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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스타 May 25. 2023

포털은 왜 실시간 검색어를 포기하지 못하는가

포화된 시장은 랭킹을 매기면 장사가 된다

안녕하세요 기획 일을 하고 있는 원스타입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줄여서 실검)는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했습니다. 실검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케이스가 많았고,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다 보니 이를 비즈니스의 기회로 보고(특히 마케팅 측면에서) 여러 창의적인 방법으로 이를 활용했습니다. 지금의 포털 사이트는 실검이 키웠다고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허위 마케팅, 유명인의 피해 사례, 여론 조작, 카더라 등 사회적 문제가 반복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지금은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이런 역사가 있는 실검은 '랭킹'이 핵심입니다. 줄을 세우는 것이죠. 같은 실검이라고 해도 1위와 2위는 엄연히 다르고, 10위권 밖은 1위에 비하면 딱히 감흥도 없습니다. 실검이 아니더라도 랭킹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시스템입니다. 학교에서 성적 순으로 줄을 선 적이 있고,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가 뭔지 훑어봤으며, 노래는 가요톱텐 멜론탑백을 틀어놓고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인기 순으로 정렬하는 것도 랭킹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굳이 실검이 아니더라도 여기저기에서 랭킹의 모습을 볼 수 있네요.

오늘은 최근 온라인 기반 비즈니스를 운영할 때, 실검과 같은 랭킹 시스템을 활용하는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네이버는 실시간 검색어를 데이터랩에서 여전히 제공하고 있습니다


랭킹의 구동 원리는 똑같다

랭킹 시스템은 비교적 경쟁이 치열한 도메인에서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요즘 너도나도 닭 가슴살을 팔고 있죠. 어느 집의 닭 가슴살이 맛이 좋고 저렴한지 랭킹닭컴이 랭킹을 매겨놨습니다. 화장품 시장은 옛날부터 레드오션이었습니다. 화해 앱을 들어가 보면 지금 사람들이 많이 쓰는 화장품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옷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신사스토어에서 실시간으로 카테고리별 잘나가는 아이템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보는 유튜브도 남들이 어떤 영상을 많이 보고 있는지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으로 실시간 랭킹을 알려줍니다.


도메인을 불문하고 랭킹 시스템의 구동 원리는 큰 틀에서 동일합니다. 크기가 큰 시장에서 플레이어들을 줄 세워서 경쟁을 유발하고 다양한 트리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로 하여금 소비를 많이 일으키게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시장이 크고, 경쟁이 치열하며, 재구매가 많이 발생하는 B2C 비즈니스에서 확실히 유효한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선물하기 좋은 닭 가슴살 랭킹


최소 3가지만 챙기면 돌아가는 랭킹

공급자 관점에서의 랭킹 시스템은 최소 접근성, 신의성실성, 투명성만 확보하여 맞물려 돌아가게 한다면, 하나의 버티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유저가 랭킹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그라운드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나 한 방에 알 수 있는 랭킹 제도, 직관적이고 쉬운 UIUX, 유저가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등이 주요 구성 요소가 되겠습니다. 소비자에게 랭킹을 가장 쉽고 편하게 제공하면 됩니다. 어떤 곳들은 팔고 싶은 것을 더 많이 팔기 위해 랭킹의 탈을 쓰고 큐레이션을 하기도 합니다. 내부 인원이 랭킹을 에디팅 한 것이죠.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효과는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플레이어는 발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마치 2군 선수가 1군 엔트리에 들기 위해 노력하고 주전 선수는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랭킹 시스템 안에서 플레이어들의 선의의 경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시장이 아주 큰 경우는 신의성실에 의한 자정작용이 발생할 텐데요. 애매할 경우 랭킹 공급자가 플레이어를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랭킹 공급자는 음원 사재기, 자가 구매 등 랭킹을 조작하는 행위를 포함한 어뷰징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를 하고, 랭킹이 고이지 않도록 환기를 잘해야 합니다. 이건 리그 오브 레전드가 잘하고 있습니다. 랭킹 시스템을 교란시키는 어뷰저의 경우 해당 IP를 100년간 정지시키기도 합니다. 환기 차원에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저의 티어가 초기화되고, 챔피언(=게임 캐릭터)의 능력치도 재조정되죠. 주기적으로 새로운 판이 마련되는 겁니다.


자, 다들 여기 쳐다보세요


고객의 실패를 줄여주는 랭킹

고객 관점에서 랭킹 시스템은 일종의 관음증(?)을 해결하는 서비스입니다. 우리는 남들은 뭐하고 사는지 궁금합니다.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남들과 나를(또는 제3자를) 비교도 자주 합니다. 랭킹을 확인하면서 이런 욕구를 충족할 수 있고, 랭킹으로 필터링 된 좋은 상품을 구매하여 본인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상품을 처음 살 때, 먼저 경험한 사람들로부터 유명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입니다. 특히 저관여 상품이라면 랭킹 1위 상품을 사는 것이 현명한 소비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따금씩 보이는 AI 추천 같은 기능도 정작 내가 관심 있어 할 만한 것들을 추천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뭐 하는지 보여주는 기능입니다. 물론 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여주니까 나와 어느 정도 관련된 부분이 있긴 하겠지만요.



최근에 다시 실검이 부활하네 마네 말이 많죠. 포털 사이트들도 실검과 같은 랭킹 시스템을 포기 못하는 이유는 확실히 돈이 되는 서비스이면서 플랫폼 사업자가 제공하기 유리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크기가 크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은 몇 가지 솔루션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새로운 문제와 먹거리가 계속 쏟아져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화된 시장에서 플레이어를 줄 세우는 랭킹 시스템을 활용한 비즈니스는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창업을 하고 싶은데 아이템이 마땅치 않은 분은 랭킹 시스템을 활용한 서비스를 기획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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