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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가을 마라톤을 위한 마지막 훈련

by CJbenitora

사실 훈련이랄 것도 없다. 매일 새벽에 조깅으로 6km를 달리는 일반인일 뿐이라 선수들처럼 거창하게 훈련이란 말을 붙이기가 부끄럽다. 시합을 의식해서 달리기를 잠시 힘들게 하는 기간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똑똑하고 게으른 사람이 세상을 편하고 효율적으로 만든다고 하는데 나도 달리기를 힘들지 않게 하면서 체력과 속도를 올리고 싶은 게으른 사람이다. 지난 2년간 달리면서 천천히 장거리 달리기(LSD)는 시합 한 달 정도 남기고 한 두 번 진행하였고 폐활량을 올리는데 가장 좋다는 인터벌은 한 적이 없었다. 평생 달릴 건데 굳이 단시간에 체력과 거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꾸준하게 오랫동안 성장하면서 달리기의 재미를 끝까지 가져가는 것이 목표였다.


올해 하반기 첫 하프마라톤이 한 달 남은 시점에서 일요일 아침에 동생을 불러 같이 조깅을 하였다. 달리러 나가는 시간은 평소와 같이 5시였고 장소는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인 태화강의 지류인 동천이었다. 한 번도 달려본 적이 없는 곳이라서 동생과 나, 둘 다 새로운 기분이었다. 특히 동생은 달리기가 지루한 운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 뛰던 곳에서는 오래 뛰지 못한다. 평소와 다른 장소에서 뛴다는 기대가 컸다.


체육관 야외주차장에 차를 대고 강변으로 나왔다. 요즘 고수부지마다 있다는 파크골프장을 지나 강변 산책길에 들어섰다. 속도는 1km 당 6분30초로 맞추고 힘들면 늦추기로 하였다. 아직 어둑어둑하였지만 몇몇 사람들이 걷거나 뛰면서 우리 옆을 지나갔다. 강의 상류 쪽으로 올라가다 보니 해가 점점 머리를 내밀고, 뛰는 사람들도 제법 보였다. 울산공항을 지나 호계입구까지 달리니 7km 정도 되었다. 100분 동안 달리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이쯤에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 오는 길에 반대편에서 뛰던 사람들과 다시 마주쳤다. 서로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눈인사도 하지 않았지만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다. 동생은 얼굴에 웃음이 만연했다. 오랜만에 상쾌하게 뛰는 거라고 했다. 맥박은 140을 가리키고 있었다. 내 맥박은 125 ~ 130 수준으로 동생보다 낮았다. 동생도 아침마다 아파트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5~6km 타는 사람인데 내 맥박이 낮은 건 신기했다. 그만큼 내가 덜 힘들게 뛰고 있다는 것인데 동생 얼굴도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대회 때 140 밑으로는 나오지 않도록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7km를 돌아와서 출발지에 다다랐다. 100m를 남기고 질주로 마무리하였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질주를 해도 1km 당 5분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했는데 지금은 2분50초의 속도가 나왔다. 20초도 안 되는 질주이지만 뿌듯했다. 총 14km 정도 뛰었다. 실제 경기 때는 여기서 7km를 더 뛰어야 하지만 동생이 지겨워하기 때문에 여기서 멈췄다. 다음날 7km를 뛰어서 21km를 채운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LSD가 끝났으니 인터벌 훈련 차례였다. 바로 다음 주 일요일 새벽에 혼자서 훈련을 해보기로 하였다. 목표는 400m를 4번뛰고 그 사이는 200m를 천천히 달리며 회복하기로 했다. 첫 400m를 80% 속도로 달렸다. 전속력으로 100m 달리기에 비해 몸에 힘이 덜 들어가니 뛸만했다. 200m를 아주 속도를 낮춰서 뛰었다. 다음 400m를 뛰는데 첫 번째 바퀴와 속도는 비슷했는데 심장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동안 조깅의 마지막에 100m 질주를 해오면서 심장이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거리를 조금만 늘여도 강한 척하던 심장은 밑바닥을 드러내었다. 200m를 천천히 뛰면서 벌써 다음 400m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3바퀴째, 힘은 똑같이 드는데 속도는 확연히 줄어있었다. 숨은 몰아쉬고 있었고 상하진폭마다 심장이 아파왔다.


'이 정도면 되었다. 그만할까?'

몸은 멈추라고 하는데 여기서 멈추면 후회할 것 같았다.

'4바퀴 돌기로 했으면 오기로라도 돌아야지.'

4바퀴째를 도는데 몸에 힘은 있는 데로 다 들어가고 심장은 살려달라는 듯 쿵쾅대었다.

조깅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겨우 400m를 채우고 즉시 뜀박질을 멈췄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천천히 200m를 뛰며 쿨다운하고나서 걷기로 했지만 도저히 더 뛸 수 없었다. 걸어도 심장에 충격이 왔다.


이전의 나라면 이정도 심장이 아프면 심장혈관질환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것을 두려워했겠지만 여러 문헌과 사람들의 경험, 영상을 참고해 볼 때 이건 심장이 안 하던 운동을 해서 그런 것이란 걸 아는 지금에는 오히려 인터벌 훈련을 더 자주 해서 심장을 강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 전 3주차 훈련이 끝났으니 이제부터는 테이퍼링 시간이다. 매일 하던 훈련을 줄이고 몸을 대회 당일에 최적화시키는 것이다. 조깅은 훈련이 아니기에 6km 달리기는 시합 3일 전까지 지속하고 인터벌만 시합 2주 전에 짧게 400m 3회만 해주기로 했다. 지난 5월에 세운 하프 최고기록인 2시간 3분에서 몇 분을 당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중간에 힘들다고 걷지만 않으면 그때보다 5개월의 공력을 더한 지금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작년 이맘때는 달리고자 하는 마음만 있고 몸은 자꾸 미루기만 하였다. 하프마라톤을 뛰기 전까지 훈련은커녕 조깅도 띄엄띄엄했다. 결국 성적은 그 전해에 첫 하프마라톤 때 걷뛰하던 기록보다도 느렸다. 지금은 매일 달리기를 습관으로 만들었다. 웬만큼 비가 와도 뛰러 나간다. 성장을 느끼기 힘든 40대의 나이에 달리기로 성장하는 기쁨을 다시 맛보고 있다. 인생에서의 행복은 성장에서 비롯되므로 자만하지 말고 늘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10월 19일 하반기 첫 대회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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