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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조바르 May 04. 2024

좋은 시간, 나쁜 여자(24)

24. 파멸의 시작

수정은 창 너머 한강을 바라봤다. 밤 야경으로 한강을 바라보며 창가에서 와인을 마시던 생각이 났다. 한때는 남편 정호와 그렇게 보낸 시간이 행복이라고 생각했었다. 10년 전 그날이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수정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여보, 여기, 작은 테이블 하나 놓고, 의자 두 개를 나란히 놓으면, 둘이서 한강 보면서 와인 한잔. 어때?”

“카페 분위기 나고 괜찮을 거 같은데.”

“내일 점심시간에 엔틱가구점에 가보자. 난 그리스풍 가구가 좋더라.”

“그래. 그럼 내가 사무실 앞으로 12시까지 갈게.”

“시간 낼 수 있어?”

“그럼. 공주가 한다는데 없는 시간도 만들어서 내야지.”

“땡큐. 그럼 나도 선물을 줄게. 오늘 밤은 뜨밤하자.”

“좋지.”     


아이들이 집을 떠나고 빈 둥지처럼 느껴질 때 수정은 정호와 둘이서 와인을 마시며 한강뷰를 즐겼었다. 언제부터 잘못 꼬인 건지 이제는 원수가 되어버린 남자. 그 남자를 철저하게 부숴버릴 계획을 만들고 있는 자신은 이미 전사로 변해있었다. ‘어떻게 하면 둘이 부녀 사이란 걸 알게 할까! 영상자료를 좀 더 보면 뭔가 아이디어가 나올 거야.’ 수정은 현경 오피스텔에 설치해두었던 몰래카메라 영상을 처음부터 돌려보며 와인 한 모금을 마셨다. 달달하던 와인 맛이 씁쓸했다. 영상을 보던 수정은 정사 장면에서 멈추며 볼륨을 높였다. 둘의 대화 내용을 듣고 싶었다. 처음 탐정소에서 영상을 보여줬을 때는 정사 장면을 증거물로 제출할 수 있겠다 싶어서 자세하게 보지 않았었다. 증거가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정호가 여자에게 무언가 말을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싶었다.   

   

「여: 정호 씨. 사랑해.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정호: 나도 지금 뭐가 뭔지 모르겠어. 지영이 맞지? 지금 네가 하는 말과 행동 모두 지영인 거는 확실해. 그런데 어떻게 현경이가 지영이가 될 수 있어? 몸은 현경인데.

여: 사고가 있었어. 응급실에 실려 갔고. 내 몸이 공중으로 떠올라 나를 아래로 내려보고 있었어. 옆에는 젊은 아가씨가 누워있었고. 아가씨 몸은 멀쩡했는데 영혼은 이미 파괴되어 자기 몸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공중을 떠돌고 있었어.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내 몸이 사라진 것도 모르고 다시 내 몸으로 들어가려고 찾았는데 보이지 않는 거야. 그래서 일단 아가씨 몸을 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쑥 들어가지는 거야.

정호: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지?

여: 세상에는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그런 일들 말이야. 지금 우리도 그런 일들 중 하나일 거야.」     


수정은 영상을 멈추고 반복해서 대화 내용을 들었다. ‘그럼 남편의 첫사랑 지영이라는 여자가 우연히 사고로 응급실로 갔는데 옆에 젊은 아가씨 몸으로 영혼이 바뀌어 들어갔다? 그런데 최근 영상에는 현경이라고 부르던데 어떻게 된 거지? 두 영혼이 번갈아 가며 한 육체에 나타난다는 건가?’ 수정은 여자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처음에는 어린 여자와 바람피운 남편의 불륜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의 육감은 과학이라고 했던가 수정은 뭔가 촉이 발동했다. 영상을 빠르게 다음 장면으로 돌려보다가 여자 혼자 말하는 장면을 발견했다. 볼륨을 최대치로 높였다. 혼잣말이라 잘 들리지 않았다. 화면을 확대해서 입술 모양과 작은 음성을 동시에 분석했다. 먼저 음성으로 최대한 들리는 부분을 글로 옮겨 적었다. 

