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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희 Dusky Dec 01. 2021

카우보이 비밥 이야기

2021. 11. 30.

2021. 11. 30.


- 내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콘텐츠를 하나만 뽑아야 한다면, 아직까지는 가장 빠르게 머릿속에 리스트업 될 애니메이션이 바로 '카우보이 비밥'이다. 가장 좋아하는 음악, 작곡가를 뽑아야 한다고 해도 단연 '카우보이 비밥의 OST', 그리고 '칸노 요코' 이다.


- '비밥'이라는 타이틀의 이 작품은 작품 속에서 실제 '재즈'에 대한 묘사들도 많은데 예를 들면 사진2,3 속의 세 영감님 캐릭터들의 이름은 각각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다. 그렇다. 전설적인 브라질의 음악 거장, 바로 그분의 이름이다.


- 카우보이 비밥 OST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을 하나 뽑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Adieu'를 뽑는다. (사실 재즈 음반들 안에서도 많이 좋아한다.) 우리, 모든 인간은 처음부터 이별해야 할 숙명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음악을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Adieu' 못지않게 멋진 이별의 노래를 하나쯤 세상에 남기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작곡을 시작한 가장 처음부터 '이별'을 말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언젠가 한 장의 앨범을 남기게 된다면 가장 마지막 트랙에 넣어야지.


- 내가 30대가 될 때, 모든 인간이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를테면 '내면에 고독을 품은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 같은 것을 갖게 되었고 그것을 '본질적인 고독'이라고 칭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면의 고독을 누군가가 알아봐 준다는 것은 아마도 그에게 큰 위안을 주는 건 아니었을까? 과연 내게 내면의 고독을 들켰던 그들은 위안을 얻었을까? 21세기, 20세기의 오래된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나의 고독에 작은 위안을 얻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해보는 킹리적 갓심.


- 작중 '에드'가 자신의 삶의 찾아 떠나갈 때, 쓸쓸함을 달래려 삶은 계란을 꾸역 꾸역 삼키는 주인공들 뒤로 흘러나오던 'Call me, Call me'. 죽음을 각오하고 마지막 승부를 위해 떠나는 '스파이크' 뒤로 흘러나오던 'The Real Folk Blues'. 언젠가 영원한 고독으로 돌아가야 할 우리의 이별마저도 이처럼 아름다웠으면 하는 바람. 나는 음악가니까 멋진 BGM을 남기고 싶은 마음. (고독하니까 배부를 때까지 계란을 꾸역 꾸역 먹는다니... 너무 귀엽잖아...)


-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실한 과거는 뒤로하고, 지금 주어진 현실을 더 멋지게 살아가고픈 마음.


- SEE YOU SPACE COWBOY …


+ '칸노 요코'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그녀가 작업한 '대항해시대2' OST를 매우 좋아한다. 게임 중 술집 안에 있는 도박장에 들어가면 나오던 BGM 'Fiddler's Green'은 내가 생에 처음으로 들었던 집시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아, 실사화 작품 얘기를 해야겠지. 내가 사랑하던 원작에서의 정서가, 실사화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워서 많이 아쉬웠다. 순서가 어떻게 되건 애니메이션 26부작을 꼭 한번 보시기를 추천.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20세기 마지막 걸작'이라고 불리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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