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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루키 May 13. 2024

행복이 넘치는 사람을 곁에 두세요.

  전화가 울리면 괜히 긴장부터 되는 게 약국 생활이다.

  “내가 언제 무슨 약을 가져간 누구인데..” 하며 이어지는 말에 딱히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혹시나 실수라도 했을까 봐 기억을 재빠르게 돌려본다. 아무 일 없는 게 좋은 거라 생각하는 요즘엔 상대방의 오해에서 비롯된 문의에도 “감사합니다~”하고 전화를 끊는다.


  한 번은 통화를 마치고 기분이 너무 좋았던 일이 있었다. 

  그날은 딱히 특별한 일이 없었던 한가한 오후였다. 날도 흐렸고 손님도 덜 왔고 약국도 한산했다. 그래서인지 전화가 왔는데도 딱히 긴장감 없이, 어쩌면 생각 없이 수화기를 들었다.


  내용인즉, 이 분이 누군가로부터 소개받은 약(제품)이 있는데 이게 맞는 말인지 그리고 그보다 더 좋은 제품은 없는지에 대해 궁금해서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평소 같았으면 전화로 상담을 이어나가진 않는다. 유선상으로 전달하기엔 내용이 길어질 수 있고 또한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장에 손님이 오면 대처를 할 수가 없으니 웬만하면 전화로 말을 길게 이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은 한가했고 손님도 없어서 나름 상세하게 설명을 해드렸다. 약국 단골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사람인데도 제품에 대한 나의 견해와 약의 전반적인 설명, 그리고 요즘에 나오는 새로운 제품(트렌드)까지 알려주었다. 


  너무 고맙다고 하셔서 뿌듯했다. 그리고 그분의 마지막 멘트는 나를 감동시켰다. 


  "행복하세요"


  이 말을 듣는데 느낌이 참 이상했다. “행복하세요”라고 말을 들었는데 진짜 기분이 묘하게 행복해지는 거 같았다. 마치 상대의 행복의 그릇에 행복이 흘러넘쳐서 나의 그릇에까지 전달되어 바닥을 촉촉이 적시는 것 같았다.


  순간 저 사람은 얼마나 행복하길래 상대에게도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일까 부럽기도 하고 그런 인사말을 하는 게 대단하기까지 여겨졌다. 




  “자~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약국에 오는 손님 중 한 분은 늘 저렇게 인사를 하고 가신다. 얼굴엔 항상 은은한 미소를 품은 채 약사와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네신다. 


  처음엔 매번 저렇게 인사를 하고 가시니 그냥 그런 분인가 보다 하고 무심코 넘어갔는데 자꾸 듣다 보니 어느새 그 말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약국에 있다 보면 여러 유형의 손님들을 만나게 되는데 어떤 날은 진상 손님만 우르르 오는 거 같고 어떤 날은 예민한 손님들만 있는 것 같은 날도 있다. 그런 날은 약사와 직원들도 당연히 지치고 예민해지기 마련인데 그럴 때 저런 멘트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가라앉고 스르르 긴장이 조금 풀린다. 실로 마술 같은 멘트다.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과연 뭐길래 단어 한마디로도 기분을 들었나 놨다 하는 걸까. 명확한 실체는 없지만(아직 잘 모르지만)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지대하다. 삶을 지탱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하고 힘겨운 삶을 이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항상 행복을 찾아 나서거나 행복한 삶을 목표로 살아간다. 행복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기 계발서에 단골멘트로 나오듯 “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우리네 삶은 너무나 바쁘고 분초를 쪼개어 살다 보면 그런 소중함을 여길 순간조차 내기 쉽지 않다. 핑계 같지만 여유 있는 시간이 생기거나 쉬는 시간이 생기면 괜히 체력을 비축해야 할 것 같고 진짜 몸을 쉬어야 할 것만 같기 때문이다. 저런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은 마치 일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익숙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들의 삶이 늘 팍팍해 보이고 감사함을 생각하면 감사하지 않는 일도 같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내건 남들과 달리 왜 이럴까 하는 마음도 나를 괴롭히고 SNS를 통해 늘 비교당하는 게 비참하기까지 하다.


  그런 사람들은 행복을 어떻게 가까이할 수 있을까.

행복이 넘치는 사람을 곁에 두자. 시기 질투를 일삼고 남을 깎아 본인을 세우는 사람이 아닌 찐 행복자를 곁에 두고 같이 행복해보는 건 어떨까. 그래서 그 사람이 내게 “우리 행복하자”라고 하는 말이 나를 감동시키고 내가 작은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그런 친구를 곁에 두는 것이다.


  그렇게 메말랐던 내 그릇에 어느새 찰박찰박하게 행복이 쌓인다면 점심식사하러 가는 길에 보는 하늘이 파랗게 빛날 것이고 지친 하루 고된 퇴근길 노을이 예뻐 보일 것이다. 


  어느 날 내 행복의 그릇이 넘칠락 말락 한다면 주저 없이 말해보자. “행복하세요~”라고. 그러면 그걸 듣는 누군가는 마음이 말랑말랑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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