「여: 현경이가 __ 딸___ _ 모르_ __ 해.」

들리지 않는 부분은 입 모양을 보며 채워 넣었다. 몇 번이고 입 모양을 보며 말을 맞췄다. 그리고 문장을 완성하자 깜짝 놀랐다.

「여: 현경이가 우리 딸이란 걸 모르게 해야 해.」

‘그럼 지영이라는 여자가 남편의 첫사랑이자 지금 육체의 주인인 현경이의 엄마? 어떻게 이런 일이? 아무리 첫사랑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해도 어떻게 딸의 육체를 이용해서…. 사람도 아니야, 이럴 수는 없지.’ 수정은 같은 여자로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딸을 생각하며 자신이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상상해봤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딸의 몸을 이용해서 육체관계를 갖는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현경이가 남편의 딸이라는 건 유전자 검사서를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이건 상상도 못 할 일이야. 현경이의 엄마가 딸의 몸을 빌려서 첫사랑과 사랑을 나눴다! 그래, 이것만으로도 남편을 확실하게 무너뜨릴 수 있어. 감성적인 남편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이중으로 충격을 받겠지. 이거야.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왔어.’ 수정은 무릎을 치며 입가에 복수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탐정사무소로 전화를 했다.      


“네. 사모님. 오랜만에 전화 주셨네요.”

“네. 한 가지 도와줄 일이 있어요.”

“이혼까지 끝냈는데…. 다른 일인가요?”

“아뇨. 이어지는 일이에요.”

“그럼. 새롭게 계약을 해야 합니다.”

“좋아요. 그러죠.”

“그럼 사무실로 방문해주실 건가요? 아니면 저희가 사모님 계신 곳으로 갈까요?”

“내일 오전 10시에 만나요. 장소는 제가 보내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수정은 전화를 끊고 나서 무언가 큰일을 만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한 편의 영화를 찍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와인 냉장고에서 제일 비싼 와인을 꺼냈다. ‘돔 000 빈티지 로제 2006’, 100만 원짜리. 거실 한강뷰 카페를 만들고 와인 냉장고에 제일 비싼 와인으로 사놓았었다. 아낀다고 마시지 않았던 와인이었다. ‘그래, 남편을 파멸시키는 첫발을 떼는데 이 정도 축하는 해야지!’ 수정은 와인을 따랐다. 잔을 살짝 흔들어 향을 맡았다. 짙은 향신료와 코코아가 조화를 이루는 첫 향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모금 마시자 곧바로 과일 향이 느껴졌다. 달콤함과 더불어 산뜻한 청량감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쾌적한 풍미가 좋았다. 파멸의 시작을 축하하기에 충분했다.      


수정이 약속장소로 가자 탐정 소장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수정을 보자 일어서서 손짓했다. 반가운 옛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여깁니다.”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수정은 너무 큰 소리로 손짓하며 부르는 통에 주변을 둘러보며 창피하다며 검지를 입술로 갖다 대며 “쉿”이라고 했다. 수정이 다가오자 탐정 소장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아이고 사모님도 참, 뭐가 부끄럽다고 그러세요. 그럴 때 보면 아직도 소녀 같으세요. 하하하.” 

“됐고요. 창피하게, 앞으로는 그러지 마세요.”

“저희 같은 사람은 자주 보지 않는 게 좋은 거죠. 앞으로 계속 만나면 안 되죠. 하하하.”

“잘난 체 그만하시고요. 제가 말하는 거나 잘 들으세요.”

“네. 그러죠.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수정은 미리 준비해간 자료를 꺼내며 말했다.     

“여기, 이걸 보세요. 현경이라는 아가씨가 남편과 불륜 행위를 하는 장면만 생각했잖아요? 그런데 영상을 분석해보니까 한 육체에 두 영혼이 번갈아 나타나더라고요.”

“네. 저희도 그것까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지영이라는 여자가, 남편의 첫사랑 지영이라는 여자가, 바로 현경이 엄마라는 사실이에요.”

“네? 어떻게 그런 일이?”

“저도 놀랐어요. 상상도 못 할 일이죠.”

“그럼. 저희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지영이라는 여자의 몸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알아봐 주세요. 화장되었다면 어디서? 납골당에 안치되어 있다면 어디에? 누가 처리했는지까지요.”

“그건 왜 궁금하실까요?”

