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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bee Oct 24. 2023

로또은 낙첨되었지만 난 행운아야

지난 주 엄마네 가는 길에 생각해보니 지난 밤 똥을 뒤집어 쓰는 꿈을 꾼 듯해 평소에는 사지않던 로또를 무려 2만원어치나 구매해버렸다. 심지어 그 중 한 장은 왠지 수동으로 하고 싶어서 직접 수기로 숫자를 골랐다. 왠지 16번이 나올 것 같아 넣어보았지만 역시는 역시 역시지. 그게 될 리가 있나. 재미로 볼 때는 소소하게 5천원이라도 되던 것이 이번엔 4장 모두 낙첨이 되었다. 일말의 실낱같은 기대라도 했던 내가 바보지. 주식을 샀다면 원금은 챙겼으리라.. 


최근 많은 곳에서 꽤나 적극적으로 세상의 모든 성공은 '운'이 강하게 작용하고 그 힘을 인지하고 사는 사람에게는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고 있다. 운칠기삼. 옛 선조들은 이러한 운의 법칙이나 작용을 현대의 데이터적인 분석없이도 어떻게 발견해냈을까? 비록 로또는 떨어졌지만 내가 왜 행운아인지 내게 작용했던 많은 크고 작은 행운들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1. 나는 어릴 적부터 큰 욕심이 없었다. 이건 외동으로 자란 내게 모든 것을 풍족하게 만들어 주셨던 부모님이 계신 탓에 어떤 것이 부족하다거나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던 적이 드물기 때문인 것 같다.(부모의 지붕아래 있었던 때 한정이고 지금은 전혀 아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부족해. 난 욕망덩어리. 아니 그 자체일지도.) 부모님이 계신 것도 운이고 두 분다 살아계신 것도 운이다. 심지어는 날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신다는 것도 바르게 키우려고 노력하신 것도 모두 운이다. 이런 부모님을 만나게 해주신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2. 어릴 적 더 큰 사람이 되길 바랬던 엄마의 희망과 나 역시 그런 마음에 동의했기에 유학을 갈 수 있었다. 심지어 뉴질랜드였다. 2008년만 해도 유학을 가는 이는 드물었다. 그런데 그 당시 엄마의 친구분이 뉴질랜드에서 유학원을 하셨고, 엄마는 날 유학보낼 자금도 빵빵했다. 이건 분명한 운이다. 고등학교를 입학한지 1개월만에 자퇴하고 영어 한 마디도 못했던 나는 뉴질랜드에서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두 할머니 메리스와 린다를 만나게 되었고 그 두 분은 사랑으로 나를 키워주셨다. 지금의 내 세계관, 인격, 매너, 지식, 삶의 태도 등 대부분의 것들은 할머니들을 통해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에서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 것은 분명한 운이다. 이건 천운이다.


3. 할머니들과 오래 살며 꽤나 엄격한 규율 아래 뉴질랜드 드라마를 열심히 시청하고, 고등학교 때 할머니를 통해 소개받은 분을 통해서 알바를 했고, 외국인 남자친구가 있었으며, 대학교 마지막 학년에는 부모님의 자금난으로 학비를 스스로 벌어야 했기에 알바를 많이 뛰었고, 졸업 후 곧바로 취직한 덕에 친구라고는 한국인 유학생들 밖에 없던 내가 키위들과 교류할 일이 많았고 영어를 잘할 수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잠꼬대도 영어로 할 정도였다. 이 모든 상황들은 운이 절대적이였다. 


4. 한국에 돌아왔던 2015년 나는 운으로 좋은 회사에 취업을 성공한다. 이건 그냥 운이다. 진짜 될놈될이다.아무생각 없이 지원했던 1개월짜리 알바였는데 당시 매니저님이 날 좋게 봐 주신덕에 프리패스로 첫 입사에 성공한다. 노력없이 이렇게까지 운이 좋아도 되나 싶을 정도이다. 첫 회사에서 좋은 선배들, 매니저들, 동료들, 심지어는 지금의 친한 친구들과 인맥 모두 얻게 되었다. 이걸 내 노력으로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까? (대신 이 때 겪지 못했던 자소서 작성의 고통, 뉴스로만 접한 취업난을 최근 때려맞기는 했다.)


5. 첫 취업을 계기로 연봉을 올려가며 최근 이직을 포함해 이직만 무려 4번이나 했다. 이 또한 운이다. 정말 감사하다. 실제의 나는 그 정도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나를 데려가주신 분도 계셨고, 좋은 직장에 추천도 많이 해주셨다. 많이 오래도록 감사하다. 마침 그런 채용이 있었고 나를 기억하고 연락을 주신다는 것이 이게 운이 아니면 뭘까?


이 밖에도 적어내지 못한 많은 순간들이 있었다. 이 글을 쓰며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른다. 생각나는 모든 친구들 지인들 혹은 스쳐지나간 분들까지도 감사드린다. 뮤지컬 위키드의 'For Good' 이라는 넘버가 있다. 한국말로는 '너로 인해서' 라고 번역되었는데 번역하신 분이 참 잘하셨다고 느껴졌다. 이 넘버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등장한다.


내 수많은 부분들은 네게서 배운 것들이야. 
너는 나와 함께일꺼야. 내 심장에 남은 손자국들처럼.



수 많은 운들이 겹치고 모이고 쌓여서 지금의 내가 있다. 앞으로도 그런 운들이 따를 것이고 나는 매순간마다 그 상황의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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