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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범수 Jun 11. 2023

작심삼일

글이 멈춰버린 이웃과 관심작가

오랜만에 본가에 왔다. 자취방과 달리 본가에서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TV와 노트북, 휴대폰 세 개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 여러 프로세스를 스케줄링하는 컴퓨터 CPU 마냥, 각각 영상물과 웹서핑, SNS에 번갈아 관심을 준다. 자취방과 비교하면 TV만 추가된 셈인데, 노트북의 역할이 영상물 시청에서 웹서핑으로 바뀌는 것이다. 포스팅하는 현재 또한, TV로는 하트시그널을 보고, 노트북으로는 브런치를 하며, 휴대폰으로는 친구와 카카오톡을 하고 있다.


방 안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파리처럼, 나의 마우스 커서도 재밌는 것을 찾아 화면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다 나의 화면이 멈춘 곳은 '네이버 블로그'. 한 2년 전쯤 전에 반짝 열심히 했었는데(게시글이 그래도 90개 정도 있으니..?) 다시 찾은 것은 오랜만이다. 텍스트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브런치를 시작하고, 초기에는 브런치와 병행하다가 이제는 브런치만 (눈팅)한다.

처음에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며칠 동안은 '대학생'을 검색한 뒤 최근에 글을 쓴 사람을 찾아 모두 이웃추가를 했다. 또래와 소통을 하고 싶기도 했고, (이웃이 많은) 블로그를 포트폴리오로 사용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이웃된 사람은 거진 천 명. 파워 블로거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이웃이지만, 가까운 사람들과만 소통하고자 하는 블로거에 비해서는 과하게 많은 숫자이다. 당시에는 이웃새글을 보면 그 글의 수가 읽지 않고 '공감해요'만 누르기에도 벅찼는데, 오늘 본 이웃새글의 양은 제곱근도 되지 않는다. 브런치도 다르지 않다. 지금 내가 구독하고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1년 전에 구독 버튼을 누른 사람인데, 애초에 관심작가 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때와 비교하면 새 글의 수는 매우 적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여전히 블로그와 브런치에서 새 포스팅을 하는 사람은, 당시에도 몇 년 동안 그것을 해오며 많은 글을 보유했던 사람들이었다. 나처럼 열정이 불타올라 막 새롭게 시작해, 이웃과 관심작가가 됐던 사람들은 작심삼일이 되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무엇이든 꾸준히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내가 하는 유일한 꾸준함, '출근' 하나조차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 올해 초에서 브런치를 정기적으로 써보자 다짐했었는데 한 두 개의 포스팅으로 끝났고,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지금 쓰는 포스팅조차 새로운 올해의 두 번째 다짐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 다짐도 작심삼일로 끝날 것이라는 것을. 나에게 포스팅을 하라고 외적동기를 부여해 주는 사람은 없으며, 내적동기만으로 나태해지는 것을 극복할 수 없는 나에게,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어쩌면 작심을 자주 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

올해 작심을 열 번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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