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고선 위의 한 뼘 거리
북해도로 가는 야간 비행
활주로에 불이 들어오 듯
형광 빛이 좌석 따라 길게 켜지면
사람들은 그제서야
등받이에 고개를 뉘고
여행을
가족을
사업을
연인을
생각한다.
귓가에 맴도는
잔잔한 진동과 소음은
언제나 그랬지만
거대한 폭포수를 닮았다.
듣고있으면 멍해지다
눈꺼풀이 떨어지며
희미한 기억 속으로 빠져든다.
헛 손 사위에
나쁜 꿈을 꾸었다며 양팔을 잡아주는
그대는 누구세요?
화려한 은 쟁반에 담아온
이 요리는 또 누굴 위한 만찬인가요?
한껏 제 낀 안쓰러운 등받이 올려주며
토닥토닥
움츠린 채
가슴으로부터
두 뼘 반의 작은 공간이지만
피를 거칠게 뿜어내며
도움닫기 하는 심장과 함께
세상 속으로 떠나는
야. 간. 비. 행
여행의 경험이 많던 적던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륙하는 순간은 다 이러하리라. 하지만 밤 늦게 떠나는 야간비행은 언제나 여행의 흥분의 무게보다 무겁다. 어두운 밤 하늘로 떠나는 두려움과 벌써부터 노곤함은 마치 처음 세상 밖에 나온 아이가 되게 한다. 그래서 여행은 순수한 것인가? 아무리 힘들어도 좋은 여행은 행복하다.
일본JAPAN 북해도HOKKAI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