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듯 예술적인, 덕업일치 Issue No.1
안녕, 나 양벼락이야.
나 사실 글 쓰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 회사 일 처리하랴, 쌍둥이 키우랴 글 쓸 시간을 도저히 내지 못해서 아예 회사 업무로 만들었어. (덕업일치라고나 할까?) 자료를 발견하고 분석하고 토론하는 것도 변태적으로 좋아하는데 대학원 이후로 그럴 기회를 만들지 못했거든. 이젠 혼자라도 떠들어 보려고. 그러다 보니 매우 개인적인 생각을 드러내는 야욕을 보이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데(그래서 사적인 듯하면서) 되도록 정신줄 붙잡고 엘디프와 엘디프가 속한 예술이라는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어쨌든 예술적일거라는 말이지)
이 프로젝트 이름은 그래서 <사적인 듯 예술적인, 덕업일치>야. 나 혼자 재밌는 내용일 수도 있어서 좀 떨리지만 너도 재밌을지 모르니까 열심히 떠들어볼게!
사적인 듯 예술적인, 덕업일치 - Issue No.1
설득에 지친 예술기업의 옹달샘,
<글로벌 한류 트렌드 분석 보고서>
예술 기업이라면 누구나 '제한적인 정보' 때문에 스트레스 좀 받았을거야. 예술 기업 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들이 자주, 누군가를 설득해야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지. 소비자는 물론이고 우리를 평가하는 기관의 심사위원들, 함께 프로젝트를 꾸려나가는 파트너사 등등. 예술 시장이 잠시 호황을 맞았던 2020년~2022년 사이에도 여러 통계들이 나왔고 '미술품 거래량이 1조원을 넘었다'는 자극적인 정보들 위주로 많았던 거 기억해? 내 능력 미달일 수 있지만 나는 그 정보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해석이 "우리 회사 원화 매출이 1억이니까 시장 점유율은 10,000분의 1 정도가 되겠군" 정도 뿐이더라고. 정보 활용자의 입장에서 설득력은 커녕 상대방의 거절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정보들을 쉽게 차용할 수 없는 것은 너무 자명한 일이겠지.
나는 그동안 예술경영지원센터라는 예술계의 큰 기둥같은 언니들에게서 많은 정보들을 얻어왔거든. 예경 언니들은 한국 예술 시장 연구소의 역할을 많이 해주고 있어서 최대한 그 정보들을 활용했고 우리가 분석의 객체가 되어 발행된 보고서도 있어서 나는 예경의 보고서를 정말 신뢰하고 사랑해. 그 외에도 여러 기관의 보고서를 수시로 탐닉해 온 통계 덕후로서 감히 비교해보자면, 예경의 지표들은 아주 정량적이고 수치적이라서 상당히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정보를 사용하는 사람의 상상력이 개입될 가능성이 적다는 한계가 있어. 내 약점만 부각되는 것 같달까?
그런데 이번에 발견한 한국문화정보원에의 <글로벌 한류 트렌드 분석 보고서>는 정량함 속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정성적 의미가 가득해 정보사용자의 해석이 더해질 수 있는 여지가 많아 한국의 예술 기업들이 '한류'를 주제로 누군가를 설득할 때 재가공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잘 알기 어려운 해외 정보를 취합해서 공공성을 띤 기관에서 보고서를 발행해주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에너지와 비용을 절감하는 것인지 몰라. 게다가 한류 트렌드를 분석하기 위해서 신뢰도 높은 '외신 기사'만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셜 데이터'까지 포함했다는 점 덕분에 현지 상황을 상당히 잘 반영하고 있을 것이라고 보는거지.
물론 그 소셜이라는 SNS가 유튜브와 Twitter(라고 보고서는 말하는데 옛끼 일론오빠 화나신다)만 들어갔다는 점이 좀 아쉽고(인서타 어디갓노?),
이미 큰 사랑을 받고 여러 방면에서 언급되고 있는 K-Pop, K-Food 같은 선도적 한류에 대한 내용만 나오는 것이 너무 당연해서 K-Art 중에서도 공연/퍼포먼스 계열에 속하는 기업들에게는 해외 진출 시 아주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겠으나 엘디프처럼 시각예술에 종사하는 기업에게는 먼 훗날 있을지도 모를 미래에 대한 행복회로 정도를 돌리는 데에만 활용되고 말 수 있다는 점을 꼭 명시하고서 시작할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해 처음으로 발간되었다는 이 싱싱한 보고서를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이란! (물론 내 동료들은 나보고 "또 AI가 새로운 데이터를 보고 흥분했다"고 놀렸지만)
* 보고서 자체를 리뷰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자료의 출처는 한국문화원 <글로벌 한류 트렌드 분석 보고서>야. 연간, 분기별 보고서를 모두 포함해.
