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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글을 쓰는 방법을 찾는 시간

소설 영웅문을 다시 읽는 이유

by CJbenitora

모든 작가들은 자신의 책이 잘 팔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출간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나 지식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주기를 바란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이 인기가 있기 위해서는 참신한 소재, 이야기의 서사, 깨달음, 신기한 소식, 주옥같은 단어, 공감과 같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어떤 작가는 이야기의 자잘한 요소까지 묘사해 가면서 독자를 안내하는 한편, 다른 작가는 큰 뼈대에 비중을 두어 설명하며 나머지는 독자의 상상력이 발휘되도록 한다. 또 글의 성격에 따라 쓰는 문장도 차이가 난다. 지식전달이 중심이라면 딱딱한 문어체로 독자를 몰입시키고, 재미를 주려고 하면 구어체와 세밀한 묘사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에세이 작가로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글을 쓰다 보니 나만의 이야기를 푸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는 '독자들이 모를 것 같은 것은 자세히 설명한다'이다. 내 삶에서 나에게는 익숙한 사물, 사건이지만 독자들에게는 생소하다면 실컷 얘기하고는 공감을 얻기 힘들다. 내 글에는 사진이 없는데, 사진을 중간에 넣지 않고도 글만 따라가면 머릿속에서 그려지도록 만들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야기를 끝내고 생각은 독자에게 맡긴다'이다. 내가 할 이야기는 깔끔하게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폰을 떨어뜨려 깨뜨린 일이 있다고 하면 어디에서 어떻게 하다가 떨어뜨렸고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빠짐없이 적는다. 그리고는 나만의 결론을 내리지 않고 끝내려고 하는 것이다. 독자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같은 이야기를 보고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저 사람도 칠칠치 못하네 하며 작가를 친근하게 볼 수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사람은 아이폰 케어프로그램을 가입할 것이고, 실행력이 있는 사람은 당장 필름가게에서 필름을 씌우고 케이스를 살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내 이야기는 하되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는다가 두 번째 원칙이겠다. 이 방식은 여러 작가 선생님들의 지적을 받긴 하였다. 그래서 작가의 생각을 알려주는 차원에서 한두 문장의 결론 아닌 결론을 내리기도 하는데 영 어설프다.


이 두 가지 방식 외에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 소재의 제한이 없다는 것 등은 에세이스트의 공동 특성이다. 이런 기조로 매주 1편씩을 올린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다가 요즘은 글을 올리는 것이 영 뜸해졌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크게 2가지로 좁혀진다. 첫째는 글을 쓰는 것보다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거나 달리기를 하는 것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다른 재밋거리가 생기면 기존에 하던 것에서 시간을 빼서 쓸 수밖에 없다. 글쓰기가 소재발굴, 이야기 쓰기, 퇴고하기를 거치면 적게는 4시간, 많게는 하루종일도 걸리는 작업인데 그 시간을 다른 재미에 쏟을 수 있다면 한두 주 빼먹고 가는 건 일도 아니다.

둘째는 의욕 감소이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을 아는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친구의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 그는 내 글을 잘 보고 있다고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글이 재미가 없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사실 내 글을 재미를 주려고 쓰는 것이 20%라면, 나의 지금 현황을 남기려고 쓰는 것이 50% 이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10년 뒤에 보았을 때 '그때 그랬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많다. 그런 에피소드 중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재미를 주는 것도 있겠지만 나 혼자 재미있는 경우가 당연히 많을 것이었다. 그렇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글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시간이 있어도 키보드를 잡기보다는 다른 것을 하게 되었다.


이런 시간을 계속 보낼 수는 없었다. 글에서 재미를 더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순수하게 재미로 책을 읽던 시절인 중고등학생 때가 떠올랐다. 그때 한참 재미있게 보던 책들은 소설이었다. 엘런폴섬의 대표작 The day after tomorrow (모레)는 각 시간별로 사건을 묘사하며 긴장감을 높여주었다. 이우혁의 퇴마록은 있을법한 귀신이야기들을 퇴마사들의 활약상에 녹여서 풀었다. 이문열의 삼국지는 후 한말의 혼란 속에 세력을 키워가는 영웅들의 이야기 속에서 각 사건의 단초와 진행, 결과를 순서대로 풀면서 인간 군상의 특징을 잘 묘사하였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재미를 준 작품이 뭐냐고 묻는다면 소설 영웅문이었다.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로 이뤄진 김용작가의 사조삼부곡(射鵰三部曲)을 합친 작품이었다. 도서관에서 읽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고려원에서 나온 국판(148 x 210mm)을 전집으로 사서 집에 두고 읽을 정도였다. 그때 기억을 더듬어 내 글에 재미를 더해보자는 의미에서 영웅문을 다시 꺼내 읽었다. 2부인 신조협려를 읽는데 확실히 10~20대 때 읽던 느낌과는 달랐다. 여전히 재미는 있었으나 40대에 읽어보니 현실에 있을 수 없는 허무맹랑한 기술들에 헛웃음이 나왔다. 처음 접할 때는 치밀하게 보였던 개연성도 이제 보니 떨어지는 파트가 있었고 그 엄청난 무예로 외적 대장을 한방에 쳐 없애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소설은 순수하게 소설로 볼 때 의미가 있는데 나는 현실의 때가 많이 묻어 있었다.


그렇게 신조협려를 끝내고 이제 사조영웅전을 꺼내든다. 사조영웅전 6권을 읽기 시작하면 다시 글을 쓸 시간이 거의 없을 것 같다. 아직 자신감은 회복되지 않았고 영웅문 책에서 재미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시간이 걸릴 일이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 나의 심경, 글이 빨리 올라오지 않는 이유를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다독, 다작, 다상량'을 마음속에 다시 새겨보면서 아마 조만간 영웅문을 분석하는 글이 쓰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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