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왜 해적이 될 수 없어?
어렸을 때 나는 '소녀들'이 즐겨 보던 로맨스 만화보다는 모험과 액션이 펼쳐지는 '소년만화'를 즐겨보았다.
(그 당시 소녀였던 내가 액션 만화를 더 자주 봤던 것을 보면 역시나 '소년만화'라는 네이밍은 한계가 명확한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원피스>를 정말 좋아해서 해적이 되는 꿈을 자주 꾸기도 했다.
하지만 <원피스>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은 언제나 남자 캐릭터들보다 (상대적으로) 연약하고, 감정적이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보호받았다.
나는 '여성'이었으므로, 자연스럽게 스스로가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게 무척 속상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여자니까, 해적이 되어서도 절대로 꿈을 이루지 못 할 거야.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20대가 된 후, <겨울왕국>을 보게 되었다.
<겨울왕국> 1편을 너무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2편을 보게 되었는데,
극 중에서 엘사가 폭풍같이 몰아치는 바다에 맞서 걸어가는 장면이 나왔다.
그걸 보면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저렇게 멋있는 캐릭터가 '여성'이란 것이 너무 감격스러웠다.
내가 어렸을 때도 엘사 캐릭터가 있었다면 나는 얼음여왕이 되길 꿈꿨을 것이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2022년의 소녀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여성 영웅들을 만나게 될까.
수많은 여성 영웅을 보게 될 그녀들이 너무 부럽기도 하지만
부러움보다는 벅참이 더 크다. 세상은 바뀌고 있다. 아주 조금씩.
사람은 꿈꾸는 만큼 자란다.
소녀들이 더없이 큰 꿈을 꾸고, 더없이 큰 사람으로 자랄 수 있길 바란다.
Girls can do anything!
Girls can be any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