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중요한 것보다 필요한 것을 팔아야 하고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말하는 비타민보다 진통제를 팔아야 하고, 진통제를 팔더라도 생전 처음 보는 형태가 아닌 누구나 아는 형태로 팔아야 하는 것이죠. 전 교육 상품 기획자의 이력을 살려 첫 번째 수익 모델로 교육 상품을 팔기로 결정했습니다. 교육 상품은 인간의 본성의 반하는 상품이라 판매하기 어렵긴 하지만, 교육은 미용사가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미용사는 이미 교육 상품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도해 볼만한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 친구 병준이(구 파괴왕 현 미용사)가 커리어 목표 중 하나로 미용 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미용 교육에 대한 큰 관심과 실행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교육 상품 비즈니스를 작고 빠르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강의는 병준이가 맡고 제반 사항은 제가 맡기로 했습니다.
오프라인 커트 클래스부터 기획했습니다. 오프라인 교육 상품의 특징은 오프라인이라는 엄청난 허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 상품에 대한 뚜렷한 동기와 목적이 있는 고객이 모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방에 사는 학생이 방학 동안 토익 점수를 만들기 위해 짐 싸 들고 강남이나 종로에 모인다거나 직장인이 경제적 자유를 얻는 비법을 전수받기 위해 퇴근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강의장을 찾는다던가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요즘같이 나가기 귀찮아서 배달을 시키는 세상에 고객을 특정 시간과 장소에 오게 만드는 일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고통이 뚜렷한 고객부터 모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병준이는 재직 중인 미용실에서 인턴을 대상으로 커트 클래스를 진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부터 하는 게 부담이 덜하다고 해서 오프라인 교육 상품을 먼저 시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장소 섭외가 걱정이었는데, 다행히도 강남 한복판에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좋고 커트 수업이 가능한 장소를 저렴한 비용으로 섭외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 상품의 타겟은 커트를 빨리 배우고 싶은 미용 인턴이었습니다. 미용실에서 커트를 최대한 늦게 알려주는 현상을 노린 것입니다. 기존 미용 교육 상품과 차별을 두기 위해 이론, 실습, 원포인트 레슨을 결합한 커리큘럼을 구성했고 고객이 소지품만 챙겨 오면 되도록 실습용 가발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교육비는 수강생 2명만 돼도 손익분기점을 넘도록 세팅했고 수강생이 1명만 들어오더라도 정상적으로 진행하자고 병준이와 약속했습니다. 4주간의 모객 기간을 두고 야심 차게 첫 교육 상품을 오픈했지만, 수강생을 한 명도 받지 못했습니다.
패인을 2가지로 봤습니다. 첫 번째로 미용 인턴에게 쉬는 날에 교육을 들으러 오라고 하는 것이 무리였습니다. 대부분의 인턴은 주 6일 일을 합니다. 남은 하루는 철저하게 쉬거나 놀러 가기 바쁩니다. 당일치기로 후쿠오카를 다녀오는 분들이 꽤 있을 정도입니다. 두 번째로 고객은 헤어플래닛이 교육 상품을 파는지를 모르는데 저 혼자 아무런 맥락 없이 교육 상품을 팔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인 배너와 랜딩 페이지에 노출하는 것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던 것이죠. 하루에 몇천, 몇만 명씩 트래픽이 있었다면 괜찮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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