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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필 여행을 떠났다 Mar 20. 2021

야간 비행

등고선 위의 한 뼘 거리 

북해도로 가는 야간 비행

활주로에 불이 들어오 듯 

형광 빛이 좌석 따라 길게 켜지면

사람들은 그제서야 

등받이에 고개를 뉘고

여행을

가족을

사업을

연인을

생각한다.

귓가에 맴도는

잔잔한 진동과 소음은

언제나 그랬지만

거대한 폭포수를 닮았다.

듣고있으면 멍해지다

눈꺼풀이 떨어지며

희미한 기억 속으로 빠져든다.

헛 손 사위에

나쁜 꿈을 꾸었다며 양팔을 잡아주는

그대는 누구세요?

화려한 은 쟁반에 담아온

이 요리는 또 누굴 위한 만찬인가요?

한껏 제 낀 안쓰러운 등받이 올려주며

토닥토닥

움츠린 채 

가슴으로부터 

두 뼘 반의 작은 공간이지만

피를 거칠게 뿜어내며

도움닫기 하는 심장과 함께

세상 속으로 떠나는

야. 간. 비. 행





여행의 경험이 많던 적던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륙하는 순간은 다 이러하리라. 하지만 밤 늦게 떠나는 야간비행은 언제나 여행의 흥분의 무게보다 무겁다. 어두운 밤 하늘로 떠나는 두려움과 벌써부터 노곤함은 마치 처음 세상 밖에 나온 아이가 되게 한다. 그래서 여행은 순수한 것인가? 아무리 힘들어도 좋은 여행은 행복하다.
 일본JAPAN 북해도HOKKA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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