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은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기회의 달입니다.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주관하는 예비 창업 패키지(예창패), 초기 창업 패키지(초창패) 시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2024년에 예창패를 지원했습니다. 사실상 사업 관련 첫 업무였습니다. 아무런 요령 없이 제가 당시에 생각하고 있는 사업의 청사진을 사업계획서에 작성하여 제출했고 시원하게 떨어졌습니다. 내년 2월에는 눈에 보이는 프로덕트가 있고 숫자로 설명할 수 있은 성과도 있을 테니 이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잘 쓰면 합격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면서 불합격 안내 메일을 메일함에서 지웠습니다.
25년 새해부터 초창패를 위한 스케줄과 리소스를 따로 빼놓았고 일찌감치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선구자의 조언을 토대로 사업계획서를 쓸 때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 아이템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했고, 심사위원이 사업의 청사진을 최대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신경을 썼습니다. 사업계획서 초안을 작성한 후 관(館)의 눈을 갖고 있는 분,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사업 개발 의사 결정권이 있는 분, 제 사업 내용을 아예 모르는 분 등 심사위원과 유사한 구석이 있는 주변 분들에게 리뷰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24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으니 졌지만 잘 싸웠다는 생각보다 여태 들였던 시간과 리소스가 아깝다는 후회가 더 크게 들었습니다. 이번에 AI와 SaaS 키워드를 강조한 팀이 인기가 많았고 투자자 풀에 인맥이 형성된 팀이 수상에 유리하다는 후문도 들으니 내년에 재도전할 생각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예창패와 초창패를 경험하고 나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지원 사업이나 각종 재단, 대학 등에서 주관하는 창업경진대회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인 견해를 갖게 됐습니다. 창업경진대회에 지원하는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살을 조금씩 더 붙이는 일이 아니라 아예 다른 일을 하는 것이라 리소스를 새롭게 투입하는 것이 부담이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이니셔티브를 실행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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