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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돌 Nov 23. 2024

베트남에서 마라톤해도 안 죽음

달밤에 마라톤 하는 소리

달리기가 유행이라 동네마다 동호회가 생겨나고 관련한 뉴스가 나오기도 한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베트남에서도 마찬가지의 일이 일어나고 있다. 새벽이나 저녁에 달리기 하러 나가보면 골목마다 베트남의 러닝 동호회가 몸을 풀고 있고, 최근에는 한국인 동호회도 생겨나고 있다.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유행인가 보다. SNS를 통해 전지구적으로 같은 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되고, 동일한 유행이 되어 사람들이 움진인 다는 것이 이해되면서도 또 신기하기만 하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술을 끊으면서부터였다. 술을 끊고, 헬스장엘가고, 달리기를 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혼자의 기특한 생각으로 이런 흐름이 연결된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닌 것 같다. 그 중간중간 틈틈이 유튜브를 시청해 왔기 때문에, 금주-헬스-러닝이라는 연결은 사실 유튜브가 쳐놓은 알고리즘의 유도대로 내가 움직여진 것일 가능성이 크다. 주체적이지 못하게 유행대로 움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결국엔 내가 결정한 대로 따른 것이니 큰 틀에서는 나름 주체적이었다고 위로를 해본다.


지난해 스스로 러닝을 주종목으로 운동을 하겠다고 다짐하자마자 올해 1월 호치민 시내에서 열리는 국제 마라톤 대회에 하프 코스 등록을 했다. 하프 코스라는 것이 21Km라는 것을 알기는 했지만, 풀코스의 절반이기에 동네 아저씨들이 쉽게 참가하는 것 아닐까 라며 짐작만으로 신청한 것이었다. 그렇게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지 못한 채 3달 정도 연습을 하고 완주를 한 경험이 있다. 이는 나에게 꽤 긍정적 자극을 주었던 것 같다. 그간 느끼지 못했던 방식의 도파민 자극이었나 보다. 이때의 자극으로 올해가 가기 전에 하나의 대회를 더 신청했다. 그렇게 이번 11월 3일에 호치민 시내에서 열린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신청을 하고 또다시 무사히 완주했다.


지난해부터 달리기에 취미를 붙이고 또 마라톤 대회를 참가했다고 얘기하면, 주변에서 몇 가지의 피드백을 받곤 한다. 주로 듣게 되는 것이 '달리기 많이 하면 무릎 나간다.' 그리고 '베트남 더운데 어떻게 달리기 하냐?'라는 반응이다. 심지어는 더운데 무리해서 뛰면 죽는다고 걱정해주기도 한다. 무릎 얘기에 대해선 천천히 달리면서 무리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하고 있고, 더워서 어떻게 달리냐는 말에는 밤에, 또는 새벽에 달린다고 말한다. 마라톤 대회도 한국처럼 아침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1월에 참가했던 마라톤은 새벽 4시에 출발했고, 이번달의 대회는 새벽 4시 30분에 출발했다. 깜깜해서 불을 켜지 않으면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면 6시 30분 내지는 7시 전에 해가 뜨면서 결승선에 들어오기 때문에 더워지기 전 모든 것을 마무리할 수 있다.



달리기를 하며, 골목마다 모여서 달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긍정의 에너지를 함께 느낀다. 이른 새벽부터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다들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유행을 따라 나왔든, 누군가에 이끌려 나왔든 결국엔 본인이 나오기로 결정한 사람들이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자극이 있다. SNS와 유행, 어쩌면 호르몬 분비의 결과라고 할 수도 있는 많은 자극과 이유들, 아니면 핑계들. 그리고 내가 서있는 이곳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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