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3 아이의 성장
아이들이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은 만국의 부모들의 바람이다.
우리 식구도 아이들의 성장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키가 작던 크던 아무렇지 않게 대하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하고 지내도 냉장고 문 앞에 키재기 자석을 붙여놓고 생각날 때마다 재어본다.
가장 최근에 재본 첫째의 키가 130cm이다. 보물상자 속 오래된 생활기록부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내가 5학년이 되어서야 달성한 키이다. 몸무게는 27kg으로 그것 역시 5학년때 몸무게와 같다. 자기 반에서 가장 작은 애가 124cm라는 첫째의 말을 듣고 나의 3학년 때 키를 보니 121cm이다. 작년 이맘때의 첫째 키다.
성장의 3요소로 알려진 것이 균형 잡힌 식사, 적당한 활동량, 충분한 수면이다. 이중에 식사의 관점으로 보면
우리 첫째는 가리는 음식이 많다. 김치를 잘 먹지 않는다. 반찬에 채소가 나오면 건들지 않고 된장, 쌈장 이런 것은 손도 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먹을 때는 매끼 계란프라이를 주된 반찬으로 한다. 아침식사로 시리얼을 먹을 때는 한 대접 먹지만 밥을 먹을 때는 깨작깨작이다. 조미된 김가루를 밥과 뭉쳐서 주먹밥을 해주거나 카레를 주면 잘 먹는다. 고기는 소고기, 돼지고기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늘어놓고 보니 이 정도는 초등학교 3학년이면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할 식성이다.
활동량의 관점에서 아이는 체육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아빠의 습성을 빼닮았다. 그렇기에 본인이 줄넘기에 흥미를 느끼자 바로 줄넘기 학원에 등록을 해준 것이었다. 그리고 2년 반이 지났고 같은 학년에서는 적수가 없을 만큼 열심히 운동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5km 달리기 대회도 별 연습 없이 2번이나 참가하기도 했다.
수면의 관점에서도 저녁 10시쯤 되면 눈을 비비고 피곤한 몸을 누인다. 그러곤 해가 밝을 때까지 잘 잔다.
지금의 아이와 비교하기 위해 나의 국민학교 3학년 시절을 돌아본다. 종합적 평가는 성장에 임팩트가 없는 시기였다. 식사 분야에서 지금 첫째의 식단과 별 차이가 없었다. 김치를 안 먹어서 엄마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고 된장은 먹긴 했지만 멸치를 다 건지고 국물 부분만 떠먹었다. 고기도 조금, 치킨도 조금만 먹으면 더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났다. 전반적으로 먹는 양이 지금 첫째의 양보다 더 적었다.
활동량의 분야에서 보면 그 시절은 학교 다녀오면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것이 가장 행복했다. 집에 가방을 풀어두고는 태권도장으로 향했다. 품새를 익히려고 태극 1장에서 8장까지 열심히도 따라 했다. 학원을 마치면 도복을 벗고 골목으로 뛰쳐나갔다. 주변이 어두워질 때까지 동네 친구들과 오징어독구(오징어게임), 술래잡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슬놀이, 땅따먹기 등 각종 놀이를 돌아가며 했다.
수면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놀고 와서 쓰러지듯 잤기에 문제가 없었다. 정리해 보면 이 시기 키와 몸무게의 성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먹는 음식과 양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두뇌의 발달면에서도 부모는 내 아이가 뒤쳐지지나 않을까 걱정을 한다. 내가 어릴 때는 아버지는 공장 3교대 근무로 거의 자는 모습만 볼 수 있었고 어머니가 맞벌이를 하면서 동생과 나를 챙겨줬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었고 학교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언제나 즐거웠다. 시험도 곧잘 치고 등수도 높아서 이것 때문에 부모님의 잔소리를 들은 적은 없었다.
지금 우리 집도 아내와 내가 맞벌이를 한다. 그래도 그 시절 아버지와 달리 나는 근무시간 조정이 자유로운 개인사업자라 그 시절 내 어머니처럼 아이들을 챙길 수 있다. 아내는 잔업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 아침먹이는 것과 자기 전에 놀아주는 것에 진심이다. 아내가 아이에게 주마다 문제집 몇 장 푸는 숙제를 내어주면 내가 그것을 매기고 틀린 것에 대해 왜 틀렸는지 같이 파악하고 조언을 해준다. 눈치가 빠르고 곧잘 이해해서 공부 때문에 걱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TV를 보면 아이와 비슷한 나이인데 한자 2급을 땄다거나,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거나, 어려운 수학문제를 푸는 아이들이 나오면 반 농담으로 첫째에게 "너도 저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니야?"라고 말을 한다. 그러면 아이는 "저거는 좀?"이라며 능청스럽게 대답한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첫째는 또래 아이들처럼 잘 크고 있다. 비교와 독촉은 버리고 칭찬과 격려만 남긴다면 더 웃음 많고 스스로 잘하는 한 사람으로 커갈 것이다. 글을 마무리 하려니 이런 것을 알면서도 보통의 부모라서 잘 못하고 있는 것이 자꾸 떠오른다. 어제 저녁에는 놀이터에서 놀고와서 신발에 모래를 털지 않았다고 소리높여 지적하였고, 저녁식사하며 밥 한그릇을 못 비웠다고 잔소리를 하였다. 꾸짖는다고 바로 바뀌는 것이 아니고 습관을 만들어줘야 바뀌는 것인데 조급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부모님이 초등학교 3학년인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신 것을 떠올리며 나도 아이를 이해하고 공감해줘야겠다고 다짐한다.
"자랑스러운 첫째야! 잘 커 줘서 고맙다. 지금을 감사하며 앞으로도 행복하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