“그것까지는 모르셔도 되고요. 일단 이것만 확인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여기 계약서 다시 서명하시면 됩니다.”     

수정은 탐정 소장이 내민 계약서에 서명하고 착수금을 보는 앞에서 입금했다.     

“남편은 모르게, 아니 전남편은 모르게 진행해주세요. 현경이라는 아가씨도 몰라야 하고요.”

“알겠습니다.”     

며칠 후, 탐정 소장이 수정을 만나자고 연락했다.     

“사모님. 충분한 자료를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참 놀랍네요. 어떻게 이런 인연이 있을까요?”

“왜요? 제가 놀랄만한 새로운 사실이 있나요?”

“네. 자세한 건 만나서 말씀드리죠. 지난번에 만났던 그 카페에서 보시죠.”

“그래요. 내일 오후 두 시에 만나요.”     

수정은 놀랄만한 새로운 사실이 궁금했지만, 더 물어보지 않았다. 자신이 요구했던 자료만 확인되면 앞으로 일을 진행하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사모님. 여깁니다.”

탐정 소장이 큰 소리로 수정을 부르며 손짓했다. ‘아이고 저 인간, 말길을 못 알아듣네.’ 수정은 혼잣말하며 탐정 소장이 있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제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죠? 쪽팔리게 왜 그러세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버릇돼서요. 고객에게 친절한 탐정, 고객의 비밀을 절대 보장하는 탐정, 바로 저거든요.”

“됐고요. 놀랄만한 새로운 사실이 뭔지부터 말해주세요.”     


탐정 소장은 노트북을 열었다. 보조 모니터를 수정 방향으로 설치해두고 “보이시죠?”라고 물었다. 수정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바탕화면에 ‘백수정 추가 폴더’를 클릭하자 동영상 한 개와 서류 세 개가 보였다. 소장은 먼저 동영상을 클릭하며 말했다. “이건 납골당 CCTV 영상입니다. ‘김지영’이라는 여자는 사고 당일 사망했고, 사고 처리부터 화장까지 전남편 김정호 씨가 처리했더라고요.” 수정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전 남편이 처리했다는 거죠?” 수정이 묻자 탐정 소장이 팔짱을 끼며 그런 사실을 알아낸 것 자체를 과시하듯이 말했다. “저희가 알아내지 못하는 건 없습니다. 이어지는 영상을 보시면 납골함을 가지고 납골당에 들어와서 안치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전 남편 김정호 씨가 분명합니다. 저희도 놀라서 추모공원 사무실에 협조해서 계약서 서명 본을 구해서 필적 대조까지 마쳤습니다. 여기서 돈이 좀 많이 들어갔습니다. 추가 비용으로 정산도 필요하고요.” 탐정 소장은 영상을 멈추고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이런 썩을 놈. 여기서 멈춰?’ 수정은 욕이 절로 나왔지만, 궁금증을 해소하려면 참아야 했다. “알았어요. 더 줄 테니까 다음 영상 보여줘요.” 탐정 소장은 입금을 기다린다는 표정으로 다음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다. “알았어요. 지금 입금하면 되잖아요. 얼마에요?” 소장은 웃으며 말했다. “오백입니다.” 수정은 바로 입금했다. “됐죠?” 소장은 입금을 알리는 핸드폰 알림음을 들은 후 입금 내역을 확인했다. “감사합니다. 사모님. 그럼 다음 영상 보시겠습니다.” 영상에는 전남편이 납골당에 안치하는 모습과 계약서 작성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계약서에 수기로 작성한 필적과 이혼서류에 수기로 작성한 필적을 대조한 서류까지 보여줬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수정이 물었다. 

탐정은 다시 한번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듯 말했다.      


