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종 May 02. 2024

<헤드윅>

2024년 1번째 뮤지컬

우여곡절 많았던 애증의 뮤지컬....이제는 '애'만 남은 뮤지컬.....몇 번이고 다시 보고싶은 뮤지컬....

티켓팅 목적으로 위메프 깔았다 연극/뮤지컬 티켓도 팔길래 남겨두었더니 아아아아아아악 이게 웬 걸!!! 위메프 컬쳐데이로 <헤드윅>을 한다는 소식을 보았다. 미치겠다 어떡하지 지방공 한다는데 지방공을 가야 하나 고민 두 번 할 시간에 합리적으로(?) 티켓팅 질러버림^^

밥 먹고 아이스크림 먹고 무사히 샤롯데 도착 ! 조금 앉아있었더니 공연이 시작됐다.

캐스팅은 헤드윅 유연석, 이츠학 여은, 슈크슈프 이준, 크리츠토프 재키, 야첵 이한주, 슐라트코 전일준, 마르코 정다운으로 보고 왔다.


(사담이 깁니다. 거의 주책 수준. 생각나는 거 줄줄이 다 씁니다.)

  

    공연 시작 전 주의 사항 안내부터 과격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부터 헤드윅스러웠다. 연드윅은 1층 뒷문으로 입장하면서 통로쪽 관객들 손을 다 쓸어주셨다. 동시에 고고한 표정과 걸음을 잃지 않았음. 무대 올라와서  샤우팅하는데 난 거기서부터 너무 놀랐다. '어...내가 아는 유연석이 아닌데????' 물론 내가 보고 있는 게 유연석이 아니라 헤드윅이라는 걸 알았지만 말이다.  


2. 티어 미 다운 전에 인사말을 활용한 섹드립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방거리던 두 발ㅋㅋㅋㅋㅋㅋ 호응 안 좋으니까 자기 호응 안 좋으면 처음부터 다시 할 거라던 연드윅 (나 여기서부터 두 시간 반 더할 수도 있어! 5시간 공연 해버릴 수 있어!) 오히려 관객분들은 그걸 반기셨지 ( 나 포함)(해달라구요 ㅋㅋㅋㅋㅋㅋ!!!) 지연입장하시는 분들이 들어오셨는데 너희 노래 하나 놓쳐서 어떡해~그러면서 노래 잠깐 뽑아주심. 락하는 유연석 아직도 낯설다.....


3. 연드윅은 아픈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재주가 있다. 거기서 이미 마음이 쓰였는지 오리진 오브 러브 부를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눈물 때문에 연드윅이 물결쳐보이는데 그게 왜 그렇게 처연해보였는지. 오리진 오브 러브 때 무대효과도 좋았다! 원작 넘버도 참 좋아하는데 직접 들으니 느낌이 더 묘하네....


4. 중간중간 연토미씨가 나오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찬조출연 느낌이라 웃겼어 (토미가 어떤 인물인지 안다면 안 웃길 것임) 예츠학이 펩시 열고 토미 노래에 리듬 타는 거 웃겼다 진짜로 ㅋㅋㅋㅋㅋ 귀여웠어! 생각해보니 토미 놈 화나네.....왜 지가 만든 것도 아닌데 갖다 쓰냐....


5. 대망의 슈가대디.....사뿐사뿐 내려와서 팔받이를 밟고 올라서는 연드윅 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진짜 너무 놀람 저런 거라는 거 알고 있었는데 카메라가 아주 가까이서 찍어주시니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가 다 보였다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6. 앵그리 인치는 전후로 너무너무 비극적이어서 화가 났다. 엄마도 루터도 상황도 왜 이리 헤드윅한테 가혹한 거야.....사랑하는 남자와 살고 싶었던 헤드윅은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장벽은 무너졌다. '나 있을 때 무너지지...' 회한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옷 갈아입고 나온 연드윅은 위긴 어 박스를 부른다.(내가 제일 좋아하는 넘버!) 거울을 보면서 루터에게 선물 받은 가발을 쓰고 단장을 한다. 그러다 제모를 하고(?) 오겠다며 트레일러 안으로 들어가심. 떼창 타임 끝날 때 즈음 나온 연드윅은 정말 정말 아름다웠다.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어떻게든 살아가보겠다는 헤드윅의 의지겠지. 웃겼던 건 연드윅도 자기 다리가 예쁜 걸 너무나 잘 아는 나머지 이리 꼬고 저리 꼬고 해줌 ㅋㅋㅋㅋ (???: 와 와 와)


