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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점 맞으려고 하지 말고

by 원스타

이전 회사에서 퇴사자의 프로젝트를 이어받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 단계부터 도맡게 됐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기획안을 만들어서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앞으로 일을 할 때 한 번에 100점 맞으려고 하지 말고, 일단 70~80점만 맞고 나머지 20~30점을 빠르게 채웁시다. 아니면 그 시간에 70~80점을 2번 맞아도 괜찮아요. 그렇게 해도 100점 맞는 것보다 속도가 더 빠를 겁니다."라고 본부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전까지 미션이 주어지면 어떻게든 마스터 피스를 만들어 상사에게 양품인지 불량인지 판정을 받았던 것과 전혀 다른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마스터 피스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고 상사도 그게 진짜 양품인지 불량인지 모릅니다. 100점짜리가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이날 이후 일하는 방식을 싹 바꿨습니다. 처음엔 무조건 작고 뾰족하게 시작합니다.


먼저 일을 뾰족하게 하기 위해 고객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직접 고객이 돼보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서비스의 공급자는 공급자가 된 순간부터 고객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입장 바꿔서 네가 고객이 됐다고 생각해 봐’라는 단순한 가정으로는 어설픈 결과를 도출하기 십상입니다. 저는 기획 일을 하면서 고객을 구체화하는 4단계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1. 고객의 솔직한 욕구는 무엇인가?
2. 고객의 목표는 무엇인가?
3. 고객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가?
4. 고객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오늘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가?


위 질문에 스스로 답변하면서 생각을 단계별로 정리할 수 있고 고객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헤어플래닛의 헤어 모델 서비스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고객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구가 있고,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예쁘고 잘생긴 헤어 모델의 사진 및 동영상을 본인의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플레이스에 걸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원하는 조건의 헤어 모델을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생기고, 쉽고 편하게 구하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정의했습니다. 이렇게 고객의 욕구부터 고통까지 얼라인(align)을 맞춰서 정의하면 고객 퍼소나를 특정할 수 있고 서비스 기획부터 UX 라이팅과 실제 운영까지 일관된 맥락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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