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웜 판정 후 1주가 흘러 병원에 들렀다. 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 같다는 말 빼고는 큰 의미 있는 말을 듣지 못했다. 다시 1주일 후 또 병원. 링웜이 꽤나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하셨다. 이제는 넥카라를 중간중간 빼줘도 될 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웃으시면서 한마디 툭 던지셨다.
"얘 잘 먹죠?"
나는 빙그레 웃었다.
나는 어릴 적 워낙 말랐던 아이였다. 지금 나를 아는 사람들은 정말이냐고 물을 테지만, 사실이다. 그러다 중학교 3학년 때 교통사고가 났었다. 그리고 7개월간 입원하며 나는 무려 15kg이 쪘다. 부모님께서는 사고 난 아들이 안쓰러워 좋은 것들을 사다 먹이셨고, 그 아들은 병원에서 옴짝달싹 못하며 움직이지 못해 운동량이 적었던 탓이다. 그리고 나는 그때 이후로 단 한 번도 마른 몸매를 유지해본 적이 없다.
우리가 구슬이에게 딱 그랬다. 처음에 우리 집에 왔을 때부터, 구슬이는 참 잘 먹었다. 앙상했던 구슬이가 잘 먹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뿌듯했던 우리는, 구슬이를 정말 잘 먹였다. 구슬이가 우리에게 하악질을 하다가도, 배고프면 가까이 다가와 '야옹야옹'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고양이는 자신이 먹어야 될 양보다 더 많이 먹게 되면 무른 변을 보게 된다. 영양소를 흡수하다가 남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구슬이는 자주 무른 변을 봤다. 무른 변을 보면 먹을 양을 조금 줄였지만, 그럴 때마다 구슬이는 우리에게 더 많은 밥을 달라고 야옹거렸고, 우리는 또 구슬이의 목소리에 녹아내려 먹을 것을 내주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아픈 아이였기에, 잘 먹는 모습을 보면 괜히 기특하고 안쓰럽고 그랬던 것이었다. 거기다 구슬이는 넥카라 착용이 워낙 길어지는 꼬마 고양이였기에,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활동성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구슬이의 성향 자체도 방에서 거실로도 잘 나오지 않는 소심쟁이다. 잘 먹고, 움직이지 않는 쌍두마차가 구슬이의 몸무게를 위로위로 끌고 올라가는 것이었다. 예전 병원에서 나처럼.
먹을 것을 줄일 자신은 없었다. 줄이려고 노력해봤자, 우리 가족들의 성향상 우리를 바라보며 야옹거리는 구슬이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구슬이를 그냥 살이 찌게 둘 수는 없었다. 살찐 고양이들을 보면, 귀엽긴 하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살찐 고양이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살이 찐 고양이가 귀여울 수는 있어도 건강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처음부터 아팠던 구슬이에게 최우선은 일단 건강이니까. 먹을 것을 줄일 수 없다면 활동을 늘려야 하는데, 구슬이가 머무는 방을 바라봤더니 너무 작아 보였다. 그래. 구슬이가 놀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부족하구나. 캣타워가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큰 캣타워는 구슬이에게 너무 커 보였고, 작은 캣타워는 너무 짧은 기간밖에 못 사용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구슬이는 넥카라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캣타워를 잘 사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그래서 당근마켓에서 저렴한 캣타워를 하나 구입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에 당근마켓 앱을 열고서, '캣타워', '캣폴'을 키워드로 설정하고 무작정 기다려 보기로 했다.
구슬이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gooseul_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