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흔일지 Mar 22. 2021

산을 오른다는 것

망원동 일인용 6

등산을 언제 했던가. 제대로 된 산을 오른 건, 아마도 초등학생 때가 마지막이었을 거다. 내려올 거 왜 오르냐는 마음이었고, 그러다 보니 언덕이라도 오를라치면 숨이 턱턱 막히는 통에 시작을 못했다. 친구들이 종종 등산로 초입의 맛있는 음식과 술로 나를 꼬셨으나 가질 않았다.


그러다 부모님이 현재 거주하시는 논산에서 갑자기 동산을 올랐다. 아빠가 아침마다 가는 곳이어서였는지, 낮은 산이라서였는지 여기라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소나무가 많은 산에는 마른 솔잎이 가득했고, 이럴 줄 모르고 신고 갔던 스니커즈가 낙엽에 자주 미끄러졌다. 엄마가 쥐어준 스틱 덕에 네 발로 걸었다. 경사가 낮은 게 분명한데도 심박수가 제법 올랐다. 오르막 끝에는 완만한 능선이 이어졌고, 패턴의 반복 끝에 정상이 나온다는 걸 알았다.

30 년이 흘러서,  마흔이 되어 다시 산에 올랐다. 예전엔 마냥 싫기만 했는데, 지금은 과정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 굴곡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변화라고도 여긴다. 내가 알던 세계 이상을 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아빠랑 따온 진달래를 엄마가 화전으로 만들어줬다. 많은 것은 약간의 의지와 우연이 더해져 시작되고, 제법  넓게 확장된다.  마음이라면  다양한 산에 오르고 싶다. 신기한 일이지만. ㅋㅋ


망원동 일인용
오늘의 마흔. 혼자서도  삽니다.
작가의 이전글 물광피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