“그날, 그러니까 현경이라는 아이가 사고 나던 날, 서울 아산병원 응급실에는 세 명의 응급환자가 들어왔어요. 오현경 19세, 김지영 51세, 정숙자 60세. 사고 소식을 듣고 김정호 씨가 한 시간 후에 응급실에 도착합니다. 물론 오현경 때문에 간 거죠. 현경이라는 아이는 깨어나지 못하고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이때까지 전남편은 김지영이 응급실에 실려 온 건 모르고 있었습니다. 정호 씨는 오현경의 보호자 신분으로 교통사고를 낸 사고자와 같이 경찰서로 가서 사고처리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은 오현경의 어머니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연락을 취하게 됩니다. 그런데 뜻밖에 오현경의 어머니가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김지영 씨가 같은 응급실에서 사망한 겁니다. 그래서 경찰은 다시 김지영 씨 가족을 찾았는데 이미 부모도 다 죽고, 형제도 다 죽은 상태여서 연락할 가족이 없다는 걸 정호 씨한테 말해주죠. 그래서 김정호 씨가 현경이 어머니 김지영 씨 장례까지 치러줍니다. 통상 화장을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얼굴을 확인하게 되는데 김정호 씨는 김지영 씨의 얼굴을 확인하지 않았어요.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고요. 만약, 오현경의 어머니 김지영의 얼굴을 확인했다면 첫사랑 김지영이 오현경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겠죠. 그럼 상황은 많이 달라졌겠죠. 사모님이 원하시는 그림을 알겠더라고요. 유전자 검사 결과서, 그리고 첫사랑, 그리고 딸인지도 모르고 육체관계를 가진 김정호. 사모님은 지금 철저하게 전 남편 김정호 씨를 무너뜨릴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거죠.”      


수정은 이제야 모든 게 이해가 되었다. 자신의 계획을 탐정 소장이 알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알게 되어서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호호호, 역시 명탐정이시네요.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네요. 김정호, 그 인간, 확실하게 파멸시킬 거에요. 이제 소장님도 같은 배를 탄 거니까 제대로 도와주세요.”

“같은 배는 아니죠. 사모님이 탄 배가 순항할 수 있도록 잘 도와주는 역할만 하는 겁니다.”

“그게 그거죠. 다음 계획은 전남편이 스스로 알게 만드는 거예요. 오현경이가 자신의 딸이고, 김지영이가 오현경의 엄마라는 사실. 딸의 몸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해서 스스로 무너지도록 하는 거예요.” 

    

탐정 소장은 좋은 건수를 물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백수정의 복수계획에는 치가 떨렸다. ‘지독한 년. 문제의 발단은 자기가 먼저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남편을 무너뜨리겠다고? 돈만 아니면 너 같은 년은 상대도 안 해. 나쁜 년.’    

 

“뭘 그렇게 생각하세요. 제가 말하는 소리 안 들려요?”

“아, 죄송합니다. 생각 좀 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다고요.”

“말씀해주세요.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먼저 납골당 관계자를 만나서 김지영 친딸을 찾았다고 하세요. 그리고 친딸이 계약서를 갱신해줘야 한다고 해서 납골당으로 오게 만들어요. 같은 날 김정호도 규정이 바뀌어서 계약서 갱신해야 한다고 납골당으로 오게 만드는 거죠. 같은 날, 20분 간격으로 오게 해서 현경이가 납골함 앞에 머물러 있게 만들고 김정호가 납골함 앞에서 둘이 마주치게 만드는 거예요.”

“그러면 김정호가 의심하겠네요? 현경이 엄마가 김지영이라는 사실.”

“현경이는 모르지만, 김정호는 알게 되겠죠. 그리고 만약의 상황을 생각해서 유전자 검사를 하겠죠”

“그럼 현경이가 친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이 지영이라고 생각하고 사랑을 나눴는데 그 육체가 친딸의 육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 아아, 살고 싶지 않겠는데요. 사모님 말씀대로 스스로 무너지겠네요.”

“내가 김정호 스케줄을 알아봐 줄 테니까 거절할 수 없는 일정에 납골당으로 오게 만드세요. 현경이한테는 납골당 직원이라고 말하면서 필요하면 납골당까지 운행하는 서비스가 있다고 하시고요. 어떻게든 두 사람이 김지영 납골함 앞에서 마주치도록 해야 해요.”

“알겠습니다. 착수하죠.”     


수정은 완벽한 복수계획에 스스로 만족하며 자리를 일어났다. 그런 수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탐정 소장은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나쁜 년. 이 일이 끝나고 나면 네년이 어떻게 사는지 두고 볼 거야. 난 적어도 양심은 팔지 않아. 지금 네년이 꾸미는 일만큼 대가를 반드시 치를 거야. 김정호가 못하면 내가 대신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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