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숙희 Dusky Dec 03. 2021

와인 이야기 1.

전통주 얘기하려다가 꺼낸"사케 이야기 1."에 이어서, 뜬금 없이

- 나에게 잊지 못할  잔의 사케를 내어 놓음으로써 나를 매국노 수준의 사케 애호가로 만들어  도쿄의 어느 사케 바가 있었듯, 파리에도 내게 끝내주는 '피노누아'  잔을 내어 놓음으로써 여태까지  맛을 찾아 헤메이게 만든  레스토랑이 있다.  기억에 다이닝 코스에 페어링  2가지 와인  하나를 내가 직접 고른 것이었는데  피노누아의 맛과 향을 나는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L'Acolyte de l'Insolite


-  뒤로 한국에서 마셔   어떤 피노누아도  피노누아에 비하면 한참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마셔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대체로 피노누아의 가격은 저렴하지도 않고...  같은 평민 입장에서는 여러  마셔보기도 쉽지 않다.



- 언젠가 파리 여행 중에 피아니스트 '다움' 누나의 홈 파티에 초대(?) 받아 놀러 간 적이 있다. 아무래도 집에 가는 거니까 한국에서 생각하듯 뭐 한 '3만원짜리 와인 정도는 사가야겠지?'란 생각으로 와인샵에서 추천하는 이름 모를 3만원짜리 와인 두병을 큰맘 먹고 사 갔었는데 놀러 온 친구들이 "와인이 너무 맛있다!"며 난리가 났다. 알고 보니 유학생들은 1만원 이상의 와인은 잘 안 마신다고... (눈물)



- 그나저나 사실 정말 걱정해야 했던 것은 와인의 품질 따위가 아니라, 술의 양이었다. 누나네 집은 파리 경계선 바로 밖에 있는 외곽의 한적한 마을이었는데 자정이 지나 떨어진 술을 살 곳이 어디에도 없어 다들 몹시 안타까워했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 파리의 친구들과 종종 찾는 아담한 와인바가 하나 있었는데 "오늘은 좋은 와인 있으면 하나 추천해 달라"라는 부탁에 가게 주인은 "와이프 주려고 쟁여놨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끝내주는 내추럴 와인을 하나 내어 왔었다. 한화로 대략 5~6만원 정도 했었던 것 같은데 전혀 돈이 아깝지 않은 맛이었다.


자주 가던 동네 조그만 와인바에서


- "세금이 왕창 붙어 가격이 몇 배는 튀겨지는 비싼 거품 사케를 한국에서 사 마시느니 차라리 일본에 가서 실컷 마시겠다."라고 말해도 사실 큰 무리는 없을 만큼 일본 여행 경비는 평민인 내 수준에도 그렇게까지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프랑스 현지에서 와인이 좀 싸다고 "차라리 프랑스 와인의 성지 부르고뉴에 직접 가서 실컷 마시겠어"라는 공식은 전혀 성립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면 지금 초록 검색창에 '부르고뉴 와인 투어'를 검색해 보시라. 그러니까 그 투어 가격에 항공 + 숙박 가격은 덤. 그것도 와인 시음만 하는 비용이 저렇다는 얘기다.



+ 또 분량 조절 실패... "와인 이야기 2."에서 만나요



+ L'Acolyte de l'Insolite 라는 이름의 미슐랭 3스타에 빛나는 이 레스토랑은 심지어 가격까지 대단히 합리적이니 혹시 파리를 여행하게 된다면 근처에 갈 일이 있을 때 한 번쯤 들러봐도 좋을 것이다.



+ 아직  피노누아 와인의 사진을 가지고 있다. 사진에 첨부한다. 정보를 주신다면 아주 감사할 겁니다.


잊지 못할 나의 피노누아
2017 빈티지
피아니스트 다움의 집에서
와이프 주려고 쟁여두었다던 와인 사진
작가의 이전글 사케 이야기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