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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희 Dusky Nov 30. 2021

2021.11.18.

2021.11.18.



- 지난 코로나와의 2년은 세상뿐만 아니라 나 또한 크게 바꿔 놓았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좋아하는, 아니 한때는 삶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여행을 마음껏 다닐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좋아하던 여행을 못 다니게 되면서 가벼운 '코로나 블루' 증상도 겪었지만, 세상은 요지경... 반사효과로 딱히 돈을 쓸 일이 없어지면서 허전하던 나의 계좌가 달달해지는 아이러니를 겪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과정을 일찌감치 경험했을 것이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직업을 얻고 -> 돈을 모으면 -> 재테크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 그렇게 경제학 지식이라고는 아마 교과서 1페이지 수준도 안되던 못난 어른이가 난생처음 남들 다하는 '주식투자'를 시작하게 되었다.



- DUSKY80은 일종의 음악 프로젝트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사업체와도 같다. 사람들의 눈에는 공연하는 나의 모습만 보일 테니까 다들 나를 '음악가'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공연 섭외가 들어오면 꼬부랑글씨 빼곡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기획 회의'에 참여하며, 공연이 끝날 때마다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는 일종의 '사업가'처럼 살아온 것이나 다름없다. 어느새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모든 예술가들도 이른바 '사업자'를 내고, '정부 지원 사업'을 따내려 애쓰는 시대가 되었다. 장기화된 팬대믹, 불안한 시절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눈을 돌려 부족한 나의 리더십과, 팀 경영 능력에 대한 해답을 내 주변 기업인들에게서 찾기 시작하였다.



- 그 부족함들을 채우고픈 동기로 '멜로우그램'이라는 투자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지극히 관심사 외에는 무관심하던 내가 경제를 공부하고 산업을 공부하고, 기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란 무서운 것이다. 하면 할수록 부족한 부분만 더 보이고, 새롭게 발현한 열등감으로 공부에서 손을 떼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그것이 실력 있고 까다로운 상급자를 만나면 더 그렇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운이 좋다.'라고 여기기로 했다. 늘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 나는 나라는 사람의 가장 큰 가치는 '이것저것을 적당히 다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음악이라는 틀 안에서도 막연히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늘어놓기를 좋아하는 나인데 새해를 앞두고 하고 싶은 것들이 더 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선택과 집중'보다는 '더 성능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나는 욕심쟁이 ㅇㅎㅎ.



- 1년여 기업 공부와 예술 공부를 병행하면서 느낀 점은 '세상 모든 일(비지니스)의 공식은 같은 지점에서부터 출발한다.'이다. 틈틈이 내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꾸준히 아주 많은 곳에서 영감을 얻고 있고, 나도 늘 내가 어떤 음악을 만들게 될지 궁금하다. 일전의 '양자역학'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의 변화가 항상 즐겁다. 이제 나는 변화가 빠른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며, 그것을 따라가고 싶어 하는, 전통적인 가치를 신용하는 편인, 옛 음악을 하는 음악가이자, 사업가이다.



- 최근 전라도 광주에 '콘텐츠 마케팅' 강의를 다녀왔다. 이 수업을 들어오는 사람들의 니즈와 내가 강의하는 지점에 대해서 정말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시시각각 들어오고 나가는 학생들처럼 (비꼬는 거 아니에요… 다들 생업 하면서 틈틈이 수업까지 챙겨 듣는 멋진 분들입니다.) 콘텐츠, 그리고 콘텐츠 마케팅은 늘 우리가 따라잡기 어려운 지점에 있는 것 같다. 따라잡기 힘든 21세기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나의 콘텐츠를 고민하고, 또 제작할 때면 나는 '명확한 나(채널을)를 통해 만들어지고, 꾸준히 아카이빙 되는',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양질의', '그것을 통해 유저와 소통하는'과 같은 본질적인 것들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다소 보수적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오랫동안 사람들이 들어주고, 소통하는 그런 음악(콘텐츠)을 만들고 싶다. 지난번 앨범 발매 때 언급했던 영화 '중경삼림 리뷰' (맞춤법 고쳐주고 싶다... ㅂㄷㅂㄷ) 처럼 말이다.



limy**** : "훗 오늘 이영화를 보고 댓글을 단 사람이 나말고도 잇다니...서로 떨어져잇지만....이 새벽에 서로 이 영화를 보게 만든.. 감정은비슷햇을거라는 생각에......역시 사람은 서로 이어져잇다는것을 느낍니다.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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