7. 토미와의 이야기 시작....토미는 어리숙한 소년이었다. 그런데 헤드윅이 좋아하는 부분을 아주 정확히 건드린. 헤드윅은 음악을 했고 토미는 음악을 배우고 싶어했다. 그래서 둘은 통했다.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사랑은 다시 한 번 헤드윅에게 심술을 부린다. (토미 놈 하.....) 헤드윅의 비밀을 알아버린 토미가 떠났다. 우물쭈물하다 떠나는 거 정말 못 봐주겠삼...^^


8. 루터랑 결혼하면서 우리의 결혼 생활은 남들과 달랐어요....~하다 갑자기 오또케쏭 부르신 연드윅...^^ 현타왔는지 다 부르고 '돈 벌기 힘들다'고 나지막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객 분들한테 흔들어제낀 펩시 주고 손수건 주고(손수건을 가져가기 위한 조건은 무려 손등키스였음. 관객분이 빼는 데도 으음~(고개 절레절레) ㅋㅋㅋㅋㅋ 무조건 손등키스를 해야한다고 ㅋㅋㅋㅋㅋ) 초반에 하입보이도 췄는데 청자켓과 아주 잘 어울리는 춤사위였습니다~


9. 여츠학 얘기 해야지!! 중간중간 노래 부르는 여츠학.....정말 잘했고 멋있었다. 연드윅 잠깐 들어간 사이에 파파...~하면서 곡 하나를 완곡했는데 여츠학의 기구한 운명과 맞물려 노래가 더욱 슬프게 들렸다. 자신과 자신을 닮은 헤드윅을 위한 노래라는 생각도 했다. (남자 역할이지만 여자 배우를 쓴 이유가 있겠죠) 보디가드 노래도 정말 잘 부르심. 멀리서 들려오는 노래라고 자체적인 효과도 넣어주신 것 같았음.


10. 후반 세 넘버가 싹 좋았음. 익스퀴짓 콥스, 윅크드 리틀 타운, 미드나잇 라디오


11. 익스퀴짓 콥스는 영화에서도 충격으로 다가왔는데(편집 효과 때문에) 무대에선 조명과 화면으로 충격을 자아내는구나. 확실히 눈으로 보는 게 더 충격이었음. 제정신이 아닐 수밖에 없는 헤드윅이 다 내려놓겠다고 가발도 벗어던지고 자신을 옭아맨 치렁치렁한 옷들도 찢어발긴다. 초라한 모습으로 쓰러진 연드윅을 조명 하나가 딱 비추는 순간이 있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안쓰러웠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12. 잠깐 암전됐다 파란 조명 속에서 연토미가 부르는 위크드 리틀 타운....영화에선 토미의 거짓부렁처럼 보였는데.....공연에선 토미가 헤드윅을 정말 사랑했을까에 대해 내 자신에게 되물을 정도였다. 마이크를 잡고 비장하게 부르는 연드윅은 아니 유연석은 멋있고 섹시하기까지 했음. 이상하게 또 눈물이 흘렀다. 토미 개자식인 거 아는데 왜 왜 눈물이 나는 건데......


13. 미드나잇 라디오는 영화에서 최고로 중요한 마지막 장면을 위해 쓰인다. 헤드윅과 예츠학은 서로를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을 받아들인다. 아까 끊은 눈물 여기서 다 흘림.....안쓰러워죽겠고 애처로워 미치겠고.....옷을 갈아입고 온 예츠학이 고마워요 헤드윅 하면서 퇴장하는 헤드윅을 배웅하는데 으아아아아아아 헤드윅은 이제 발걸음을 하나 내딛은 거고, 앞으로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 시련도 다 이겨낸 언니인데 뭐. 더불어 예츠학도 자신이 소원하던 존재가 되었으니 날개를 펼칠 일만 남았다. 편안해라. 부디.


14. 무대인사 때 유연석이 관객들 얼굴 볼 수 있게 불 다 켜달라고 했다...2층 관객 분들도 얼굴 잘 보이게 불 켜달라고 했다....2층에 앉아있던 나....감동 받음....헤드윅 티 입고 나온 유연석과 예쁜 드레스 차려입은 여은은 더더 예쁘고 당당해보였다.


