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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RLevdLXYWwo
한계령에서
정덕수
온종일 서북주릉(西北紬綾)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매일지
삼만 육천 오백 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 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아래
상처 아린 옛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구름인 양 떠도는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
지친 한숨 빗물 되어
빈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온종일 헤매던 중에 가시덤불에 찢겼나 보다
팔목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
빗물 젖은 옷자락에
피나무 잎새 번진 불길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증(愛憎)의 꽃으로 핀다
찬 빗속
꽁초처럼 비틀어진 풀포기 사이 하얀 구절초
열한 살 작은 아이가
무서움에 도망치듯 총총이 걸어가던
굽이 많은 길
아스라한 추억 부수며
관광버스가 지나친다.
저 산은
젖은 담배 태우는 내게
내려가라
이제는 내려가라 하고
서북주릉 휘몰아온 바람
함성되어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 힐링의 숲지기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은 정덕수 시인의 「한계령에서」라는 시에서 바탕이 되었습니다.
정 시인은 어린 시절 불우하게 자랐습니다. 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동생들과 함께 설악산을 오르내리며 나무와 산 약초를 채취하여 생활하였습니다. 정시인은 설악산을 오르내리며 어머니를 많이도 그리워하며 살았습니다. 정 시인 18살, 서울에 살 때 고향을 들렀다가 설악산에 올라 이 시를 썼습니다
이 시가 작곡가 하덕규 씨에 의해 한계령이라는 노래로 탈바꿈되어 양희은이라는 대 가수에 의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한계령에서 시를 가만히 배독하고 눈감고 그려보면 한계령은 정덕수 시인에게는 어머니이고 아버지입니다. 미움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애증의 대상입니다.
두 번 다시 가지 않으려고 다짐했지만, 삶이 힘들 때면 몸은 이미 한계령에 와서 위로받고 빗금 처진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지 않았을까요. 한계령은 말없이 시인을 안아주었을 겁니다. 자연은 그렇습니다. 무위자연입니다.
한계령
노래 양희은
저 산은 내게 우지 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