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캣타워', '캣폴'에 대한 당근마켓 알람은 꽤나 많이 울려댔다. 하지만 상태가 좋고 저렴하게 나온 것들은 미처 내가 채팅을 걸기도 전에 마감이 되었고, 남은 것들은 너무 비싸거나 상태가 심각하게 좋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상태가 너무 좋은 것들은, '이 사람이 고양이를 키우다가 물건을 파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기에 괜히 씁쓸했다. 아무래도 고양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갑자기 커지면서, 키우다가 중도 포기하는 사람과 고양이를 새롭게 키우는 사람의 수요-공급이 맞아떨어지면서 중고거래가 활발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객관적으로 조사를 해본 것은 아니기에 어디까지나 느낌일 뿐이긴 하지만.
그러다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캣타워 사진을 보니 너무 상태가 좋지도, 너무 나쁘지도 않았고, 사이즈도 딱 적당했다. 게다가 '나눔'이었다. 재빨리 메시지를 보냈고, 운 좋게 시간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분해하는데 필요한 육각렌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고, 집에 예전에 사두었던 육각렌치 꾸러미를 찾아들고 약속 시간을 기다렸다. 기다리다 보니 또 혼자 분해하고 옮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기계와 도구를 잘 다루는 후배 녀석에게 전화를 넣어 같이 가자고 부탁했다.
후배와 캣타워 나눔 장소에 도착했더니 캣타워 주인 분과 고양이 두 마리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구슬이에 비하면 10배는 커 보이던 고등어 코숏은 자꾸 만져달라고 우리에게 머리를 들이밀었고, 도도해 보이는 렉돌은 주인분 옆에서 우리를 경계하는 듯했다. 특히 구슬이도 고등어 코숏이라 괜히 구슬이가 컸을 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신기했다. 물론 구슬이를 보다가 성묘를 보니 고양이가 아니라 표범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하는 집을 들어가는 것도 처음이라 신기했다. 아직 꼬마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하는 우리 집에서는 볼 수 없던 광경들이었다.
'아, 저것이 사막화라는 거구나', '아 이게 고양이 털이 날린다는 거구나.'
앞으로 우리도 곧 겪게 될 일들이라는 생각에 미소와 한숨이 동시에 나왔다. 캣타워는 사진을 보고 생각한 것보다 너무 상태가 좋았다. 후배 녀석과 캣타워를 분해해 차에 옮겨 싣고, 후배를 바래다준 뒤 집으로 돌아왔다. 이젠 큰딸과 나의 차례였다. 현관 앞에서 캣타워 부품들을 하나씩 닦기 시작했다. 알코올과 EM용액을 가지고 수건으로 캣타워를 닦다 보니 꽤나 많은 털들이 나왔다. 고양이와 함께 했던 흔적이었다. 그 흔적을 없앤다는 것은, 캣타워에게 주인을 바꾸겠다는 보내는 일종의 신호였다. 그리고 앞으로는 구슬이의 침과 털이 묻을 것이라는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물론, 그것도 구슬이가 캣타워를 잘 이용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그리고 장모종 고양이에 대한 일종의 로망 같은 것이 있던 큰딸은, 캣타워에 있는 털을 보며 그 로망이 사라졌다고 했다.
캣타워를 모두 조립하고 구슬이 방에 두었더니, 구슬이는 아직 그것이 자신의 것인 줄 모르고 갸우뚱하며 캣타워를 바라보았다. 나는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들어 구슬이를 안고 캣타워 3층에 구슬이를 올려놓았다. 구슬이는 역시나 아직 자신의 공간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구슬이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gooseul_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