15. 7년 만에 헤드윅으로 돌아오는데(웃긴 건 7년 전 나는 구동매에 빠져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극장으로 돌아온 헤드윅에서 클래식함을 표현할 수 있는 거리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줄마이크'를 썼다고 한다(!) 요런 디테일들 넘나 좋은 것....배우가 작품에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쓴다는 건 진심이라는 의미와 다름없으니까...때문에 동선이 복잡해져서 세 예츠학한테 사과한 연석씨 ㅋㅋㅋㅋㅋ


16. 광란의 앵콜과 리앵....넘버 하나 하나 짧게 달리는데 배우랑 관객이랑 물아일체 되서 다같이 미쳐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극소심러 나도 일어서서 뛰게 만든 헤드윅의 힘은 대체......공연 수준으로 노래하고 점프하다 물 뿌려줌(물 맞은 유연석 잘생겼어...쾌남 재질)(아 맞어 공연 중간에 팬서비스로다가 물 뿜어줌) 불금이라 뛰어보겠다던 연석씨는 리앵 요청까지 받으며 목을 찢고 가겠다고 했다 집에 안 가도 되냐고 걱정하던데 제발 보내지마ㅠ 리앵 때는 유연석으로서 슈가대디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뿜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연덕스럽다 증말~리앵까지 끝나고 하리보 던져줬는데 완벽한 시구 자세로 2층까지 던져줬다(칠봉이 어디 안 가죠) 퇴장할 때 옷 벗어서 비명지름(와씨 핫하다....)


17. 그 이후로 뭐에 홀린 것처럼 헤드윅 생각만 함....허우적거릴수록 빠지는 건 기분 탓이겠죠....


18. 조명 연출 좋았던 부분: 겁에 질린 헤드윅이 수술 받는 거 은유적으로 표현해준 거랑(삭 긁히는 거 무서웠어) 익스퀴짓 부르고 쓰러진 언니만 채우던 거.


19. 관객 호응도도 최상이었다. 우헤헿. 그래서 다들 엄청 힘 받고 날아다니셨다! 무대부터 1층까지 공간을 엄청 넓게 쓰심. 덕분에 보는 재미 즐기는 재미가 쏠쏠했다~((공연 중간 중간 박수와 함성, 조그마한 반응까지 대박적이었음))((티키타카 느낌으로다가))


작년 겨울, 영화 <헤드윅>을 보고 뮤지컬도 얼른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만나게 되어 행복했다. 나의 첫 헤드윅이 연드윅이라는 것도 행복해 지금도 감탄사 밖에 안 나오는데.....깔깔 웃게 만들다가도 어느새 헤드윅 서사에 관객들을 줄줄 끌고 가는 연드윅...

어떻게 토미까지 이해하게 만들어. 정말 사랑했을 거라 믿게 만들어. 토미 떠나고 서럽게 울던 연드윅은 또 어떻고. 다시 태어난 이츠학 머리에 키스하며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눈빛과 모든 것을 내려놓고 퇴장하는 발걸음이 대조되어 마음이 쓰라렸다. 사람 마음 오르락 내리락 하게 해놓고선 무대 인사 때 환한 눈빛으로 관객들을 바라보는 연석씨에게 반했습니다....2층 바라보는 눈빛 못 잊어...거기다 자신만 사용한다는 '줄 마이크'는 또 얼마나 감동인지.....그리고 죽어라 달리던 앵콜과 리앵까지 ㅋㅋㅋㅋㅋㅋㅋ 무언가를 진정으로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을 내가 어떻게 안 예뻐해! 블로그 글 쓰면서 후기 찾아보니까 감정이 더 벅차오른다. 조만간 2차를 찍어야 할지 심각한 고민.....연드윅 여츠학 짱이었어요 정말!


+) 나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연석씨 몸 보고 속으로 환호성 지름..........와아..............................와.....................................옴마나

내가 이걸 봐도 되는 거에요....?????? 정말?????? (주책) 핫팬츠에 훤히 다 드러나는 다리에도 정신 못 차렸는데 아니 아니............앞이랑 등 근육 무슨 일인데..........아무리 봐도 제가 좋아하는 몸이라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엠,버터플라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