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기즉생

어떤 세상이 와도 지켜야 할 것들

극장에서 찾은 영웅의 메시지

by 아메리 키노

23일 수요일과 25일 토요일, 아내와 함께 설레는 마음을 안고 극장을 찾았다.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영화관을 멀리했는데, 보고 싶었던 두 편의 영화가 동시에 개봉한다는 소식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문득 지난 5월, 영화 '하이파이브'를 보러 왔을 때의 기억이 스쳤다. 그때도 새로운 히어로물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재난 속에서 과연 주인공들은 무엇을 지키려 할까? 그리고 지금, 이 평범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마음에 품고 우리는 먼저 '전지적 독자 시점' 상영관으로 향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한순간에 소설 속 세상으로 변한다면? 이 영화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김독자가 자신이 읽던 웹소설의 내용대로 세상이 흘러가는 것을 깨닫고,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미래를 알고 있다는 압도적인 정보력으로 위기를 헤쳐나가지만,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갈등과 성장, 그리고 동료들과의 유대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단순히 소설 내용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변수들과 인물들의 선택이 스토리에 새로운 흐름을 부여하며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한다.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은 우주 탐사 중 신비한 에너지에 노출되어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네 명의 과학자 이야기다. 몸을 자유자재로 늘리는 리드 리처드, 투명화 능력을 가진 수 스톰, 불꽃을 다루는 조니 스톰, 그리고 강철 피부를 지닌 벤 그림까지. 이들은 예상치 못한 능력을 통해 영웅이 되어야 하는 숙명을 받아들이고, 지구를 위협하는 거대한 빌런 '갤럭투스'에 맞서 싸운다. 가족 같은 팀워크와 스펙터클한 액션이 돋보이는 마블의 새로운 야심작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을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주인공 김독자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미리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거나 자신만을 위해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는 주변의 사람들을 지키고 함께 성장하는 것을 선택하며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소설의 결말을 알고 있지만,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고 갈등하며 결국은 성장해 나가는 김독자의 이야기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예상되는 결말이 있다고 해도, 그 어려움이 지속되는 과정 속에서야 비로소 진정한 성장이 따라온다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치 인생처럼, 우리는 미래를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예측 가능한 부분 속에서도 닥쳐올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할 때 비로소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주인공 김독자의 선택은 어쩌면 이 비현실적인 재난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답을 제시하고 있었다. 바로 '함께'라는 가치, 그리고 그 속에서 얻는 성장이었다. 영화는 단순히 흥미로운 설정의 오락을 넘어, 개인의 능력보다는 '함께'의 가치와 그 속에서의 '성장'을 강조하며 현실 속 연대와 공존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했다.


이어서 본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은 마블의 새로운 히어로물을 기대하게 만드는 스펙터클한 액션과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돋보였다. 하지만 단순히 새로운 히어로의 탄생을 넘어, 가족을 지키면서도 지구의 모든 생명까지 책임지고 구하려는 영웅들의 숭고한 사명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초인적인 힘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지키느냐, 지구인들의 목숨을 지키느냐 마느냐 하는 어려운 결정의 기로에서 고뇌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막강한 능력을 가졌지만, 생명을 지키는 일에는 그만큼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단순히 마블의 새로운 히어로물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풍조를 꼬집는 듯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우리는 종종 눈앞의 이익이나 개인적인 욕망 때문에 타인의 생명이나 존재의 가치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판타스틱 4'는 비록 영화 속 이야기이지만,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그 어떤 선택의 순간에도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어야 한다는 묵직한 울림을 전해주었다. 마블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영웅 서사 속에서 생명의 소중함까지 이야기하는 통찰력 있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히어로에게 부여된 '생명 존중'과 '책임감'이라는 숭고한 메시지를 강력하게 드러내며, 거대한 힘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른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상기시켰다.


두 편의 히어로 영화를 보며,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재난 속에서도 주인공들이 끝까지 지키려 했던 가치들을 곱씹어 보았다. '전지적 독자 시점'의 '함께 하는 성장'과 '판타스틱 4'의 '생명의 소중함'. 이 두 가지는 비단 영화 속 영웅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평범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지, 과연 소중한 것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져본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지키는 영웅이 아닐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내와 넷플릭스에서 발견한 웃음보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