* 그 외 자료를 사용하는 경우만 출처를 별도로 표기할게!
BTS, 김치, 넷플릭스는 당연한거고, 누가 어떻게 왜 좋아할까?
인도~ 인도~ 인도사이다!
나는 사실 한류라는 게 어느 나라에서 가장 흥행하는지 감을 잡지 못했고 어렴풋이 미국이다, 태국이다, 생각했는데 아니 이게 뭐야? 외신 기사량은 인도가 압도적이야. 대륙별 한류 기사량을 비교하면 아시아 대륙이 50.6%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아시아 중에서도 인도는 전세계 한류 기사량의 22.5%를 차지하고 있다는거야. (인구가 많아 人도인 듯)
물론 1인당 한류 기사량을 따지면 인도의 순위가 저 뒤로 밀릴 것 같고, 그래서 인도의 한류 열풍이 실제로는 기대만큼 뜨겁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역시 시장은 인구가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정보야! (이 쯤에서 한국 저출산 문제도 한 번 걱정해주고 가자 T-T)
형이 왜 여기서 나와?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
아니 나는 이 형이 우리한테 이렇게 애정이 있는 줄은 몰랐다? 습관처럼 형제의 나라! 피를 나눈 형제! 라고 드립만 쳤지 진심인 줄은 몰랐다구. 릴스나 숏츠에서 터키에서는 동북아시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한국인이냐' 묻기도 하고 같이 사진도 찍는다고 한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이걸 한국문화정보원 보고서에서 만날 줄은 더더더 몰랐어. 실제로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는 2021년 12월 기준으로 세계 '메나(MENA, Middel East and North Africa)'로 불리는 북아프리카, 중동 지역 한류 팬이 10년 사이 130배 증가했다고 발표했다는데,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튀르키예가 한류 문화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점을 많이 감안해도 세계 3위로 한류 기사를 발행하고 있다고 한다니 이 형님들의 관심은 찐인거야.
다만 <중동 주요 3개국 정부 정책 변화와 한류 수용 양상에 대한 고찰: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튀르키예를 중심으로> (구기연/한하은/안소연, 아시아리뷰 제13권 제3호, p.111~156, 2023)에 따르면 이 형님들은 중동 내 한류 확산을 주도했던 국가였지만 한류가 하나의 주요 문화로 자리 잡는 동시에 (내가 볼 땐 문화 주권을 의식한) 정치적 억압이 심화되면서 한류가 그 나라의 저항 문화의 양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고 해(p.148). 일례로 튀르키예 수도인 이스탄불에서 10대 소녀 셋이 가출을 해놓고서는 "한국에 가고 싶어서 가출했다."고 증언하면서 튀르키예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이슈가 되었고, 튀르키예 정부가 K-Pop을 견제하려고 하니까 K-Pop 수용자들이 'K-팝은 금지되어서는 안된다(#kpopyasaklanmasin)'이라는 해시태그 무브먼트를 보이기도 했대(p.141).
한류가 튀르키예 내에서 저항의 코드로 작용하면서 문화적 스파크를 더 많이 튀기는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리면 튀르키예 정부가 한류를 더 적극적으로 탄압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우리를 잠시 힘들게 했던 중국의 한한령 같은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겠지? 어쨌거나 중국은 마르크스주의를 바탕으로 건국되어서 무신론적인 혹은 유물론적인 국가라고 봐야 할 것이고, 한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다종교적 국가이면서도 국교가 없는 (무신론은 아닌) 무교적 나라임에도 문화 탄압이 이렇게 일어났는데, 이슬람권이 문화 탄압을 한다면 어떻게 될지 조금 살 떨리는 측면이 있어. 그래도 터키 형님들은 이슬람 국가들 중에서도 개방 of 개방주의자들이고 중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아니니까 피부로 와 닿지는 않기를 바라봐야지. 아무쪼록 이 논문은 상당히 재밌으니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리뷰해볼게!
아까 말한 튀르키예 관련된 내용이 담긴 아시아리뷰 연구논문이야. 관심있는 사람은 제목 검색해봐. 무료로 다운로드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