 만나서 삼배를 올렸다
지금도 눈물이 난다
관세음보살을 억조 번 외서
- 억조보살
로 불리던 분
2
정삼품 정언 벼슬을 하신 아버지를 둔
백암면의 광산김씨 연당 집 외동 따님
유독 나에게만 온통 사랑 주머니를 열다
3
열세 살에 어머니를 잃고 하늘이 무너졌으나
부처의 더 큰 사랑을 실천으로 보여주신 분
4
이곳에서 본 의상대사의 존영
선묘의 사랑이 풍랑 속 배를 떠받치는 용이 되었네
걸인부터 공주까지 뻗친 원효의
- 관세음보살
어제 만난 원효와 오늘 보는 의상이 내 맘에서 악수를 하네
5
오금이 저리는 가장 깊은 절벽 사이에 해우소가 있었다는
낙산사에서 해우를 하고, 의상대 절벽 아래에서 비상한 비상을 보여주는
커다란 날개의 부엉이를 처음 보았다
절벽을 채우는 날개 크기에
지나는 이들이 모두 환호한다
저승에서 날다 낯선 나라에서 날아보는 수줍고 느린 비행
올빼미는 많이 보았을 테니
겨울밤 늘 듣던 노래
삼수갑산 숨어살던 이 저승 가수의 얼굴을 구경하라고 절벽에서 절벽으로 정해진 항로를 따라 옮겨 앉으며
오늘 처음 보는 이들을 붙들어 매다
6
천야만야한 절벽 사이 칡넝쿨에 매달린 인생들
그 넝쿨마저도 쥐가 갉아먹고 있는 찰나의 생이여
설총과 태백산맥의 탄생을 견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