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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Nov 13. 2023

무뚝뚝한 경비 할아버지가 환하게 웃으셨던 이유

건강이 최고~!

결혼 전 분당에서 일했을 때의 일입니다. 근무하는 사무실은 지하 주차장이 3층까지 있는 차량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는 건물이었습니다. 그때 근무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것이 바로 주차 문제였습니다. 


예전에 지은 건물이라 SUV를 비롯해  차는 이용할 수가 없게 된 구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건물 앞에 6대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이용하거나 도로 측면에 주차해해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제 차가 SUV다 보니 걱정이 될 수밖에요. 해당 캠퍼스 관리자로 발령을 받은 후 직원들에게 주차 앞으로 어쩌냐고 걱정하며 물어보니 경비분들과 좀 친하게 지내면 좀 수월할 거란 말을 했습니다.


두 분이 교대로 일을 하시는데 한 분은 참 친절하고 좋으신데 다른 한 분은 연세도 꽤 있으시고 무뚝뚝하고 무서워 보이기도 해서 인사도 잘 안 하게 된다고 직원들이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그 이후 직접 경험해 보니 직원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항상 먼저 인사드리고, 가끔씩 음료수나 간식을 드리니 무뚝뚝하긴 하셔도  가끔씩 먼저 인사를 하며 반겨 주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씩 건물 앞 주차 장소에 계실 때 제가 도착하면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곤 했습니다. 건물 앞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보니 운이 좋아야 그곳에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주차할 곳이 어디 있나 하고 살피는데 마침 한 자리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차를 하려 하는데, 그날따라 그 할아버지(무뚝뚝하신)께서 무슨 좋은 일이 있으셨는지 계속 싱글벙글 거리며 환하게 웃고 계셨습니다.


저를 보시더니 반갑게 인사한 후 주차하는데 도움을 주시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셨습니다. 그분이 웃으시는 모습을 본 건 근무한 지 달여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그토록 입이 귀까지 걸리도록 환하게 웃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아 주차를 하고 할아버지께 다가갔습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으세요~!^^

좋은 일요? 허허허~
 어제 건강 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한 군데도 이상 없이
건강하다고 하더라고요.

아, 그러셨구나~ 축하드려요~!
 아무튼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으세요!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수고하세요~!

할아버지의 환한 웃음 가득한 모습을 뒤로하고 사무실에 도착해 직원들에게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직원들도 정말 뜻밖이라 생각하며 다들 웃음 지었습니다.


당신들도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진 않잖아요.
먼저 인사도 하고, 말도 걸고
관심도 가져주고 하면
상대방의 태도도 달라지기 마련이잖아요.
어린 왕자가 꽃에게 그랬던 것처럼?!^^


건강검진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토록 환한 얼굴로 싱글벙글 웃으시던  할아버지. 어쩌면 콧노래까지 흥얼거리셨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곳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이 하늘 위를 걷는 듯 가벼워 보였거든요.^^


출근길 할아버지로 인해 저 또한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하다가 잠시 시간을 내어 음료수 하나와 바나나 한 개를 전해 드리고 왔습니다.


그 할아버지에 비하면 나는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가? 매 순간 감사한 마음으로 많이 웃으며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을날 차 한 잔의 여유>

그때의 기록을 보니 10월의 가을날이었더군요. 가을의 정취를 사무실 안에서 느낄 수 없으니 소담스러운 국화와 차 한 잔으로 가을 분위를 느끼려 했나 봅니다.^^




사실 얼마 전 좋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최근 엄마가 수술과 항암&방사선 치료 이후 7개월 여만에 처음으로 정기 검진을 받았는데 아무 이상 없다는 결과를 들었습니다. 검진 결과를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새벽에도 자주 깨고 마음 졸이고 있었는데 어찌나 감사하던지.

< 엄마~고마워요~♡ >


오빠에게 엄마의 검진 결과를 전해 듣고 하루 종일 싱글벙글 웃고 마음은 구름 위를 걷는 듯했습니다. 콧노래는 옵션이었고요. 예전에 경비 할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처럼.^^


written by 초원의 빛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백예린 님의 'November song'

https://youtu.be/RnqddKPfmA4?si=8Hker9UuimQrqMcV


골든 스윙 밴드의 'How high the moon'

https://www.youtube.com/watch?v=8n8KNufiH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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