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죽음이 찾아와도

2021.03.14  [달빛 작가]

정주행을 돌리다가

'내일'이란 웹툰 녀석이

걸리고 말았다.

휴지도 없이 끝없는

울음이 지나간 채로

아침을 맞았다.

초반에 보기를 포기했었다.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의

사연들이 심장에

망치질하듯이 아팠다.

나의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지 고민하면서

다시 되새겨보았다.

웹툰 속, 자살로 삶을

놓게 된다는 것은

인연의 끈을 스스로

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환생을 해도

이어질 수 있는 인연들을

다시 만날 수 없다.

‘기억의 사막’의 지옥을

걸으며 자신 때문에 슬퍼했던

감정들을 직접 겪어야 한다.

아픈 고통보다

슬픈 고통이 나에게는

더없이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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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던 중3 때까지만 해도

자살충동은 꽤 여러 번 있었다.

이 세상에 내가 존재하기 싫었다.

내일이 오지 않기 위해

하루 안에 나쁜 생각은 다했다.

우울감이 무뎌질 때쯤,

소중한 인연들을 핑계 삼아

살아날 용기가 생긴 것 같다.

생각나는 사람들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면

못해준 말들이 많아서

후회가 클 것이다.

삶을 놓아보기 전에,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잘해주고 웃어줬다면

인생의 한 회차를

끝내 볼만하다.

그때쯤 저승사자가

나에게 다가와

건네줄 말이 무엇일까.

따뜻한 한 마디 일지

냉혹한 두 마디 일지,

저승에서 날 반겨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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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의 질서가 있듯이

저승의 질서도 반드시

존재할 거라 생각한다.

천국과 환생을 열광하는

종교는 역사가 존재하는

믿음이라 옥황상제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간절히 다음 생을 노리거나

예상치 못한 죽음들이

넘쳐나는 세상 때문에

하늘에서 조치를 취했을 텐데,

예측하기를

'재판'이 열릴 것이다.

결과에 따라

환생/지옥/천국/유령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예외로 저승 차사의

일을 할 수도 있다.

나에게 내려진

죄목이 있다면

'후회, 정의, 노력'

이었을 것이다.

‘후회가 지나쳐

행복하진 않았는지’

‘정의를 다하지 못하여

배려가 부족했는지’

‘삶에 최선을 다한

노력이 있었는지’.

지금 이 물음에 답을

해야 한다면 한 마디도

자신 있게 내뱉지

못할 것 같다.

죄인처럼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모른다고

울먹거릴 것이다.

스스로가 삶의 답을

내리지 못한다면 옥황상제는

나에게 환생의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환생해서 부잣집 고양이로

살고 싶지만 유령이나

저승 차사가 되어 다시

재판이 열릴 날을

기다릴 것 같다.

죄목의 색이 투명해지면

다른 색깔로 채워질 나의

업을 채우면서 환생의

기회를 만들 것이다.

얻지 못하는 자는

지옥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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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업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웹툰 속 동물 관리소

저승차사 들의 역할이 탐났다.

주인을 애타게 찾는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속사정들을 들어주고 싶다.

인간의 벗은 어렵지만

동물의 말동무는

언제든 환영이다.

그런데 가장 순수한

영혼들을 보듬어줄 만한

자격이 될지 모르겠다.

우리만 바라보게끔

만들어진 욕심이 그들의

마지막까지 자유롭게

하지 못해서 마음이 불편하다.

저승에서까지 우리를

기다리지 말고 원하는

형태로 환생했으면 좋겠다.

충분한 자격을 갖춘

자들이므로 난 그들의

환생을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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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고 있는 지금은

남은 명까지

어떻게 살아갈까.

다른 나로 환생했을 때,

전생의 삶이 좋아서

기억날 만큼,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만큼,

살면 되지 않을까.

전생이 부러워지면

보란 듯이 환생한 나도

행복할 동기부여를

얻을 것이다.

주식처럼 장기투자로

지금의 행복을 묻어두고

나중에 꺼내보았을 때

배로 불려있게끔

만들고 싶다.

죽음이 언제 올지

모르는 기다림이

설렘이 될 수 있도록

오늘 하루를 즐겨보자.

남들이 말하는

사랑, 믿음, 평화를

하나씩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나의 인연들이

재판에서 죄목이

줄어들 수 있게끔

도와주자.

내일에 죽음이 찾아와도

두려워하지 않는

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