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팅 수업 때의 일이다.
하나의 사물을 정해 아주 상세하게 묘사하는 과제라니. 사랑스러운 맛이니, 귀여운 색감이니 평소에도 이상한 표현법을 가진 나인데... 꽤 난감했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기에 묘사하고 싶은 사물을 애써 찾아보았다.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 항상 손에 쥐고 있는 휴대전화, 이불, 노트북 등 주변에 많은 것들이 존재했다. 때로는 나의 필요로, 욕심으로 채워진 작은 방 안. 그중 최근에 생일 선물로 받은 키보드로 선정했다. 시야에 걸린 것들 중 가장 아끼니까, 가장 쉬울 것 같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무엇인가. 모양, 색, 질감 등 모든 특성을 글로써 표현해야 했지만, 어쩐지 나의 글에는 느낌과 감정으로 가득했다. ‘키보드 색상이 귀엽다.‘ ’ 버튼이 옹골차 두드리고 싶다.‘ 등등 묘사와는 거리가 먼 말. 부끄러운 단어들에 숨고 싶은 기분도 잠시... 진득한 생각을 한다.
나는 주변 사람들과 상황을 정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나? 그저 내 느낌대로 구분 지어 판별하기 바빴던 건 아닐까.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내 삶에서 가능한 일이긴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