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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금 Jun 02. 2022

퇴사하겠습니다

퇴사가 이렇게 쉬운 거였군요



많은 고민을 했다. 시험관을 위하여 퇴사를 하는 것이 맞을지. 퇴사를 한다고 해서 아기가 바로 생기리란 보장도 없는데, 그럼 그때의 나는 회사에 몸담고 있을 때보다 더 불안 해할 텐데. 그렇다면 다소 힘은 들더라도 회사에 다니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 해보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


온전히 나만 믿고 결정을 내리기에는 불안한 요소들이 많아 끝없이 고민했다. 경력단절, 일하지 않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시선, 일하지 않음으로부터 오는 나의 자격지심, 고정적인 수입이 끊김에서 오는 경제적인 어려움… 무엇이 정답일지   없어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이 흔들렸고,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사주도 봤다. 같은 과정을 겪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얻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마음은 퇴사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만두어야 할 이유가 명확했다. 이곳에 몸담고 있는 한 나의 아이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곳에서의 내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고, 억지로 그려보는 이곳에서의 내 미래 모습도 내가 꿈꾸고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오늘은 이야기를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고 상사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퇴사하려고 합니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 입술을 뗀 순간 눈물은 쏟아졌고, 목이 메어 왜 퇴사하려고 마음먹게 된 건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상사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이야기했고, 이런저런 방안들을 제시해주었지만.. 약 4시간 만에 나의 퇴사는 빠르게 확정되었다.


아, 퇴사가 이렇게 쉬운 거였군요. 10년 동안 근무하면서 한 번도 말하지 못했던 ‘퇴사’였는데,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는 거였군요.


사실은 서운하지 않다. 나의 생각보다 결정의 속도가 빨라서, 내가 그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 다소 버거웠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서운함이나 아쉬움은 없다. 다만 속이 울렁거렸고, 급격히 허기가 졌다. 그대로 집에 가서 쉬고 싶었지만, 한없이 쳐져 있을 것이 눈에 보여 기어코 카페에 왔고, 허겁지겁 토스트를 입 안으로 욱여넣었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함이었는지, 어떤 내 안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함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기계적으로 눈앞에 있는 음식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을 뿐이었다.


시험관을 하기 위해 퇴사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주위에 했을 때, 누구도 나의 결정을 말리지 못했다.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안타까워했을 뿐, 조금 더 노력해보자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윗선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든 퇴사는 하게 될 것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빠르게 결정이 될 줄은 몰랐네.


어찌 되었든 퇴사는 아주 쉽게 결정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나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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