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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차 Mar 21. 2022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에게

친구에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 모두가 헤어짐의 나룻배에 몸을 싣듯 너 또한 그 배 앞에서 서성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수화기 너머로부터 들리던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 나지막하게 처참한 감정을 읊조리던 너의 음성이 네 심정을 고스란히 대변해주고 있네. 


사랑은 그 대상에게로 사라질 수 있지만, 이별은 주체성 없이 빈 공간을 덧없이 배회하지는 않을까. 네가 느끼는 그 두려움과 슬픔은 이 이별의 불확실성 때문이 아닐까 어림짐작해본다. 


하지만 만남의 강물이 너에게로 흘렀듯 이별의 강물 또한 네가 원하는 장소로 흘러갈 테야. 
아직 그 강물의 도착지가 까마득하게 멀어 보여 너는 조바심과 회한으로 점철되어 있겠지만, 

그 도착지엔 너와 그녀의 시간으로 덮여 있는 따뜻한 추억들이 너를 기다려주고 있을 거야. 


지금 네가 해야 할 것은 슬픔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 
만남의 강물은 환희의 눈물이었다면, 

이별의 강물은 애도의 눈물이야. 그 강물의 원액인 눈물을 수요에 맞게 공급해주는 게 정직한 애도이자 이별의 자세 아닐까. 눈물은 허공으로 흐르지 않고 반드시 이 강물로 흐를 거야. 


나는 네가 아니기 때문에 너의 슬픔을 가늠하지 못하고, 해서도 안 돼. 하지만 지금 느끼고 있는 이 슬픔을 부디 배척하지 말아 줘.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한다는 건, 결국엔 그 사람을 위해 슬퍼한다는 거야. 


우리의 슬픔으로 하여금 만남은 완성된다고 믿어. 


자, 이제 이별의 나룻배를 타. 나룻배와 함께 강물의 하류를 지나가 봐. 그녀와의 시간들, 사진들, 기억들, 문자 메시지들, 장소들, 플레이리스트들을 찬찬히 훑어보면서... 

그러면 어느새 나룻배는 강물의 종착지에 정착할 거야. 이제 다음 사람에게 그 나룻배를 양도하고, 

강물의 해협을 따라 조금 걸어가다 보면 


또 다른 나룻배 하나가 보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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