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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 지 Jul 30. 2024

해바라기 꽃 한 송이

예상 못한 탁월함에 텃밭 한가운데를 양보해 버렸다

작년 봄에 씨를 뿌려 잘 자란 수레국화 여러 송이가 있었다. 가을을 보내면서 나는 그 수레국화들이  겨울잠에 들어갈 채비를 해 주었다. 낙엽을 듬뿍 덮어 멀칭을 해 주고 실수로 땅을 파헤치지 않도록 작은 이름표를 땅에 꽂아서  표시를 해 두었다.


이른 봄이 되면서부터 그 자리를 여러 번 확인해 보아도 수레국화로 보이는 싹들은 나타나질 않았다. 떡잎 사이로 보이는 어린 본잎들을 하나하나 확인해 고들빼기, 까마중, 참비름, 도깨비자리, 민들레, 제비꽃, 명아주 같은 잡초들을 뽑아가며 기다려보아도 수레국화들은 도무지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산 그늘 자락의 센 바람을  맞으며 자란 그 아이들은  부족했던 광량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겨울을 날 만큼의 뿌리 힘을 기르지는 못했던 것 같았다.


대신 그 자리에 처음 보는 본잎을 가지고 있어서  뽑아내지 않고 지켜보는 동안 씩씩하게 키를 올린 낯선 식물 한 포기가 마침내 꽃망울을 맺기 시작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키가 큰  이 아이는 해바라기일 것이었다.


내가 심은 것도 아니고, 어딘가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오기에도 제법 무게감 있는 씨앗을 가진 이 아이의 등장은 의문투성이다. 고양이 사료를 챙겨 먹던 새가 남기고 간 흔적일지도 모르겠지만 수레국화를 기다리던 그 자리에서 하루가 다르게 키를 올리고는 동쪽으로 얼굴을 고정시킨 채 우뚝 선 모양으로 해를 받는다.


그리고 또 낮은 한 구석에서는 몇 가지 씨앗을 심은 자리에 기다리던 싹과 함께 낯 모를 얼굴을 내민 우렁차고 빛난 잎을 가진 또 다른 아이가 나타났다. 그 또한 익숙한 잡초의 얼굴이 아니었으므로 꽃대 올리기를 기다렸다가 인터넷으로 사진 검색을 해 보았다.

잎의 생김새와 다르게 기다랗고 가늘기만 한 꽃대에 작디작은 꽃봉오리를 오종종 달고 있다가 세 시가 되면 분홍 꽃무리를 보여준다는 '세시꽃'이었다.


나는 그 세시꽃 세 송이를 생태교란종이라는 노랑코스모스를 뽑아낸 자리에 옮겨 심으면서 

잔잔한 탁월함으로 내년 이 바위틈 생태계의 세시 즈음을 빛내주길 당부해 보았다. 채송화 같은 생존력으로 영글어 떨어지는 씨앗마다 죄다 발아가 된다는데, 어쩌면 곧 잡초 취급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 아이들 최대치의 생존력을 기대해 보는 이유는 심지 않은 자리에서 탁월한 자태로 존재감을 드러낸 뜻밖의 아이들에게서 받는 의외의 기쁨이 제법 컸기 때문이다.



연초지역의 독거노인을 위한 도시락 배달 봉사자 모집 안내를 받았. 일주일에 한 번, 두세 시간만 내면 된다기에 신청을 해서 사전교육을 받고 첫 도시락 배달을 했다.


여러 가지 사연들이 있겠으나 비슷한 사유로 홀로 지내시게 된 어르신들께서 드실 도시락을 집 문 앞에 두고 초인종을 눌러 알려드리면 어떤 어르신은 문을 열고 나와서 웃으며 인사를 해 주시기도 했다.


늙어 병든 몸으로 혼자 지내는 것이 자식들과 사는 것보다 편하다시며 부득불 혼자 지내기를 고집하시는 아버지가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지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될 것이다.


이 시간, 이 계절이 천천히 흐르고 나면 부모님 세대의 자리에 나의 세대로의 당연한 자리 바뀜이 반복될 것이다.


도시락 배달은 두 번밖에 하지 못했다.

또 한 번, 다시는 하지 않겠다 선언했던 기간제 교사로 출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장의 뒤엉킴이 하루빨리 정리되기를 기다리며 숨 쉬듯 가볍게, 여전한 일상을 맞이하는 모양새로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가끔 예상 못했던 의외의 기쁨 하나에 미소 짓게 되날을 만나게 된다면 지금 여기의 시간을 살아내며  알게   특별한 낯섦을 대할 때 느끼던 기쁨 하나도 함께 떠올릴 수 있좋겠다.


매일매일 평범한 하루반복되어 주기를. 


특별한 괴로움은,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기어코 색깔을 달리해서 탁월한 기쁨이 되어주기를. 

그런 바람 하나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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