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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미로 Feb 01. 2021

시골에서의 하루

2021.01.31  [여운 작가]

“짹짹짹짹”
“꼬끼오~~ 오오오”
“음메에~”


알람을 맞춰 놓은 적이 없는데

동물들은 합창을 하듯 요란스럽다.


“덜덜덜덜덜”

아침부터 바삐 움직이는

이웃집 아저씨 경운기 소리다.


“좋은 아침이에요!”

아저씨는 항상 이웃들에게

반갑게 아침인사를 하신다.


어쩔 수 없이 잠에서 깨어난다.
아침은 나 빼고

다 부지런한 시간이다.




하품을 하며 부엌에 나가보니

고소한 밥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할머니는 아침부터

밥을 하느라 분주하다.


오늘의 메뉴는

구수한 소고기 뭇국에

고사리, 시금치, 달래 등의

나물 반찬들이다.


시내에 살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초록색 반찬들이지만,

할머니의 정성이 담긴

음식들이니 맛있게 먹는다.

몸이 저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오후가 되면

강렬한 햇볕이 내리쬔다.


호기심에 눈싸움을 하면

0.1초 만에 패배한다.

정말 쓸데없는 짓이다.


창문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이

눈부시게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이 감긴다. 그때,


“여운아~ 일 나가자”
아침에 알람 소리만큼

듣기 싫은 소리다.



 
그래. 든든하게 밥을 먹었으니

슬슬 일을 하러 나서본다.
할아버지가 운전해주시는

경운기를 타고 고추밭에 도착했다.


“하... 이제 고생 시작이네.”
강렬한 햇볕에서 일을 하며

살아남으려면 체력은

물론 정신력도 있어야 한다.


열심히 고추를 따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진다.


“스으으으”
땅에서 무언가 기어 오는 소리.

소름이 쫙 돋는다.


혹시나 하고 뒤를 돌아보니

그놈이 나타났다.


‘바로 뱀이다.’
기절할 뻔했지만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 

할머니한테 뛰어갔다.


나의 돌고래 소리에

할머니는 깜짝 놀라시며 뱀을 한번

쓰윽 보고는, 나뭇가지로 뱀을

걸쳐 올려 저 멀리 던진다.

그러고 나서 태연하게 다시 고추를 딴다.


나는 속으로

'할머니.. 리스펙'외친다.




어제, 마침 티에서 능구렁이를

이긴 할아버지의 썰을 들었다.

상상이 가진 않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능구렁이가 할아버지를

공격하려고 몸을 감싸

올라오는 그 순간, 얼굴을

잡아 침을 뱉는 것이다.


순간 너무 웃겼다.

침을 뱉는다고  

능구렁이가 패를 한다고?


믿기지는 않았지만

꽤 써먹어 볼 방법이다.


열심히 일을 하고 나면

어느새 해가 져 있다.


힘들어서 마루에 대자로

뻗어 휴식을 만끽할 때면,


‘여운아~밥 먹자!’

라는 소리가 들린다.

일을 하고 나서 먹는

저녁이 진짜 꿀맛이다.


저녁은 두릅 무침과 고추 장아찌,

그리고 구수~한 된장찌개다.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밥을 해치웠다.
그러고는 단잠에 들었다.




꿈속에서 그놈을 만났다.

내가 오면 반가워서 그런가

항상 마중을 나온다.


어제는 내가 도망을 갔지만

오늘은 네 놈에게 혼쭐을 내주리라.


두 손 모아 다짐을 하며

경운기에서 내린다.

슬금슬금 나에게 다가온다.


능구렁이가 나의 온몸을

꽉 감싸 와 숨이 턱턱 막혀온다.


그 순간, 얼굴을 잡아

을 ‘퉤’하고 뱉었다.

그런데 미동이 없는 것이다.


당황했지만 나는

계속해서 침을 뱉었

능구렁이가 정신을 못 차렸다.


“이겼다아아아~~~” 하고

승리를 만끽할 때,


“꼬끼오~~ 오오오”
닭은 눈치도 없다.

완벽한 결과도 모른 채

꿈에서 깨어났다.


그렇게 아쉬움이 남은 채로

새로운 하루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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