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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필 여행을 떠났다 Mar 20. 2021

칼 요한 거리를 걷다

칼 요한 거리를 걷다가 한 입 베물고

따가운 햇볕에 잠시 눈을 감으니

갈매기 녀석이 능숙하게 햄버거를 채간다.

당황스럽고 기가 막혀 주위를 둘러보니

한눈에 들어오는 토르의 망치


뭉크, 피카소, 르누아르, 세잔, 마네, 

모딜리아니, 드가의 친숙한 손짓 따라

오슬로 산책은 화해의 장


낮이 짧은 4월의 황금빛으로 

농축된 노을에 물들어가는 

오슬로를 걸을 때는

두 개의 햄버거를 준비하는게 좋다.


그리고 갈매기에 뺏겨도 넉넉한 마음은

덤으로 가질 것.











 
오로라를 향한 긴 북쪽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들른 오슬로. 쉽게 보여주지 않았던 오로라. 여행은 늘 그렇듯이 자신의 모든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아쉬움, 안타까움이 다음 여행을 기약하지만 우리의 삶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힘들게 떠난 여행이지만 만족할 수 없는 아쉬움을 간직한 채 단 하루의 시간만 허락된 오슬로에서의 가볍지 않은 산책을 하다. 예상치 못했던 비둘기의 역습으로 점심을 강탈당하고 나니 외려 터진 헛웃음에 다시 마음을 잡으며 다시 긴 여행을 준비하게 된 오슬로에서의 하루.

노르웨이NORWAY 오슬로 Os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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